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10번째 개인전’ 박상혁

네모나네 소우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마리에서 박상혁 작가의 개인전 ‘소우주 Microcomos’를 준비했다. 박상혁은 캐릭터 ‘네모나네’를 모티브로 회화와 조각, 디지털아트 작업과 풍경을 재해석한 ‘엣지 시리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박상혁의 ‘소우주’ 전시는 그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박상혁과 오랜 시간 함께한 ‘네모나네’의 여정과 2018년부터 시작된 엣지 시리즈 작업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 60여점으로 구성됐다. 

정체성

박상혁은 2003년 짧은 애니메이션을 위한 스케치 과정에서 네모나네를 처음 만들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네모난 얼굴에 네모난 눈, 단순한 형태의 몸통을 연필로 그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 사소하고 우연한 스케치를 지금까지 다듬으며 작업을 지속했다. 

네모나네 캐릭터로 진행하는 일련의 작업은 작가 개인으로부터 자원을 가져온다. 박상형은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과 세계관을 반영하며 네모나네를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네모나네가 작가 박상혁을 말해주는 셈이다. 

2003년부터 함께 한 캐릭터
자라지 않는 소년의 모습으로


단순한 스케치서 출발한 네모나네는 회화와 드로잉, 영상과 입체 조형물부터 크립토아트까지 다양한 스테이지서 마주할 수 있다. 네모나네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소년 또는 아이의 얼굴로 20년을 박상혁과 함께했다. 

박상혁은 “한 사람이 공동체로부터 소외됐거나 그 존재가 무시당할 때 네모나네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말하고 싶다”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서 개인으로 마주하는 모든 현상을 이해하려 노력한 해석의 결과를 네모나네를 통해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모나네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간극서 나타나는 고독한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결핍을 나의 정서와 경험 위에 올려놓는 것으로 작품의 세계관을 구성한다”며 “네모나네는 인간을 닮은 캐릭터이자 작가의 비언어적 표현, 즉 회화나 조형으로 불특정 대상과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매개”라고 덧붙였다. 

Projected Nemonane(투영된 네모나네)로 명명된 PN 시리즈는 박상혁의 대표작이다. 박상혁은 긴 시간 동안 캐릭터를 변주하지 않고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 시리즈가 추구하는 목적은 내 주변서 받는 외적 간섭을 투영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네모나네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자연요소+인간 흔적
“자연스럽게 느꼈다”

박상혁은 PN 시리즈서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그리지 않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구체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요소를 배제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감상이 편중되지 않기를 바랐다. 

화면 속 주인공이면서 작가 자신이기도 한 네모나네는 항상 홀로 있지만 끊임없이 교감하고 관계 맺기를 원한다. 자연의 일부, 공간의 일부, 상황의 일부가 되는 캐릭터다. 작업이 거듭될수록 주변의 많은 것은 뒤바뀌지만 그 속에 변하지 않는 네모나네의 존재는 더욱 선명해지고 고유성을 갖는다. 


엣지 시리즈는 무한하고 부드러운 자연의 선과 인간이 만든 직선이 함께하는 풍경을 재해석한 회화 작업이다. 박상혁은 작업 공간인 서울과 경기도 양평을 오가며 자연요소만 존재했을 공간에 인간이 만든 도로와 건축물, 각종 문명의 이기가 침묵 속에 함께 도열해 있는 풍경을 마주했다. 그는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결핍

갤러리마리 관계자는 “박상혁은 작업을 통해 본질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그림 안에 감춘다. 그리고 그 간극서 생기는 빈 공간을 우리에게 마련해준다”며 “작가가 의도한 것을 보거나 느끼기보다 각자의 정체성과 결핍을 따라가도록 하는 박상혁의 회화적 언어방식을 통해 고유의 정서적 경험을 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박상혁은?]

▲1969년생

▲학력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조형미술대학교 회화 전공(2000)

▲개인전
‘소우주 Microcosmos’ 갤러리 마리(2023)
‘네모나네의 섬’ 메타갤러리 라루나(2022)
‘섬’ 와우갤러리(2022)
‘네모나네 Nemonane’ 토포하우스(2021)
‘투영된 네모나네’ 갤러리1(2021)
‘NOCTURNE’ 갤러리 아트엠(2018)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스페이스M(2017)
‘December 36.5℃’ 롯데갤러리 일산점(2013)
‘Lost and Found’ 구리아트홀(2013)
‘네모나네와 함께’ 영은미술관(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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