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여행 ②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음악과 떠나는 시간 여행

콧노래가 절로 나는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감성을 채우는 음악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가면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담긴 대중음악을 보고 듣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초 대중음악부터 K-팝까지 대중음악 100년 역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진다. tvN 〈알쓸신잡〉과 JTBC 〈캠핑클럽〉, Mnet 〈유학 소녀〉 등 각종 TV 프로그램에 소개돼,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큼지막한 기타 조형물이 건물을 장식한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안으로 들어가면 기타 수십개를 쌓아 올린 탑이 맞이한다.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관람을 시작한다. 매표소 오른쪽에 음표가 그려진 계단이 있는데, 계단을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난다. 전시관 곳곳에 음악 퀴즈를 푸는 코너도 마련돼있다.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지만 재미난 장치가 여기저기 있어 흥미를 더한다.

흥미거리 가득

박물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야외 공간으로 구성된다. 핵심 전시 공간은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볼 수 있는 2층과 소리 예술 과학 100년 역사를 담은 3층이다. 2층에는 1896년 노래가 녹음된 에디슨 실린더 음반부터 일제강점기에 슬픔을 달래준 음악, 1940년대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을 담은 노래, 세계를 강타한 K-팝까지 국내 대중음악사 관련 자료가 전시된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미덕은 전시를 넘어, 시대별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주에 왔으니 1940년대에 발표된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힘은 가족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기도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1970~1980년대 대중음악 코너에서는 부모님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고, 2000년대 코너로 넘어가면 자녀들이 부모님께 요즘 음악을 설명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전시품은 유충희 관장이 30년 이상 수집한 자료가 대부분이지만, 가수에게 기증받은 자료도 적지 않다. 장욱조를 비롯한 여러 뮤지션은 악기를, 윤복희는 무대에서 입은 피터팬 의상을 기증했다. 가장 다채로운 기증 자료가 있는 곳은 BTS기증관이다.

국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BTS) 기념품과 음반 등 다양한 자료를 기증했다. 포레스텔라관과 트로트 신동 김태연 코너도 팬들의 기증품으로 풍성하게 꾸몄다.

2층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방대한 자료에 놀랐다면, 3층에서는 소리에 감동할 차례다. 축음기, 라디오, TV 수상기 등 소리 예술 과학 100년 역사가 함축적으로 전시된다.

시대별 음악들 직접 청음 기회
500여평 규모의 공연무대도 마련

1926년 대형 극장에서 사용한 미국의 웨스턴일렉트릭 스피커를 비롯해 알텍랜싱, 영국의 탄노이 등 세계적인 음향 회사의 희귀한 장비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자. 진귀한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웅장한 소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때문에 다시 찾는 이가 적지 않다.

1층에도 웨스턴일렉트릭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음악감상실이 있다. 연주회나 공개방송 등 문화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음악감상실 옆에 자리한 카페 랩소디인블루는 더치 커피를 기타 모양 틀에 얼려 만든 ‘기타치는더치라떼’가 인기다. 카세트테이프로 채운 벽도 포토 존으로 손색없다.

지하 1층은 만화주제가관으로 〈로보트태권브이〉를 비롯해 다양한 애니메이션 주제가 관련 자료와 피겨가 전시된다.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이다. 재방문 시 ‘한대박 매니아 쿠폰’을 발급하면 8000원으로 요금을 할인받는다.


1650여㎡(500여평) 규모로 조성한 야외공연무대는 콘서트장으로 활용한다. 보문호반동요제와 최성수 콘서트 〈10월의 마지막 밤〉 등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야외공연무대 근처에는 방탄소년단이 ‘화양연화 pt.1’ 앨범 재킷을 촬영한 보문정이 있다. 연못과 어우러진 아담한 정자로, 봄에는 벚꽃이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경주 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곳이 대릉원 일원(사적)이다. 신라시대 고분 23기가 모여 있어, 산책하다 보면 고도(古都)를 여행하는 실감이 난다. 내부를 공개하는 천마총, 유일한 왕릉인 미추왕릉(사적), 쌍분이 눈에 띄는 황남대총 등이 볼만하다.

목련 꽃이 피는 봄에는 웅장한 황남대총 사이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양희은의 ‘하얀 목련’도 들어보자.

대릉원 옆에는 황리단길이 있다. 황남동 내남네거리에서 사정동 황남초교네거리까지 ‘황남 큰길’이라고 불리던 길로, 젊은이가 많이 찾는다. 독특한 카페와 근사한 식당, 경주 기념품을 판매하는 소품 가게, 동네 책방 등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 이어진다.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옛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소소한 골목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월정교로 마무리

여행 마무리는 월정교가 좋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760년(경덕왕 19년)에 놓은 다리다. 조선시대에 유실됐다가 2018년 복원했다. 경주 월성(사적)과 남산을 연결하며,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화려한 멋을 풍긴다. 문루 2층 디지털전시관에서 월정교의 역사와 복원 과정을 보여준다. 월정교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아름답지만, 월정교 앞에 있는 징검다리서 다리를 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국대중음악박물관→경주 대릉원 일원→황리단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국대중음악박물관→보문정→경주솔거미술관 
-둘째 날: 황리단길→경주 대릉원 일원→첨성대→월정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한국대중음악박물관 www.kpopmuseum.com
-경주문화관광 www.gyeongju.go.kr/tour

문의 전화
-한국대중음악박물관 054)776-5502
-대릉원 054)750-8650
-경주역관광안내소 054)772-3843

대중교통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9~10회(06:50~22:0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00m 이동, 700번 버스 이용, 힐튼호텔·KT수련원·하이코 정류장 하차, 한국대중음악박물관까지 도보 약 17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경주시내버스 054)742-2690, www.newsmilebus.com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17~20회(05:15~21:30) 운행, 2시간~2시간50분 소요.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700번 버스 이용, 힐튼호텔·KT수련원·하이코 정류장 하차, 한국대중음악박물관까지 도보 약 17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경주시내버스 054)742-2690, www.newsmilebus.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상주영천고속도로→경주 IC에서 경주·경주국립공원 방면→구황교네거리에서 감포·보문관광단지 방면→보문교삼거리→천군네거리에서 보문관광단지 방면→한국대중음악박물관

숙박 정보
-소설재 첨성대점: 경주시 포석로1050번길, 070-7357-7412, www.soseoljae.com
-황남관: 경주시 포석로, 054)620-5000, hwangnamguan.co.kr
-경주수호정: 경주시 포석로1068번길, 054)772-5871, www.경주한옥민박.kr
-베니키아스위스로젠호텔: 경주시 보문로, 054)748-4848, www.swissrosen.com
-더케이호텔 경주: 경주시 엑스포로, 054)745-8100, www.thek-hotel.co.kr/gjmh/index.do
-딮게스트하우스: 경주시 북정로, 010-7321-9258, https://blog.naver.com/deeephostel

식당 정보
-대릉갈비(꽃갈비): 경주시 포석로1068번길, 054)771-7328, www.instagram.com/daerunggb_
-진미식당(불고기쌈밥·떡갈비쌈밥): 경주시 포석로, 054)746-5656
-함양집 경주보문점(한우물회): 경주시 북군1길, 054)777-6947
-경주원조콩국(콩국·콩국수): 경주시 첨성로, 054)743-9644
-맷돌순두부(맷돌순두부·해물순두부찌개): 경주시 북군길, 054)745-2791

주변 볼거리
경주엑스포대공원,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불국사,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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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