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 막판 변수 셋

방역당국 신중론에 힘 실리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지도 어느덧 4년 차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방역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도 해제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방역당국이 단서를 달며 논의 시점을 예고하자, 빠른 시일 안에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조치 해제를 막는 세 가지 변수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이하 실내 마스크 해제)’는 백신접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방역 조치다.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한때 ‘실내 마스크 역시 조만간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팽배했지만, 방역당국은 지금까지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단행할 구체적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빗장
언제 풀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개 지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표는 ▲주간 환자 2주 연속 감소 ▲주간 위중증 환자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60세 이상 접종률 50%·감염취약시설 접종률 60% 달성 등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표 4개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중대본 논의를 거쳐 부분적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실한 ‘해제 선언’은 아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네 가지 중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의무를 해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 본격적으로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참고치”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역사는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병관리청이 같은 달 4일, 버스와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한 게 시작이었다. 

그 다음 달 13일부터 ‘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행 추이에 따라 의무 착용 장소가 달라졌지만, 이후 대유행이 도래하면서 사실상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때는 2021년 4월12일 0시부터다. 이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은 약 1년6개월 지속되다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지난해 5월2일부로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됐다. 이어 지난해 9월26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제도는 지금까지 별다른 완화 조치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시기 논의 시작됐지만…아직 멀었다?
해외발 변수·추가 접종 저조에 흔들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중앙정부에 통보했다. 당시 대전시와 충남도 등은 중대본의 방역지침과 별개로 올해부터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했다. 이후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는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하는 주된 계기로 작용했다. 


처음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했을 때, 실제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방역 관련 악재가 여럿 불거지면서 실제 논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된 변수로는 중국 대유행, 변이 발생, 백신 접종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반(反) 제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유례없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있다(1408호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올해 들어 유행 정점을 넘어 섰다’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춘절(중국 설)을 기점으로 중국의 시골 지역 유행 정점이 예고된 상태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를 솎아내기 위해 너도나도 경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 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PCR 검사 의무화 이틀 차인 지난 3일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출발 입국자 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중국발 인천공항 입국자 중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무증상자 281명이 도착 즉시 인천공항 검사센터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이 중 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은 26.0%이다. 4명 중 1명 이상 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중국발
미국발

이는 ‘방역 강화 조치’ 첫날이었던 지난 2일(양성률 20%)보다 높아진 수치다.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방역당국이 마련한 임시 재택시설에서 7일간 격리된다. 정부는 현재 공항 인근에 최대 1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 아울러 수용 인원 증가가 예견되자 인천·서울·경기 소재 예비시설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중국 입국 전후 코로나 의무 검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항공편 증편 및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역조치를 강화한다”며 “다음 달 말까지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실내 마스크 해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며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정 위원장은 “중국이 변수가 안 되게끔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2~3주 안에 정점을 찍고 1월 중하순쯤 되면 확산세가 가라앉을 테니 선제 조치한 다음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발 코로나 유입 못지 않은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발 변이 유입’이다. ‘XBB.1.5’로 명명된 변이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XBB.1.5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널리 알려진 BA.2에서 파생된 XBB의 하위 변이다.

백신?
안 맞는다

XBB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가장 강력한 변이’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XBB.1.5 변이가 기존의 XBB 변이보다도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XBB.1.5 변이는 이미 미국 내에서 우세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XBB.1.5 변이는 신규 코로나 감염의 40.5%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이후 XBB.1.5 변이가 13번 검출됐다. 변이가 가진 강력한 면역 회피력과 미국 전파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검출률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XBB 하위변이들은 코로나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력이 약한 이들의 피해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미국서 XBB의 우세종화가 예사롭지 않다”며 “중국 상황 못지않게 XBB.1.5 변이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유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들였던 개량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감염 취약계층의 접종률 역시 유의미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대본이 지난달 3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감염취약시설 52.4%(약 41만건), 60세 이상 30.7%(약 387만건)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연말까지 6주간을 동절기 백신접종 기간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고위험군 등 감염취약계층의 백신접종을 적극 독려했다. 당초 정부는 목표치로 ‘노인수용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60%·60세 이상 50% 접종률 달성’을 설정했다.

위중증 환자 여름 재유행 때보다 많아 
‘이제 벗자’ 찬성 41% VS 반대 57%

하지만 실제 접종률은 이보다 훨씬 부진했다. 감염취약시설은 목표치에 얼추 근접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 업종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의 낮은 접종률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를 고심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는 점 역시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국내 확산세 자체는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말부터 감염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7차 유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과 3일 국내 확진자 수는 각각 8만1056명, 7만8575명이다. 이는 최근 4주 중 최저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코로나 유행 상황이 완화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명 증가한 637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25일(668명) 이후 8개월 중 최다치에 해당한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가동률은 42.2%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40%대에 재진입한 것.

일일 확진자 수가 최고 18만명에 달했던 지난 여름철 재유행 때도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방역당국의 고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데 위중증 환자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검사 기피 현상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급작스러운 증가는 아니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일단 이전 유행에 비해 이번 동절기 유행에서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며 “또 유행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면서 중환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적되는 효과도 조금 있다”고 짚었다.

여론도
부정적

유행 상황이 명확히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론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 반대는 57%로 조사됐다. 18~29세(60%)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반대가 찬성 비율을 상회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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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