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로또 사업자 선정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13 15:03:46
  • 호수 1418호
  • 댓글 7개

“절대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행복복권이 서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사이 복권사업 관련 소송이 시작됐다. 이 와중에 동행복권은 행복복권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앞서 2021년, 동행복권은 복권 인쇄 과정 중 실수로 대형 사고를 냈던 회사다.

“복권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6조4000억원이 팔린 정부 최대 민간위탁사업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희망입니다. 복권으로 형성된 기금은 사회취약계층 복지 재원 등으로 사용됩니다. 매우 중요한 국가사업인 것이죠. 그런데 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공무원은 비리와 유착이 많은 기업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흠 많은 특정 사업자에게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사업자에게 가혹한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 ‘밥그릇 싸움’ ‘진흙탕 싸움’과 같은 물타기식 표현으로 폄훼하는지 대답해주십시오.”

방송에
나오고…

이는 지난 7일, 행복복권 공동대표 A씨가 발표한 입장문이다. A씨는 해당 입장문을 통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의 유착 비리 의혹 및 공익신고자 보복 행위에 대한 조사와 관련 공무원 처벌을 촉구했다.

행복복권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A씨가 공익신고 제보자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시작은 동행복권이었다. 이들은 2018년 3월7일, 4기 복권 수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업무 수행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2021년 9월, 동행복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복권 인쇄 과정 중 대형 사고를 일으켰는데 즉석복권이 지면상으로는 당첨됐지만 전산 확인 시 당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던 것이다. 해당 1000원짜리 58회차 복권은 지난해 2월까지 판매됐다. 총판매량은 4000만장인데 반품된 건 2만7000여장뿐이었다.


57회차부터 62회차까지 1등 복권이 나오지 않은 건 이 회차가 유일하다. 이 시기에 A씨는 동행복권에서 ‘개발·운영 하청 업무’를 수행했다.

이때 일을 수행하며 알게 된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과 동행복권이 하자 복권을 판매한 사실 ▲1, 2등 고액 당첨 복권이 어느 판매점에 출하됐는지 알게 한 사실 등을 공익신고했다. 당연히 공익신고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A씨는 지난해부터 행복복권에서 ‘5기 복권 수탁사업자’에 입찰을 준비했다. 사업명은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으로, 선정 시 이듬해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복권사업을 맡게 된다. 입찰은 조달청 일반경쟁 입찰로 진행되며, 입찰수수료율은 복권 매출 7조9000억원 기준 1.1281%다.

결과는 좋았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1월19일 “‘행복복권 컨소시엄’이 차기 복권 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선정 발표와 함께 이날 A씨가 공익신고했던 내용도 방송으로 보도됐다. 사건은 2021년 벌어졌지만 기획으로 준비된 방송이었다. 방송사는 취재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A씨의 회사명과 실명이 그대로 거론됐다. 방송사는 즉시 A씨에게 사과하고 수정했다.

과징금 서류·대표 경력 사항 다르다고…
경쟁 업체인 동행복권에 문의한 복권위

이변이 생긴 건 지난달 3일로,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에 복권 수탁사업 선정자를 뽑을 때 제출한 제안서 기재 내용 중 ‘구성원 등의 과징금 현황’이 사실과 다르니 확인하고 10일 안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1차 소명자료를 제출하자 같은 달 17일, 이번에는 A씨 경력 사항이 사실과 다르다며 2차 소명자료를 요청해왔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명서와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가 요청했던 소명자료들을 보냈고, 지난달 23일 오전 조달청 계약심사협의회에 참여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이날 오후 3시 ‘행복복권을 협상 적격자에서 제외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행복복권은 협상 부적격 통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사실과 달리 기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배제 조치했다. 실질적으로 비리를 알린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불이익 조치”라며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비리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거짓말로 복권 수탁사업을 따낸 파렴치한’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다른 입장을 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행복복권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조달청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사실과 달랐다. 이를 토대로 행복복권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조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 보전 등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면, 과징금 현황과 A씨의 이력 사항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행복복권 측 입장이다.

인쇄 실수
대형 사고

우선 과징금 확인은 도덕성 평가를 위한 것이다. ‘복권법 시행령’ 제9조 제3항에는 ‘(재)수탁사업자에 한정해 영업활동, 재산 상황 등에 대해 복권발행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명시돼있다.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에는 ‘제안 업체의 도덕성 및 공공성’이란 제목이 있다. 여기에는 ‘지분 비율 5% 이상인 구성원, 구성원의 대표자, 구성원의 최대주주 및 지배회사에 대해 최근 5년 이내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과 관련해 부과받은 과징금 현황’을 요구한다.

