성형수술 부작용 두 번 울리는 병원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27 15:30:27
  • 호수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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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사 까는 진단서 “안 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성형외과서 기능코 수술을 했다. 기능코 전문 병원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수술 후 결과는 처참했다. 코안의 뼈는 심각하게 휘었고, 귀 모양 변형까지 왔다. 하지만 그 어떤 병원서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진단서를 써 주지 않는다.

성형외과는 사람 몸에 생긴 선천적·후천적 변형과 기형으로 생긴 형태와 기능을 정상에 가깝도록 수술해 교정하는 외과수술을 하는 곳이다. 성형외과가 다루는 의료 분야는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성형수술을 한다’고 하면 미용수술과 재건 수술을 생각한다. 한국이 인구 대비 성형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인 탓이다.

실제로 성인남녀 10명 중 1명, 30대 여성은 10명 중 3명이 성형수술 유경험자다. 눈, 코, 입을 포함한 15개 신체 부위에 134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부위별 시술법과 보형물의 종류에 따라 세분하면 시술 방법은 940가지가 넘는다.

늘어나는 분쟁
합의는 제자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형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으로 분쟁 조정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수술, 시술, 주사, 처치 등 부작용과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피부과 및 성형외과 의료분쟁 신청 건수는 114건이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의료분쟁은 2018년 225건서 2019년 208건, 2020년 190건으로 감소하다가 2021년 194건으로 다시 느는 추세였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수술 분쟁이 2018~2020년 53건, 2021년 54건으로 전체의 25% 내외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으며 ▲2018년 27건 ▲2019년 24건 ▲2020년 27건 ▲2021년 12건이었다. 시술 분쟁은 2021년부터 16건으로 신규 집계됐다. 지난해엔 10건이 발생했다. 

합의에 이르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2018년엔 총 225건의 분쟁 중 합의된 건은 59건에 그쳤다. 합의율은 2019년 25.4%, 2020년 24.7%, 2021년 33.5%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기준 114건 중 19건이 합의됐고 이 중 36건은 분쟁 조정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의료기술이 해외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성형수술 분야는 독보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렇다면 성형수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코안 쪽 뼈가 심각하게 휘어 기능코 수술을 한 A씨는 “피해자가 되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일을 겪기 전엔 전혀 몰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B 병원서 기능코 수술을 받았는데 이 병원은 초창기부터 기능코 수술로 자리매김했다. 코 성형수술 상담 당시 병원 의사는 A씨에게 “코안 쪽이 심각하게 휘어 있고 협착도 있다. 이미 코가 매우 높으니 보형물을 넣지 말고, CT상에 메부리가 보이니 교정하자”고 권유했다.

그는 해당 병원 의사를 믿었다. 당시 기능코 수술은 시간이 경과하면 실비 보험처리가 불가능했다. 5월은 병원 비수기라 그달에 상담하고 바로 수술을 받았다.

점점 늘어나는 K-성형의 그늘
10군데 이상 거절당한 소견서


부작용은 수술한 뒤 바로 나타났다. A씨는 수술을 담당했던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경과에 대해 물었다. 간호조무사는 원내 총괄실장을 통해 ▲귀 연골을 크게 떼어냈고 ▲인조 진피를 사용했다 등의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상담 과정에선 인조 진피를 사용할 것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실제로 A씨는 귀가 계속 불편했다. 수술에 귀 연골을 사용했기 때문에 몰딩을 귀에 넣어줘야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몰딩은 연골을 뗀 귀 모양에 변형이 오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계속 귀를 포함한 머리 통증이 있었지만, 담당 주치의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네이버 지식인에 “코 수술을 한 지 약 20일째다. 비중격이 작아 귀 연골을 사용했다는데, 병원서 준 귀 몰딩은 맞지 않는다. 30분씩 씨름하고 끼면 귀만 아프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했다.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지식인 상담 의사는 “연골을 어떻게 떼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절개한 상처 아래로 들뜸 현상이 생겨 굴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며 “혈종(혈관 밖 국부 출혈)이 생긴 것이 흉살로 바뀐 것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상황이니 레진몰드도 제대로 끼워지지 않는다. 귀 모양의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몸이 망가진 느낌이 드는 데다, 주치의를 믿고 기다리기엔 귀 모양도 좋지 않았다. A씨는 지인 의사에게 귀 사진을 보여주며 자문을 구했는데, 귀 모양만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코 모양까지 틀어져서, 한쪽 콧속 뼈는 너무 휘어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으며 당연히 비염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인 의사는 A씨에게 귀 모양 변형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조속히 귀 성형 전문병원을 찾아 가라고 조언했다. 이미 귀가 수축 및 착색으로 구축됐고, 피부 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틀어진 귀
휘어진 코

귀 성형 전문의는 “귀 피부가 죽었다. 연골 채취 양과 위치가 잘못됐다”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내렸다. 그러면서도 해당 의사는 A씨의 귀가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소견서를 써 주는 것은 거절했다.

이후에도 성형수술 집도의는 귀나 코 상태가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코 모양이 최고며 구조적인 문제도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A씨는 연골을 채취했던 귀 뒤쪽서 끊임없는 통증에 시달렸으며 원래 매끈했던 콧대도 혹이 난 것처럼 울퉁불퉁해졌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대개 성형수술은 수술 이후 6개월까진 무조건 경과를 지켜본다. 수술 후 모양이나 기능적인 부분의 문제점은 6개월 뒤에 확인하는 게 보편적이다. 이 시기에 귀의 상처는 점점 아물었다. 하지만 귀 뒷머리 통증은 여전했고, 어느 때는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통증이 몰려왔다.

