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최고위원 후보를 만나다> ‘끝까지 나답게’ 허은아

“이 당,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반전에 돌입했다. 당 대표, 최고위원 선거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비윤계, 친윤계의 극심한 대립 탓이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하는 만큼 후보들은 열의가 넘친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번 전당대회서 지도부 입성은 필수다.

“나라는 국회의원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세금 주기 아깝지 않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국민의힘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당의 때를 벗겨달라는 요청을 받고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미지 컨설턴트 출신답게 의원실은 입구부터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돼있었다. 

딱딱한 인상보다는 환하게 열려 있으니 누구든 들어오라는 이미지마저 느껴진다. 허 후보는 오로지 민생을 위해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허 후보를 만나 출마 이유, 현장에서 보고 느낀 당원 이야기, 공약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허은아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공정·혁신이다. 지금까지 3년 동안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또 한 가지는 선출직으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부분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유를 말하고, 공정한 사다리를 마련하려면 공정한 시스템이 늘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사람이 혁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개혁파다. 

-최고위원 출마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출마 이유는?


▲대선을 기점으로 우리 당 이미지는 바뀌었다.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이 돼야 하는데, 공정도 자유도 사라지고 폭력과 구태가 횡행한 상태다. 이 안에서 ‘내가 지켜봐야만 하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꼭 나여야만 할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스스로 자질이 있는지도 되돌아봤다. 두 번째는 겁이 났다. 지금 당내 분위기 자체가 약간 겁나는 분위기다. 

-출마 고민을 상당 기간 동안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20대라면 덜 두려웠을 것이다. 20대부터 실패를 많이 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DNA가 내재해 도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사실 좀 겁났다. 아이도 있고, 나보다 가족 생각에서다.

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부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허은아답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권력을 얻겠다고 시작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난 당당하다. 

자유·공정·혁신 최우선 가치로
현장서도 윤핵관 겁나 몰래 응원  

-현장에선 어떤 목소리를 들었나?


▲시장도 가고 현장 가서 당원 목소리, 국민 목소리를 들어보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신다. 당 좀 살려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몰래 불러서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혹시라도 우리가 잘못될까 봐 그러신단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우리가 상당히 걱정되시나 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사실 존경까지 받을만한 인물이 아니다. 배운 대로 정치인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상식으로 일을 해왔다. 당원들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부분을 갖고 존경한다, 고맙다. 이준석 전 대표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얼마나 일을 못해서, 우리 당이 도대체 어떻게 해왔기에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지긋하신 60, 70대 분들이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찾아가는 게 힘들지 않나?

▲대구서 출발해서 경북 영천·군위·의성·상주·문경까지 여러 곳을 갔다. 군위는 시장에 가기로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고 가지 말라고 들었다. 그 정도다. 마지막에 갔던 곳도 상점에 딱 두 분이 계셨다. 문경도 나름 큰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 놀랐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현장에 가면 꼭 시장을 찾는다. 큰 시장이 아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이다. 막상 도착하면 시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람도 없다. 어르신 몇 분이 거기서 장사하고 계신다. 지역 시장에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장사하시며 40년째 책임당원으로 계신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께선 내게 “젊은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 힘들겠다”며 걱정해주셔서 너무 미안했다. 그 시장은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도대체 그동안 뭐 했길래 이렇게 방치하듯이 돼있는지 모르겠다. 동원한 사람들 모아놓고 외치게 했던 그 시장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영남 지역에 대해서 소외된 분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당내 상황이 혼란을 거듭하는 이유를 진단한다면?

▲당내 상황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권력욕 때문이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지만 너무 도가 지나쳤다. 새 옷을 입고 우리가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약속을 분명 드렸다. 야당에 있을 때 여러 모습을 보여주면서 약속했는데 여당이 되면서 뒤에 숨어있던 구태 세력들이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으로 당을 망쳤다.


정상적인 상황이 비상 상황으로 변했다. 18년 동안 당이 변화하던 모습을 호떡 뒤집듯이 바꿔버렸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로 만들고 이 전 대표를 날리면서 두 사람을 악의 축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당 대표 후보한테까지 하는 행위는 상식적이지 않다. 당원들도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면서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핵관을 향해 비판하는 게 두렵지는 않나?

