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WBC 참사

  • JSA뉴스 jsanews@jsanews.co.kr
  • 등록 2023.03.21 08:27:55
  • 호수 1419호
  • 댓글 0개

무너진 마운드 미래도 어둡다

[JSA뉴스] 한국 야구가 고개를 숙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지만 허황된 꿈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마운드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간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해온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이을 후계자를 찾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건’들이 잇단 부진을 보이면서 세대교체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탈락 수모

이강철 감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는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이번 WBC 대표팀 명단을 구성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 양현종이 발탁된 가운데 신인이 대거 승선했다. 대표팀 투수진에서 김광현과 양현종, 이용찬(NC 다이노스),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고영표(KT 위즈)를 제외하면 모두 20대다.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2002년생으로 투수, 야수를 통틀어 가장 막내다. 2001년생 소형준(KT), 2000년생 김윤식(LG 트윈스)‧원태인(삼성 라이온즈), 1999년생인 곽빈‧정철원(이상 두산 베어스)‧정우영(LG), 1998년생 고우석(LG), 1997년생 구창모(NC)가 대표팀에 선발됐다.

기대 컸는데…영건 잇단 부진
마운드 세대교체 목표 물거품


젊은 선수들은 큰 대회를 치르면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감독과 KBO 기술위원회는 향후 한국 마운드를 이끌어줘야 하는 영건들이 김광현, 양현종 등 베테랑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며 성장세를 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영건들이 WBC 무대에서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차세대 에이스 발굴도 수포로 돌아갔다. 향후 대표팀 선발진의 한 축을 이뤄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우완 소형준은 호주와의 경기에 구원 등판했으나 ⅓이닝 1피안타 2실점으로 흔들렸다.

7회 등판해 몸에 맞는 공과 안타, 희생번트를 허용하면서 1사 2, 3루의 위기를 만든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일본전에서는 곽빈, 정철원, 김윤식, 구창모, 이의리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모두 실점하며 흔들렸다. 특히 6회 무사 3루 상황에 등판한 김윤식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극심한 제구 난조를 보인 후 강판됐다. 

점수 차가 10-4까지 벌어진 6회 1사 1, 2루 상황에 등판한 정우영은 오카모토 가즈마에 적시타를 맞으며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7회에는 구창모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나카노 다쿠무‧라스 눗바에 안타를 맞아 1사 1, 2루에 몰렸다. 한국은 마운드를 이의리로 교체했지만, 이의리는 볼넷을 3개나 내주면서 무너졌다.

약체 체코와의 경기에서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곽빈이 1⅓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태인이 두 차례 등판에서 3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것이 대표팀에 작은 위안이었다.  

구창모·이의리·소형준 난조
“KBO 주력 투수 거의 외국인” 


이번에 대표팀에 발탁된 영건들은 KBO리그서 최고 유망주로 평가를 받는다.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줬기에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 공인구 부적응, 컨디션 난조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국제 무대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기대했던 패기 넘치는 투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구 난조 속에 자멸하는 모습만 보였다. 젊은 투수들의 부진 속에 한국 마운드는 처참히 붕괴됐다. 한국의 3경기 팀 평균자책점은 8.31에 달한다.

이번 대회 4전 전승을 거둔 일본은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가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2피안타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는 등 영건 발굴에도 성공했다. 한국으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일본 야구 평론가인 사토자키 도모야는 한일전에서 한국이 4-13으로 대패한 후 “한국 리그는 주력 투수가 거의 외국인 선수다. 에이스는커녕 KBO리그에서 자국 투수를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허황된 꿈

이 감독은 “불펜에 젊은 투수가 많은데, 일본전 패배 후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있냐”는 <MLB닷컴> 기자의 질문에 “이 선수들이 앞으로 성장해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야 한다. 결과에 대해서 본인들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좋은 기회로 여기고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