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헌재 선고 후폭풍

민주당 ‘판정승’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장 11개월을 끌어온 ‘검수완박’ 대립이 민주당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유효성을 인정해주면서다. 그간 검수완박에 대항하며 정치적 명분을 쌓아온 여당(국민의힘)과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다. 무리한 입법에 따른 ‘역풍’ 위기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법이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효력을 인정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3일 임기 마지막 정기 국무회의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공포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5대 4

이날 헌재는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한 반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 가결·선포 행위에 관한 권한쟁의는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입법 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안의 효력은 유지한 것이다.

헌재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입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이 당시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청구인(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은 점’과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한 점’을 들어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헌재는 한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 개정의 행위로 인한 권한 침해와 그 행위의 무효 확인 등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사안 자체를 검토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이들에게 청구인 자격이 없다는 이유다. 

헌재는 다수 의견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수완박 법안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명시했다. 

11개월 만에 결론 ‘일단락’
“입법 절차 문제 있어도 유효”

아울러 헌재는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이들은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라고 규정한 헌법 12조3항(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16조(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를 들어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으로 보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을 ‘영장 신청 과정에서 한 번 더 검토해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일제히 입장을 밝혔다. 공감하기 어렵다면서도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검수완박 법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는 어렵다”며 “(그래도)법무부 장관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현재 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역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어떤 법률과 제도 아래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를 겨냥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며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 사실 유포는 아니라고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하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나”며 “정말 어이없다.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다”고 맹폭했다.

희비 갈린 여야…정부 ‘대략 난감’
일각선 “꼼수 입법 면죄부” 비판도

국민의힘이 유독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검수완박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서사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검수완박은 윤 대통령을 정치로 끌어들인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검수완박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문재인정부를 비롯한 민주당과 정면 충돌했다.

윤 대통령은 반검수완박 기치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금까지 주된 동력원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헌재가 법안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이 같은 서사에 흠이 갔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민주당은 입법 과정에서 둔 여러 무리수 때문에, 검수완박 법이 무력화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헌재 결정이 이를 해소해준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장관의 무모한 정치소송은 헌재로부터 각하당했다”며 “헌법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의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그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온 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길이 열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을 지킨 것을 넘어, 검찰 수사권에 관한 추가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헌재 결정이 검찰의 운신의 폭을 크게 줄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개정안 통과 이후 한 장관이 지난해 9월 도입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이 있어서다.

현재 검찰은 검수원복 시행령을 근거로 검수완박 견제를 상당 부분 방어하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는 나온다. 헌재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 등 검찰이 독소조항으로 꼽은 대목의 위헌성을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맛대로?

이날 헌재는 수사권이 검사의 ‘법률상’ 권한이므로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수사권의 주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도 우려가 이어졌다. 국회의원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자주 오르는데도, 헌재가 국회의 ‘권한 악용 소지’를 열어줬다는 지적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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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