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 그림서 발견된 ‘위대한 승부’

19세기 중반 그려진 2인1조 골프 경기를 표현한 걸작이 하나 있다. 골프의 승부보다는 그림의 명장면 때문에 이 매치플레이는 200년이 지났음에도 최고의 골프 그림으로 회자되고 있다. 어떤 그림일까?

골프 경기만 주제로 삼는 골프 화가 찰스 리는 1847년 ‘골퍼, 위대한 승부’라는 그림을 그렸다. 1841년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가을 미팅 때 있었던 매치플레이를 당시의 화가인 그가 6년 뒤인 1847년에 그린 것이다. 올드코스를 배경으로 무려 58명이 그려진 이 그림을 통해 이날 매치의 명장면을 들여다보자.

역사의 흔적

19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스코틀랜드에서는 2인1조 베스트볼 방식이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시 포섬은 대부분 귀족과 사회 상류층 인사, 그리고 골프장에서 헤드코치로 있으면서 내기를 주로 하는 골퍼들이었다.

골프장에서 클럽 제조 공방을 운영하는 그들이었지만 당시에는 프로골퍼로 막 불리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조를 맞춰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펼치곤 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공식적인 시합보다는 내기가 걸린 사적인 포섬 경기에 열광했다. 그림의 장면은 ‘진저 맥주 홀’로 불리는 올드코스 15번 홀의 그린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의 키 작은 골퍼가 휴 리옹 메이페어 소령으로 그가 퍼트한 볼은 홀컵을 향해 굴러가고 있는 중이다. 홀컵 오른쪽 앞에는 상대편의 볼이 홀컵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이다.


골프 태동기를 이끈 선각자들
6년이 지나서야 완성된 그림

왼쪽의 검은 모자에 검은 트윗을 입고 있는 키 큰 골퍼는 메이페어 소령의 상대편인 데이비드 베어드 경으로, 몸을 과하게 숙인 채 볼이 홀컵으로 들어가는지를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에는 모자를 쓰지 않은 흰바지를 입은 베어드 경과 한 조인 랠프 앤스트루더 경이 몸을 뒤로 제치고 볼이 홀컵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듯이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맨 오른쪽의 검은 복장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메이페어 소령과 한 조인 캠벨 프로는 파트너의 퍼팅을 믿으며 느긋하게 볼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로열 앤드 에인션트 클럽 회원이면서 노스베릭 클럽 회원으로, 동시에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훗날 메이페어 소령은 세인트 앤드루스 시장으로도 재직하며 올드코스를 오늘날의 유서 깊은 골프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

글랜새들 지역의 프로골퍼인 캠벨은 모든 스포츠에 능한 골퍼로서 장타를 날리는 선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데이비드 베어드 경 역시 우수한 골퍼로 1843년 영국왕실골프협회인 R&A의 캡틴이었고, 랠프 앤스트루더 경 역시 1825년 R&A의 캡틴이었다.

이날 대결의 결과는 문헌에 기록돼있지 않지만, 주변의 관중이 당시 사회에서 저명한 귀족과 상류 인사들인 것으로 보아 꽤나 관심이 있었던 매치플레이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경기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찰스 리는 경기가 끝난 지 6년이 지나서야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등장한 58명의 이름을 한 명도 빠짐없이 기재할 정도로 세심함과 탁월한 기억력을 보였기에 그림이 더 유명해졌다.


포섬 경기 주름잡은 저명인사
영국 도박 시초가 올드코스?

그림의 뒤쪽으로는 올드코스의 초원을 그렸고 왼쪽 멀리로는 세인트 앤드루스의 시가지를 배경으로 그려 넣었다. 주인공들의 대결이 주는 의미는 19세기 중반에 하루도 빠짐없이 영국 전역에서 상류층들의 매치플레이가 열렸음을 대변해 주는 것이다.

올드코스에서 해마다 주최되는 가을 미팅은 그야말로 축제다. 수많은 음식과 스카치위스키가 곁들여졌고, 남녀가 함께 올드코스 잔디에서 파티를 즐긴다. 물론 거의 도박에 가까운 판돈이 걸리면서 골프 경기도 갖게 된다.

21세기에도 현존하는 이른바 영국 도박사들의 시초가 올드코스에 모인 시민들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는 만큼 당시의 골프 도박에는 꽤나 많은 판돈이 걸렸다. 그만큼 가을 미팅에서의 골프 시합은 흥미진진했으며, ‘위대한 경기’로 명명된 이 그림 속의 대회 역시 그중 하나다.

이 그림은 50여명의 화가가 도움을 주어 그림을 시작한 지 3년째인 1850년에 가서야 펜으로 인그레이빙을 끝마쳤다. 131㎝×214㎝ 캔버스에 오일페인팅을 한 유화다. 그림을 그릴 때의 가격은 찰스 리가 받은 400파운드였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측은 2002년 무려 1100만파운드(약 150억원)를 주고 사들여 현재 보관하고 있다.

남다른 의미

초판 프린터로 카피된 리프린트 첫 번째 에디션 100점도 오늘날 프린트임에도 불구하고 한 매당 1500만원대 몸값을 자랑한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4명의 골프 시합보다 그림이 더 유명해진 경우다. 2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프린트와 복사본이 제작된, 골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19세기의 당시 스코틀랜드 시민들도 이 그림의 복사본을 구해 집안에 걸어두는 것이 유행일 정도로 유명했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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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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