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놓친’ 강남 납치살인사건 전말

서울 한복판서 “살려주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강남 한복판서 납치 살인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관련자 신병을 확보하고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사 과정서 ‘살인 교사’ 의혹을 받는 배후도 드러났다. 피의자들과 피해자의 관계도는 한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들이 투자했던 코인의 등락 폭은 약 1800배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주택가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은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일당 3명은 범행 2~3개월 전부터 피해자 A씨를 미행하는 등 주도면밀한 납치 계획을 짰다. 

늘어나는 
피의자들

황대한과 연지호는 범행 당일 오후 4시경부터 A씨의 사무실 인근서 대기하다가 오후 7시경 퇴근하는 A씨를 미행했다. 때를 기다리던 이들은 오후 11시48분 강남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A씨를 폭행하고 차량으로 납치했다.

이들이 납치 당시 ‘신종 마약’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납치범들이 마취제로 알려진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최근 연예인들이 약물로 많이 검거되는데, 그들이 쓰는 불법 유통되는 약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 주장대로, 납치에 활용된 차량에선 마취제가 든 주사기가 발견됐다. 


도심 한복판서 벌어진 납치극인 만큼, 경찰의 사건 인지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경찰 추적이 범행을 막진 못했다.

피의자들은 여러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경기 용인시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했고, 이후에는 국도를 이용해 대전까지 이동했다. 다음 날인 30일 오전 6시경 A씨를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직후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택시를 활용해 도주했다.

피해자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마취제를)A씨에게 주사해 호흡이 멈추게 된 것”이라며 “아마 약물 과용으로 결국은 호흡 정지가 와서 질식한 것처럼 보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A씨를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을 뒀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A씨에게서 돈을 뺏고 죽이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서 ‘장비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나왔고 대청호에 답사를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부분 사망의 결말을 예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한 지 하루 만인 31일,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납치 현장 인근 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이들을 각각 오전 10시45분·오후 1시15분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지하철역·모텔서 각각 붙잡았다. 추가 공범으로 확인된 이경우는 오후 5시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물에서 긴급체포했다.


해당 건물에는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성형외과가 있다. 정황상 일당의 약물 수급처는 이곳일 가능성이 크다. 수서 경찰서는 지난 4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40대녀 납치, 6시간 뒤 대전서 살해 
범행 하루 뒤 피의자 3명 모두 검거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범행 수법과 동기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사정기관도 철두철미한 조사를 예고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에 이어 검찰도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경과를 보고받고 “경찰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에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의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초기에는 이들이 단순히 A씨의 가상화폐 지갑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검거된 피의자 3명 중 1명이 A씨의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이 납치 단 6시간 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금품만을 노린 범죄라고 보기엔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피의자 간의 관계, A씨와의 관계 등을 살펴봤을 때, 단순 강도 범행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열쇠는 이경우가 쥐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를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A씨와 일면식이 없고, 이경우에게 범행을 제안받고 범행도구도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경우는 A씨와 가상화폐 투자 문제로 면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거 이후로 계속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단순 강도?
아닐 텐데…

경찰이 살인 사주 가능성을 들여다보면서, 조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유모씨와 황모씨(이하 부인 황씨) 부부를 지목했다. 이들과 이경우는 모두 ‘퓨리에버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두고 A씨와 원한 관계로 얽혀있다.

경찰은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돈 수천만원을 살해 ‘착수금’으로 의심하며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퓨리에버 코인은 일명 ‘미세먼지 코인’으로 불린다. 퓨리에버 코인 측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자사 시스템에 공유하면 공기질 측정에 따른 보상으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특히 퓨리에버 코인 측은 공공기관과 대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불러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상장했으며, 상장 직후에는 개당 가격이 1만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반년 뒤인 2021년 6월에는 코인 가격이 17원으로 폭락했다.

이들은 모두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였다. A씨와 부부는 코인 초기 유통책으로 활동했다. A씨는 자신의 해외법인을 통해 확보한 코인 일부를 직접 판매했고, 다른 일부는 유씨 부부에게 넘겨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책임 공방이 오고 간 것이다.

판매대행 수수료에 대한 이견이 갈등을 부추겼다는 설도 나왔다. 뒤늦게 투자를 시작한 이경우는 퓨리에버 코인 투자로 약 86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경우와 A씨는 2021년 3월 부인 황씨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갈취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코인 가격이 폭락 중이던 당시, 이 둘을 비롯한 투자자 18명은 다른 투자자인 부인 황씨의 시세조종이 폭락 원인이라고 의심했다.

착수금
오갔나

이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부인 황씨를 찾아가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은 공동공갈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지만, 이경우는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둘이 범행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부인 황씨에게 빼앗은 가상화폐는 주도자인 다른 투자자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 측 변호사(지난 5일부로 사임) 등에 따르면 이경우는 이른바 ‘호텔사건’ 이후 시세조종 혐의에 관한 오해를 풀고 부부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과정서 이경우와 피해자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 황씨는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이경우는 2021년9월1일 부인 황씨에게 “투자금 8600만원이 휴지 조각이 됐다. 너무 힘들다”며 “한 번만 살려준다면 당연히 더 큰 보답을 할 것”이라고 3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나는)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도 말했다. A씨에 대해서는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면서 적대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부인 황씨는 같은 달 10일 이경우에게 총 4000만원을 건넸다. 오간 돈이 착수금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차용증을 쓰고 계좌를 통해 건넨 돈을 착수금으로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박이다.

결국 ‘미세먼지 코인’ 때문? 
살인 교사 의혹 배후 부부는? 

반면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가 범행을 대가로 공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경우가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에 기반해 부부를 출국 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결국 경찰은 유씨를 지난 강도 살인 교사혐의로 체포했다. 부인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받았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이경우에게 실제로 4000만원을 지급했는지,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뒷선으로 넘어가면서, 경찰이 보다 명확한 범행동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씨 또한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경찰 입장서도 혐의 입증을 위해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 사이 오간 법적 절차 도중 원한이 생겼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이경우와 부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와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이후 두 차례 만났던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소재의 유씨 자택에서 한 차례,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씨 회사 근처서 한 차례 만났다. 이때 이경우는 유씨에게 6000만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경우와 유씨가 지난해 초부터 범행 직전까지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지난 6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경우 측은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서 이경우와 부부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씨 외에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공범 관계나 배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폭넓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 부인
수사 계속

살인사건에 휘말린 퓨리에버 코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퓨리에버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가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퓨리에버 코인 재단 측은 사건 관련자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퓨리에버 코인 거래가는 지난 6일 기준 5~6원대를 오가고 있다. 고점 대비 0.06%에 불과한 수준이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