▲지금 윤핵관과 싸우는 건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다. 자신들만의 권력을 위해 보수의 가치나 당내 민주주의를 흔드는 이들이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그분들이 더 흔들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여의도 문법을 탈피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기존 정치인들이 이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텐데…

▲작금의 시대정신은 세대교체로 본인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가 공부할 때 교과서 격으로 사용하던 <수학의 정석>을 지금은도 똑같이 사용할까? 여의도 문법이라는 것도 기존 문법과 현재 문법, 미래 문법이 계속 달라진다. 이런 부분을 기존의 세력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꽉 쥐고 있는 부분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권력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당 망쳐
‘천하용인 상식적인 것’ 하는 사람들

-국민의힘 상황 중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변인단 공개 선발을 통해 청년들이 우리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30대 후반 여성분들도 많이 유입됐다. 완전히 판도가 바뀐 상황에서 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현장에 계신 어른들도 알고 계신다고 한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최근에는 잠잠하다

▲전면에 나서는 게 역효과라는 걸 스스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리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대서 이슈된 부분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모두가 컷오프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후반전에 임하는 각오는?

▲꼭 당선된다. 과거의 문법에 절대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민심 속에 있는 당원의 마음을 끌어내겠다. 나에게는 아직 여러 발의 총알이 남아 있다.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겠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지도부에 입성해서 이루고 싶은 일은?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지도부가 되고 싶다. 말로만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예전에 했던 일이 고객 만족과 감동시키는 일이었다. 이 부분에 기초해서 진행해야 한다. 당원들이 표를 줄 때만 당원이 주인이 되는 건 위험하다. 평상시에도 당원을 주인처럼 모시고, 당원은 우리를 위해 뛰어주고 응원해주신 분들이다.

지도부나 리더가 이끌 때 당원들은 따라줬다.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행해야 하는 게 공천 혁명이다. 반드시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공천 혁명은 낙하산 공천을 없애서 기존에 열심히 일하고, 투쟁한 인물에게 보상해주는 것과 같다.

적어도 공천 시스템이 공정하다, 내가 도전할만하다는 느낌을 들도록 해야 한다. 또 권력 자체를 당원과 국민에게 되돌려드리는 일을 하겠다. 이런 이유에서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 

-안 후보도 공천을 당원으로부터 상향식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내가 내세우는 공천개혁은 경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나와서 싸우고 싶으면 당당하게 평가받자는 게 다르다. 경선하고 선택을 받으면 된다. 선택은 결국 당원 몫이다.

“총질 말하는 사람 
국민 복장에 총질”

윗사람이 평가하면 안 된다. 공천권 때문에 지금까지 권력끼리 싸움을 벌여왔다. 공천 혁명은 나에게 하나의 키워드와 같다. 

-천하용인은 개혁보수임을 자처한다. 개혁보수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자유와 공정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 당은 뻔한 걸 안 해서 문제다. 천하용인은 상식적인 것을 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주의서 빠져나와 국민에게 가깝게, 또 당연하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를 움직이기 위해 현재를 걸어간다. 이런 인물들이 개혁보수다. 

-일각에선 너무 개혁보수 목소리만 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내 안정을 원하는 당원도 상당수 있는데?

▲윤핵관이 전형적으로 원하는 프레임이다. 맹목적인 추종과 결 자체가 다르다. 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목소리만 따라가는 건 북쪽에 계신 분들이 하는 것이다. 난 한 가지 생각과 의견만 내는 걸 반대한다. 당선만 되면 쓴소리보다 더한 소리를 하겠다. 우리 당을 위해서라도. 

-내부 총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프레임이다. 정상적·상식적으로 하면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선전·선동하고 있다. 아주 ‘민주당스럽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이분들이 어떻게 민주당과 전쟁을 치르려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부 총질을 말하는 사람은 ‘국민 복장 총질러’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어떻게 내부 총질인지 모르겠다. 현장 좀 다녀봤으면 좋겠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당선된다면 공천 시스템이 개선될 거라고 보나?

▲기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비례대표제도 번호 순번을 바꿔 기존처럼 하겠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분명 당원이 주인이라고 김 후보도 외친다. 당원이 주인이라면 당원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 당원과 약속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전 지도부서 사퇴한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가 다시 출마했는데…

▲이번 전대는 보궐선거나 다름없다. 조 후보는 민주당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일전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당헌·당규를 바꿔 자신들이 또 나왔다. 이걸 갖고 우리 당은 얼마나 많은 비판을 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인은 어떤지 되돌아봐야 한다.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스스로 사퇴했다. 멀쩡했던 지도부를 비대위로 만들었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대충 할 거라면, 출마도 안 했다. 각오는 충분히 돼있고, 당원들이 조금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응원가를 부르는 것으로 폄훼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응원가를 부르는 이유는 당원들이 원해서다.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며 한 명의 당원이라도 원했기 때문에 했던 일이다.

당원의 말은 고객의 요청과 비슷하다.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윤 프레임, 이준석 프레임, 아바타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다. 제발 당원만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나는 이 당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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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