9개월이 지난 시점이 되자, 집도의는 “다른 사람에 비해 귀 모양이 많이 틀어진 건 아니다. 이 정도 변형은 다 있다. 환자가 생각하는 것과 객관적인 것은 다르다. 귀 통증은 일반적이지 않으니 정확하게 검사해봐야 알 수 있다. 검사 결과지를 가져오면 진단에 맞춰 치료 방법을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적힌 의사소견서나 진단서가 필요했다. 수술 전에는 비염 증상 외엔 어떤 문제도 없었지만, 이런 부분은 의미가 없었다.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진단서에 써주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성형외과서 코 성형수술 후 귀에 문제가 생겼다”고 문의하자 “성형외과서 수술 받았으면 진료가 불가하다. 당장 염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면 응급실을 통해서 올 순 있다”는 답을 들었다.

여러 번
진료 거부

다른 대학병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료가 가능하긴 하지만, 이비인후과에서는 신경외과로 가라고 했고, 신경외과에선 통증의학과를 권유했다. 다시 통증의학과를 가면 성형외과로 가 보라는 식이었다. 당연히 진단서는 받을 수 없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선 ‘성형외과가 없는 병원’이라며 진료를 거부했다. 이 외에도 일반 이비인후과 세 곳을 더 방문했지만 모두 진단서 작성을 거부했다. 어떤 성형외과는 진단서 코드명을 넣을 수 없어 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서울이 아닌 지역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귀 통증의 원인이 궁금했던 A씨는 해당 의사로부터 “귀 연골을 떼내서 생긴 통증으로 증명이 잘 안 된다. 소견서에는 ‘의심이 된다’고만 쓸 수밖에 없다”며 “아마 다른 의사도 소견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서 “유명한 곳에서 수술한 거 아니냐? 거기서 뭐라고 했나? 귀는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해당 병원을 찾아 “귀 검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병원은 “검사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돌려보냈다.


다른 지역의 이비인후과에선 “귀 부위를 교정하면 좋다. 하지만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차라리 실리콘을 넣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성형외과로 큰 업적을 이룬 의사도 있었는데 그는 A씨를 수술한 B 병원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것 같다고 의심했다.

해당 의사는 “코 모양이 완전히 돌아갔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맞는지 의심된다. 이 정도면 재수술해야 한다. 연골이 완전히 누웠다. 코가 거의 통째로 쓰러졌고, (코끝이)수술했다고 도장 찍어 놓은 것처럼 연골을 넣었다. (귀를 확인한 뒤)Y자는 건드리면 안 되는데, 귀 브리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코 재수술로 유명한 성형외과도 의견은 같았다.

해당 성형외과는 “코 시작 부분이 아예 옆으로 누웠다. 안장코가 된 것 같다. 메부리 부분을 간 게 아니고 뼈를 친 것 같다. 오른쪽 코로는 숨이 안 쉬어질 것”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속이 문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옆으로 더 주저앉을 것이다. 비중격(비강을 좌와 우로 나누어주는 칸막이 벽)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주치의가 “문제없다” 하면?
“피해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A씨의 코와 귀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망가졌다고 진단했지만, 소견서나 진단서를 써 주진 않았다. 겨우 받은 소견서에서도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 내용은 빠져 있었다. 

소견서에는 “우측 귀의 연골 관련 수술 이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어 신경과 외래로 내원했다. 상기 진단 가능성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이에 대해 약제 처방 추적 관찰 예정이다” “환자 내원 시 시행한 비내시경검사 및 이학적 검사상 우측 코막힘, 우측 턱 비대증 소견이 확인됨”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전부 이런 식이었다. 성형수술이 문제가 됐다는 말은 일절 들을 수 없었다.

A씨는 ‘재수술’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 대학병원서 진료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재수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해당 대학병원 의사는 “코안 쪽이 완전히 휘어 숨을 쉴 수가 없다. 다시 비중격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어서 재수술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우측 코막힘이 지속할 시, 기능코 재수술을 권유했다.

재수술 문의에 의사들은 “이제는 코에 실리콘을 사용하려고 해도 사용 불가능한 상태다. 코끝 포인트만 뾰족하고 양옆은 퍼져 있어서 주먹코가 될 수도 있다. 코안 비중격이 휘어있으나 수술 시 상태를 다시 봐야 하지만 귀는 수술이 불가하다” “귀 수술이 잘못돼 3차 신경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코 모양으로 복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귀는 수술이 불가하다” 등의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성형외과 수술 피해자다. 모든 수술이 잘될 수는 없겠지만, 비상식적인 방법의 수술로 코는 수술 효과가 전혀 없고, 귀는 재수술할 수도 없는 상태다. 그는 빈번하게 찾아오는 신경통으로 심각한 불면증마저 겪고 있다. 

이제 A씨에게 남은 것은 재수술뿐이다. 이번 일로 직장은 그만뒀고 어디를 가더라도 모자를 써야 했다. 이런 과정서 피해자가 느낀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진단서 받급도 할 수 없었다.

피해자는
어디로?

A씨는 “타 전문의와 일반인도 수술 후 귀와 코 모양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B 병원 의사만 인정하지 않는다. 나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재수술을 빨리 받고 싶다”면서도 “수술이 잘못됐다는 객관적 증거인 진단서를 받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조차 B 병원은 협박이라고 한다”고 억울해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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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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