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은 장제원 존재감

다시 켜지는 ‘용산 스피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밀착해 의중을 잘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세에 지지 않고 늘 맞불을 놓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이야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이슈를 가지고 전면 배치됐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득과 실이 함께 존재한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장 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그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맨 앞에 있는 과학기술 분야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적 책무를 바로 세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첨예한 대치
다시 컴백

현재 과방위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사안들이 쌓여 있다.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 야권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그 덕에 다시금 실세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로 뛰어들면서 지근거리서 보좌했으며 윤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재 국민의힘 의원)과의 단일화를 이끌어 완벽히 당내 실세로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른바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함께 당을 장악하는 과정서 분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선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오르내리자 백의종군하겠다며 한발 빠졌던 그였다. 이런 탓에 장 의원이 전면에 나서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팽배했다. 


그런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스피커로서 다시 돌아왔다. 전당대회 룰 변경을 두고서 잡음이 커지고 분란이 생기자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이 잘되길 바라는 분들이 우리 당을 가장 헌신적으로 이끄는 당 대표를 뽑는데 뭐가 문제냐”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발언대로 이번 전당대회는 100% 투표로 결정됐고, 민심이 강했던 주자들이 순위서 밀리거나 줄줄이 출마가 불발됐었다. 

그동안 장 의원은 물밑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지원해왔다. 특히 전대 당시에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김 대표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장 의원의 일방적 밀어주기는 결국 김 대표를 당 대표직에 앉히는 데 성공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김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장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당내에선 일찌감치 분란의 씨앗이 발생할 조짐을 보였다. 그가 내년 총선 공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장 의원은 개인 정치는 없다고 선언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그의 행보는 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6월에도 당내 갈등 원인의 한 명으로 지목됐는데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큰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대통령 ‘임기 초 레임덕’ 현상까지 발생했었다. 당시 지도부의 내홍으로 난파선이 돼 결국 침몰해 버렸다. 장 의원은 당시에도 2선으로 후퇴한 바 있다.

일선 후퇴·전면 배치 연속적 반복
당내 막대한 힘 과시…이번에도?


이후 표면적으로는 모임을 주도하고 나서지 않았다. 자신이 전면에 노출될수록 국민의힘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걸 인지했던 듯 한동안 잠잠했다. 당내서 직접적으로 나서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그동안 당내 실세로 불렸던 그가 전대 후 거의 모습을 감추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에선 도대체 실세가 누구냐는 말이 나돌았다. 실제로 김 대표를 제외하고 당내서 중심을 잡아줄만한 지도부의 모습은 딱이 보이지 않는다. 

또 최고위원들은 각종 설화들로 인해 김 대표에게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5인회’가 실세라는 말들이 자주 거론된다. 최고위와의 소통보다 최근 실세로 떠오른다는 다섯 인물들과 자주 소통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구체적으로 5인회가 어느 인사들로 구성돼있는지 지목되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거의 매일 회동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오르내린다. 이들과 매일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방법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던 중 장 의원이 과방위원장을 맡게 돼 김 대표에게 힘을 싣게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당내에선 또 한 번 전운이 감지된다. 

앞서 본격적으로 장 의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국민의힘 의원의 모임으로 불리는 국민공감 재출범 직후였다. 

장 의원은 당장이라도 용산의 스피커 노릇을 하겠다는 태세다. 현재 과방위 주요 현안으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면직 이슈, 공영방송 개혁, 포털사이트 뉴스 배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다.

커지는
목소리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선출 직후 2시간 만에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리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현재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서 점수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면직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서 정부여당이 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준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장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만큼 앞으로 여야 간 치열한 싸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여당의 목소리보다는 용산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 면직으로 차기 방통위원장에는 현재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도 야당의 송곳 검증을 뚫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해버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과정서 장 의원이 원조 윤핵관으로서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그는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이는 등 회의 진행 등 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했다. 그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원회 사무총장을 향해 “허락 없이 이석했다”며 고성을 지르고, 민주당서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에게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동전의 양면

또 중앙선관위원회의 특혜 채용 의혹을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졌다. 결국 해당 논란은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고 박찬진 사무총장 및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바람대로 선관위 견제의 핵심 역할을 실행했던 셈이다. 

장 의원은 본래도 싸움을 피하지 않는 파이터 기질이 강한 편으로 야당과 설전을 벌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청문회 때도 강하게 나가며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과방위 전체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야당에 일절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실책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나 전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장 의원의 과방위원장 선출은 국민의힘으로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용산의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방면으로 민주당을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전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사태에도 이렇다 할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냈지만 정치적 반사효과가 크지 않았다. 

민주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탓에 한동안 올랐던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지지율은 다시 하락 국면을 맞았으며 국민의힘도 지지율이 빠졌다. 최근 과방위서도 오염수 문제는 가장 뜨거운 주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서 윤준병 의원이 “1만100크렐 방사성 세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위험의 징표”라며 “도쿄전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일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서 포획한 우럭서 1만8000베크렐의 방사선 세슘을 검출했다”며 “넓은 바다서 희석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야 공세 막을 때 장점으로 작용
몸집 커지면 오히려 악영향 지적도

반면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우리 바다에 올 일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로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연스레 장 위원장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장 의원의 등판은 분명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조직을 지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존재한다. 장 의원의 행보에 대해 비윤(비 윤석열)계가 다시 반격 태세를 갖출 수 있는 까닭이다. 

장 의원은 당내서도 적이 많은 편으로 등판만 하면 비윤계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미 윤 대통령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낙점됐고, 윤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도 힘을 발휘했던 바 있다. 

당내 영향력도 상당했다. 말 그대로 ‘용산 스피커’ 그 자체였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의원도 공개 비판을 당했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 불가론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장 의원의 말이 곧 용산의 의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등판이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다시 김 대표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 있다. 지금도 김 대표를 따라다니는 게 ‘바지 대표’라는 꼬리표다. 그 역시 장 의원과 호흡을 맞춰 민주당을 공격할 때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독이냐 
약이냐

당내 이슈를 혼자 독식할 경우, 지도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힘을 실어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장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통령실 마음에는 들겠지만, 좋지 않은 여론 탓에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물러났던 장 의원이 앞으로 용산 지키기에만 나선다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 의원의 전면 배치가 국민의힘에게는 좋을 수 있다”며 “과도하게 용산을 지키는 모습만 보이면 오히려 국민의힘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또 다른 윤핵관 권성동 근황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잠잠하다.

앞서 전당대회 당시 권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세까지 과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상황에서도 두 인물은 한 차례 갈등설이 불거졌다.

급히 수습에 나서서 갈등을 진화했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상임위 이동을 두고서 이상기류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것.

권 의원은 행안위로 자리를 옮겼다.

통상적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지만 ‘형제’로 불리다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온 탓에 나오는 소리다.

한편 권 의원은 최근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한 채 현안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 중이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