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좌우하는 3개의 ○세권

부동산 시장에서 ○세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개인별로 어떤 생활권에 살고 싶은지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거주하는 주택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싫어하는 편의시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병세권(병원 생활권) 또는 의세권(의료시설 생활권)은 연령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은 병세권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병세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짙다. 집 주변에 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를 싫어하는 젊은 층이 상당하다. 

입맛대로
고르세요

수세권(수변지역 생활권)과 뷰세권(경관을 즐길 수 있는 주거 위치)에 대한 선호도 엇갈린다. ‘경치는 한 달만 보면 끝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은 수세권과 뷰세권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마련할 때 수세권이나 뷰세권보다 차라리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이나 학세권 등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내리겠다는 취향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숲세권과 공세권도 산책과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되지만 벌레를 싫어하고 북적거리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선호 대상이다. 

학세권(학교 생활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층으로 주로 자동차를 보유한 젊은 싱글 가구다. 스쿨존에서 차량은 이동속도가 제한되고,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시행으로 교통사고시 더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세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업계에선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세권을 선택하라’는 조언이 있다.

예컨대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은 백화점·대형마트나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맥세권(맥도날드 생활권)이나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등이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낮에 조용한 주세권(술집이 많은 곳을 의미)도 생활 지역으로 적합하지만, 낮에 근무하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양한 ○세권을 갖춘 입지가 탁월한 주거 단지는 수요가 많아 사람들이 몰리고 그만큼 집값이 오르게 된다. 집값을 좌우하는 뜨는 ○세권 3인방으로 ▲올(All)세권 ▲뷰세권 ▲반세권(반도체 생활권) 등이 있다.

올세권 아파트는 주변에 교통·교육·공원·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단지를 의미한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몰세권, 의세권 등 인기 주거지 키워드가 다수 겹친 곳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가깝게 누릴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환금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들 단지는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만큼 매매시장서 거래가 활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불황기에는 가격 방어가 뛰어나 투자처로 관심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4월 33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5월 30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의세권… 
요즘 뜨는 올세권·뷰세권·반세권


해당 단지는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도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대치동 학원가와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양재천, 한티근린공원 등 교통·교육·상업시설·녹지 환경까지 모두 갖춘 다세권 아파트라는 평가다. 

올세권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하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를 쉽고 빠르게 누리면서 높은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자들의 옥석 고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주거 편의성과 높은 미래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단지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 통장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과 천, 호수, 바다 등 조망권 여부에 따라 아파트 청약경쟁률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조망권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수도권과 광역시 도심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239개 단지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강과 바다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망권이 있는 단지의 경우 평균 11.4대1을 기록한 반면, 조망권이 없는 단지는 8.6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격 방어
뛰어나다

조망권 프리미엄은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가격 편차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는 지역 평균 시세 대비 3.3㎡당 700만~800만원 비싼데, 전용 84㎡로 적용해 보면 2억~3억원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올해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 가운데 강이나 바다 등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분양이 예정된 단지 177개 중 17개 단지만 해당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 위치한 단지는 11개였다. 리조트나 호텔 등지서 볼 수 있었던 조망권에 대한 입지가 아파트 단지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지 희소성에 따른 장기적인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을 앞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반세권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대표적인 반세권으로 급부상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가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하면서다. 투자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대기업이…
오지의 변신

특히 K칩스법으로 용인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칩스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시설투자를 단행하면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정부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이 요동치고 있다. 처인구는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당해왔다. 그나마 남사읍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마저 ‘오지’라 놀림 당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아파트 주민들이 별안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원에 들어서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삼성전자가 5개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 등 총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가 700조원에 달하며,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415만㎡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 투자비만 121조8000억원에 이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은 즉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6725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총 3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원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 2일만 해도 3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2000만원이 올랐다. 6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20일 4억4000만원에 거래돼 11일 거래가격 3억4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고소득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어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것이고, 집값을 더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워낙 대형 호재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 부동산 투기꾼들이 엉터리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침체기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
동일 생활권서도 가격 편차 보여 

이들 지역에 토지 투자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토지 거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인시가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전역을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남사, 이동읍 내 주거지역은 60 ㎡,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0㎡, 녹지지역은 100㎡를 초과할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도시 지역에서는 농지 500㎡, 임야 1000㎡, 그 외의 토지는 250㎡를 초과할 때 해당된다.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노린 땅 투기를 방지하고자 지난달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지는 거주해야 하고, 상업용이나 공업용지는 실제 사업을 해야 거래를 허가해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의 토지 매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사이에 5일의 시차가 있었던 탓에 투자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남사읍에서는 45건, 이동읍에선 4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같은 기간 거래량은 남사읍 10건, 이동읍은 7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에는 분명 호재지만, 최종 완공 시기가 2042년으로 20년가량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거래된 토지의 지번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거래가 사업 예정지에 포함되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반도체 호재를 겨냥한 투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보다는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변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기 사업
투자 신중 

신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 부동산처럼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을 좌우하는 다양한 ○세권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올세권, 뷰세권이 뜨고 있다. 반도체 단지 조성 호재는 반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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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