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데미K뱅크’ 작가 데미 킴

“세상에 내 것이 없다는 걸 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갑자기 비가 내렸다. 해가 쨍쨍한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늘이 짙게 내려앉았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진한 주황색 옷을 차려 입은 데미 킴 작가가 손을 내밀며 다가왔다. 그의 작업실은 온통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

<일요시사> 취재진을 반기는 데미 킴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식탁에는 데미 킴이 오전에 외출해 사온 다과와 꽃 포장지로 곱게 꾸민 스푼·포크가 놓여 있었다. 기자 혼자 오는 줄 알았다며 손사래를 친 그는 곧이어 집 안 곳곳을 안내했다.

척추 장애

데미 킴의 집은  주거공간이면서 작업실이다. 집 안 어디를 가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해가 길게 늘어지자 햇빛을 가리기 위해 내린 블라인드도 작품으로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블라인드를 가리키며 데미 킴은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작품을 향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예술가의 웃음이었다. 

데미 킴은 허리가 잔뜩 굽어 있는 상태다. 생후 8개월 유모가 데미 킴을 떨어뜨리면서 척추를 다쳤기 때문. 손을 대기만 해도 자지러져라 우는 데미 킴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해열제를 놨다. 38도까지 치솟던 열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소아마비로 이어졌다. 

평생 짊어지고 갈 장애를 얻게 됐지만 데미 킴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몸의 불편함,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데미 킴은 “다른 사람의 말은 나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컬러, 요리, 공예 등 손으로 하는 일에 두각을 나타냈고 그 재능을 살려 평생을 매진했다. 


안 되면 말 그대로 되게 했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데미 킴은 지인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다. 바이올린은 활로 연주하는 악기다. 척추를 다쳐 몸의 움직임이 불편한 데미 킴으로선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어서 하루 1시간씩 매일 수영 레슨을 받았어요. 그렇게 매일 하다 보니 팔에 근육이 붙더라고요. 지인 중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어서 나는 영어를 가르쳐주고, 지인은 내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줬죠.”

집 안에 가득한 그림
생명력 넘치는 작품

데미 킴은 몇몇 지인과 함께 음악회를 준비해 등대마을을 찾았다. 고아원에 살고 있는 30여명의 아이 앞에서 데미 킴은 바이올린을 켰다. 데미 킴은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와서 내 굽은 등을 만져보곤 했다. 일반인 연주자의 연주보다 장애인이 연주하니까 아이들 입장서도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데미 킴은 자신의 그림을 팔아 등대마을 아이들에게 중고 바이올린을 선물했다. 주변 지인을 만나 등대마을에 후원도 부탁했다. 데미 킴은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을 돕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세상에 내 것이 없다는 걸 알아요.” 

데미 킴이 인터뷰서 수차례에 걸쳐 한 말이다. 돈이 있든 없든 세상을 떠날 때 싸들고 갈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진작부터 해탈하듯 알아버린 것 같았다. 


데미 킴이 주변 사람에게 주고 싶은 건 금전적인 게 아니었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였다. 재능이 있지만 환경이 어려워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들에게 동기 부여로 작용할만한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을 섞으면 무슨 색이 될 것 같아요? 검정색이 돼요. 그토록 개성 강한 색이 섞여도 결국 하나의 색으로 바뀐다는 거죠. 우리 어른이 개개인의 개성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해요.”

데미 킴은 금전적인 부분에 관해 언급했다. 그림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 데미 킴의 이름을 따 만든 ‘데미K뱅크’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 무이자로 50만원을 빌려주고 1년 안에 갚도록 하는 일종의 ‘나눔은행’이다. 데미 킴은 이 은행 설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0호 크기의 작품 ‘부처님 품은 금두꺼비’를 그렸다.

호가는 100억원으로 삼각산 안양암의 상징물 ‘두꺼비바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2019년 ‘우담바라’ 베트남 기증  
2021년 조 바이든 수여한 봉사상

데미 킴의 이번 행보는 20여년 넘게 이어온 재능기부의 결정판이다.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여한 ‘문화예술 부문 봉사상’ 금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앞서 2019년 3월에는 베트남 ICC(International Children’s Care)에 초청 받은 자리에서 작품 ‘우담바라’를 기증하고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우담바라는 특정한 대나무나 영력이 강한 곳에서 핀다는 전설의 꽃이다. 데미 킴은 서울 삼각지 인근서 우담바라를 처음 보고 완전히 매료됐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꽃을 현미경으로 처음 보고 그림의 소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데미 킴은 우담바라를 눈에 익히기 위해 해당 장소에 100번도 넘게 찾아가 매일같이 들여다봤다. 그 덕분에 지금은 우담바라를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우담바라를 소재로 그린 작품만 15점에 이른다.

“우담바라에 대해 찾아봤는데 상서로운 일이 있을 때 피는 꽃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라에 큰 이변이 생기고 좋은 일이 있을 때 그 꽃이 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담바라를 보게 됐을 때 내 인생에 상서로운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베트남에 초청받았을 때 우담바라를 가져가 기증하고 아이들에게 집을 지어줬어요. 이 얼마나 상서로운 일이에요.”

자유로운 영혼

데미 킴은 꽃밭을 그리고 싶으면 실제 꽃을 심고 가꿔 그림에 담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데미 킴의 작품에는 생명력이 가득했다. 집 안 곳곳에 걸린 액자는 구성원을 감싸 안아주듯 포근하게 느껴졌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저를 잊지 않아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렬한 주황색 옷에 브로치로 포인트를 준 데미 킴은 그 자체로 강렬한 태양처럼 보였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