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산책 ①태백 몽토랑산양목장

해맑은 유산양과 초원서 찰칵

피천득 작가는 〈오월〉이라는 수필에서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했다. 초록으로 물든 계절, 여행지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산소 도시’ 태백에 동물과 교감하는 몽토랑산양목장이 있다. 청명한 공기 속에 유산양과 나란히 초원을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에 빠진다. 여기에 신선한 산양유까지 마시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몽토랑산양목장은 해발 800m에 자리해,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몽토랑은 ‘몽글몽글 구름 아래 토실토실 유산양을 너랑 나랑 만나보자’는 뜻으로, 풀이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곳에서 하얀 유산양이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흑염소를 비롯해 여러 동물을 키워온 박성율 몽토랑 대표는 답사하러 스위스에 갔다가 유산양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공기 맑은 고원지대라는 태백의 환경이 알프스와 비슷해, 유산양 목장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언젠가 목장을 열겠다는 꿈이 유산양을 만나 현실이 된 것. 박 대표는 한국의 알프스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고, 2021년 몽토랑산양목장을 열었다.

유산양 목장은 양 목장에 비해 드물다. 유산양은 젖 생산을 목적으로 개량한 외래종 염소로, ‘젖염소’라고도 불린다. 몽토랑의 유산양도 산양유 생산이 주 역할이다. 몽토랑에는 유산양 130여 마리가 있는데, 종에 따라 털빛이 다르다. 몸 전체가 하얀 자넨종, 갈색 몸에 입 주변과 뿔 둘레 털이 하얀 토겐부르크종, 가죽과 털빛이 다양한 알파인종이 섞여 있다.

몽글몽글 토실토실

가족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순한 유산양 때문이다. 목장에 들어서면 초원을 어슬렁거리던 유산양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온다. 유산양의 친화력 앞에서 금세 무장해제 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유산양을 쓰다듬으며 함께 논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녀석도 있다. 한쪽에 누워 따스한 볕을 쬐거나 풀을 뜯는 모습, 다른 유산양과 장난치는 모습이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느긋한 유산양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가 있다. 먹이 주기용 사료를 든 사람이 나타날 때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료를 든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유산양이 이동한다. 유산양과 눈을 맞추고 먹이를 주는 기분이 우리 안에 있는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와 다르다.

풍경만 아름다운 목장이 아니라, 동물과 교감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순간이다. 지난해에는 새끼 양에게 젖 먹이기, 피자를 비롯한 각종 먹거리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내부 사정상 먹이 주기 체험만 가능하다.

몽토랑 만의 이색 프로그램 체험
옛 탄광촌서 만날 수 있는 과거

이외에 몽토랑의 이색 프로그램으로 피크닉 세트와 목장 체험 차박이 있다. 피크닉 세트는 목장에서 피크닉 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소품을 대여하며, 2인 입장료와 먹이 주기 체험 등이 포함된다. 목장 체험 차박은 목장에서 ‘차박’ 장소를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하루 2대만 운영한다.

유산양과 시간을 보낸 뒤에는 목장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자. 전망 덱이 곳곳에 마련되어 풍광을 조망하기 편하다. 가장 높은 전망 덱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태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왼쪽으로는 매봉산바람의언덕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목장을 돌아본 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산양유 맛보기다. 산양유는 소화가 잘되고,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 성분이 있어 건강에 유익하다고 알려졌다. 몽토랑에서는 매일 짠 신선한 산양유를 저온 살균해 내놓는다. 산양유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산양유를 넣은 크림빵과 식빵 등 가공식품도 다양하다. 산양유와 가공식품은 몽토랑 입구 카페에서 판매한다. 카페는 시원한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태백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유리창은 방문객이 인증 사진을 찍는 곳이다. 몽토랑산양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연중무휴), 입장료는 5000원이다(먹이 주기 체험 별도). 카페는 목장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몽토랑산양목장에서 자동차로 약 7분 거리에 태백 용연굴(강원기념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20m)에 있는 동굴로, 태곳적 신비가 엿보인다. 3억~1억5000만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진 동굴에는 해파리 모양 유석, 사하라사막을 닮은 석순 등 다양한 생성물이 즐비하다. 길이 843m로 한 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둘러보기 충분하다. 좁은 구간이 있어 안전모 착용은 필수다. 평균기온 9~12℃로 여름에 인기다.

구문소(천연기념물)는 용연굴과 함께 신기한 지질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지하에서 만나 석벽을 깎으며 형성된 지형으로,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모양이다. 구멍 아래는 깊은 웅덩이다. 구문소는 우리나라에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삼엽충이 다수 발견되어 ‘고생대의 보고’로 불린다.

태백과 석탄

태백을 이야기할 때 석탄을 빠뜨릴 수 없다. 구문소 근처에 석탄 산업이 호황이던 시절을 보여주는 철암탄광역사촌이 있다. 옛 탄광촌 주거시설에 조성한 생활사 박물관으로, 과거 태백의 흔적이 있다. 도로 뒤쪽으로 가면 하천 바닥에 지지대를 세워 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도 보인다. 탄광으로 향하는 남편과 아기를 업은 아내가 손 흔드는 야외 조형물이 태백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구문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몽토랑산양목장→태백 용연굴→매봉산바람의언덕
-둘째 날: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철암탄광역사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몽토랑산양목장 www.instagram.com/tae_baekdudaegan
-태백관광 http://tour.taebaek.go.kr/tour

문의 전화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 550-2081
-태백 용연굴 033)553-8584
-구문소(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3003
-철암탄광역사촌 033)582-8070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00 ~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터미널 정류장에서 10번 버스 이용, 브라이튼아파트 정류장 하차, 몽토랑산양목장까지 도보 약 35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34~19:10)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태백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60m 이동, 10번 버스 이용, 브라이튼아파트 정류장 하차, 몽토랑산양목장까지 도보 약 35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태백시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taebaek-pti.kr

자가운전
광주원주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강원남로→제천 IC에서 영월·제천 방면→신동교차로→고명교차로에서 영월·쌍용 방면→효자1길→몽토랑산양목장

숙박 정보
-태백산한옥펜션: 태백시 소롯골길, 033)552-2367, www.ok114.co.kr/0335522367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550-5800, http://taebaekhotel.com
-라마다태백호텔: 태백시 태백산로, 033)952-9888
-태백관광호텔쏘라노: 태백시 기장밭길, 033)553-8080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골목닭갈비(닭갈비): 태백시 장성로, 033)581-7911
-달리는부대찌개(닭갈비부대찌개·불낙전골): 태백시 번영로, 033)552-7456
-초막고갈두(고등어조림·갈치조림·두부조림): 태백시 백두대간로, 033)553-7388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주변 볼거리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태백 검룡소, 365세이프타운, 태백석탄박물관, 황지자유시장, 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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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