즉, 복권법보다 제안요청서의 도덕성 평가를 확장한 것이다. 특히 제안요청서는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의 과징금 현황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현재 시행 중인 법률만 따져도 과징금 종류는 수백개에 이른다. 또 과징금 종류도 수시로 변경되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징금 부과 권한은 ▲법령 소관 부처의 장 ▲개별 지방자치단체장에게까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제안요청서는 과징금 유형, 부과 원인, 액수를 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6일, 복권위원회는 ‘제안요청서 설명회’서 “행정기관에 문의해보니 ‘과징금 현황 확인서’라는 별도 양식이 없어 발급이 곤란하다”는 질문에 “과징금에 한정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과징금 현황 확인서는 공식적인 법정 증명서류(양식)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안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노동부, 조세의 4개 분야별 과징금 소관 부처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현황에 대해 문서로 확인 요청해 회신 공문을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공익 신고
그 후…

복권위원회는 해당 질문에 세 번이나 똑같이 답했다. 이들은 제안요청서에 ‘모든 과징금’ 또는 ‘부과된 전체 과징금’ 제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 제안요청서 과징금을 ‘등’으로 확대해석해 과징금 현황 범위를 무한정 확장했다. 

결국 행복복권은 이 같은 과징금 확장은 복권사업의 도덕성과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권위원회는 A씨의 경력 사항도 문제 삼았다. 그가 제출한 경력 사항은 동행복권에서 ▲시스템 구축 ▲시스템 운영 ▲블록체인 도화 사업 ▲연금복권 720 개발 ▲PTMS 시스템 개발 ▲PTMS 상황실 운영이 기재됐다. 또 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토토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및 개발 ▲스포츠토토 고정 배달율 시스템 국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 경력을 두고 복권위원회는 “A씨가 한 프로젝트는 총괄(Project manager)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는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리·유착 기업 두둔”
“물타기 표현으로 폄훼”


복권위원회가 인정한 프로젝트는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뿐인데, 이 부분도 총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허위 기재라고 주장한다. 복권위원회의 이런 판단에 대해, 행복복권이 청취한 의견은 “동행복권과 국민체육공단으로부터 투입 인력을 확인받았다”는 언급뿐이었다.

하지만 동행복권 역시 복권 수탁사업 참여 회사였다. 게다가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적격 대상자에서 제외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진한 것이 동행복권이다. 복권위원회는 사업 이해당사자인 동행복권 회신을 근거로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상한 점은 동행복권이 제출한 제안서 중 ‘핵심 보유인력 선행사업 경험’에는 A씨를 두고 ‘복권 경력 분야 17년’이라고 기재했다. 역할은 총괄이었다.

행복복권은 A씨의 경력에 대해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동행복권 시스템 운영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블록체인 고도화 사업 관련자료 모음 ▲연금복권 720 개발 사업 관련 자료 모음 ▲PTMS 시스템 개발 관련 자료 모음 등의 자료로 해명했다.

이외에도 복권업무 관련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업무 지시 메일 등도 자료로 제출했다. 실적증명서와 계약서도 존재했고, 열거된 복권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도 A씨가 총괄 역할을 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앞서 A씨의 경력을 증명한 사실 확인자 명단도 존재한다.

행복복권 관계자는 “방송에 A씨의 실명이 나갔다. 정말 순식간에 소속 회사 이름과 실명이 나갔다. 아마 복권위원회도 당일에는 몰랐는데, 그때 특정된 것 같다”며 “행복복권이 자격 박탈된 뒤 동행복권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는데 이들은 지난해 즉석복권 오류로 벌금과 위약금을 냈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악의적 해석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벌금, 위약금은 물어보지 않고 과징금만 물어본 것도 이상하다. 소명 자리에서 이미 민간업체 확인서도 제출했지만 복권위원회는 A씨가 PM이 아니란 것만 주장한다”며 “동행복권에서 확인하는 것도 ‘동그라미 칸’ ‘엑스 칸’을 만들어 표시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허위 경력이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냐. 본인들이 사업하려면 당연히 사업에 참여 안 했다고 하지 않겠냐. 악의적으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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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