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돛단배와 물’ 김덕기

불어온 바람(wind), 모두의 바람(wish)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소재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김덕기 작가의 개인전 ‘Memories of the wind: 바람의 기억’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덕기는 물 위의 돛단배를 소재로 다수의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아이패드 드로잉 작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위로 하얀 요트를 띄운 사람이 돛을 올려 항해를 시작한다. 돛단배는 오직 바람이 이끄는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김덕기의 화면은 힘찬 여정의 출발점에 선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듯 활기차고 평화롭게 펼쳐진다.

치유와 긍정

김덕기는 “캔버스에 담아내는 풍경은 기억을 꺼내 옮기는 즐거운 과정이자 놀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던 지난 3년여간 여행이 즐거웠던 이유를 깊이 생각해봤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경험이 된 여행이었다.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도 나와 같은 경험을 그림을 통해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김덕기의 신작에서 돛단배와 함께 주요하게 다뤄진 소재는 ‘물’이다. 강과 시내, 늪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그는 풍경을 그릴 때 물 표현을 즐기는 편이다. 이전 작품에서 크고 작게 바다나 호수가 표현되긴 했지만 물을 메인 주제로 전면에 내세운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공개된 작품 대부분에 ‘레만’ ‘젬파흐’ ‘루체른’ ‘볼프강’과 같이 호수명이 타이틀로 사용된 것도 그 때문이다. 물을 그릴 때는 보다 생기 있고 풍성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윤슬 표현에 집중한다. 태양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잔물결은 밝은 빛으로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호수명을 작품명으로
윤슬 표현에 집중해

김덕기는 치유와 긍정의 기운이 작품에 스몄으면 하는 마음으로 순수성의 회복을 소망하며 작업에 임했다. 

실제와 관념이 뒤섞인 풍경에 일상을 즐기는 사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 화면에는 당시의 감정과 웃음소리가 내포돼있다. 김덕기는 현재 가족 이야기뿐만 아니라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일기를 쓰듯 그날의 기분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품명에도 자주 등장하는 ‘웃음소리’는 시각적인 것을 넘어 누군가의 기쁨, 행복, 꿈을 나타내기 위해 대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김덕기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각기 살아가는 모습은 다를지라도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성은 같다고 생각하기에 그는 풍경과 보편적 삶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시도도 눈에 띈다. 라인 드로잉에 굵직한 터치의 페인팅을 믹스하거나 과감하게 비운 구도, 다양한 크기와 촘촘하게 중첩된 색점의 표현은 작품의 깊이감을 한껏 더한다. 높은 완성도와 디테일 묘사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관이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회화에서 색점의 영향력이 중요하듯 라인 드로잉에서는 물 흐르듯 한 번의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의 생명력이 중요하다. 춤추듯 자유롭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김덕기의 유려한 선묘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전개하기에 적절하다. 

감정과 웃음소리
일기 쓰듯 담아내


디지털의 다양한 펜촉으로 그려낸 의인화된 집, 책을 보고 차를 마시거나 꽃다발을 전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페인팅의 붓이나 파스텔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사진과 결합된 화려하면서도 꽉 찬 드로잉 또한 흥미롭다. 

매체와 재료가 달라졌어도 김덕기가 추구하는 세계는 동일하다. 서성록 평론가는 김덕기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이유로 ‘가족애’를 생각하게 하는 따뜻함을 꼽았다.

서 평론가는 “수묵의 동양화에서 아크릴의 캔버스, 혼합매체로 변화를 시도하고 아이패드 작품까지 아우르게 됐지만 작품의 개념은 지속적으로 가족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며 “그가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기쁨과 감사, 위로와 치유를 향한 안식처가 가족이라는 한 단어에 응축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을 전하다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김덕기가 전하는 행복의 에너지가 바람(wind)이 인도한 여정을 넘어 새로운 바람(wish)을 가지고 힘차게 나아갈 동력을 얻는 뜻있는 전시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6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

 

[김덕기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5년간 국내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2011년부터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소소한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행복의 충만함을 섬세하게 화폭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한국은행, 녹십자, 삼성생명, DB금융그룹, 하나은행, 포스코 등에서 제작하는 달력은 물론, 초중고 교과서에 다수 수록돼있다.

서울시, 대한적십자, 경기도 문화의전당, 건설공제조합, 경기도시공사, 한국몬테소리 등과 협업하며 대중과 더욱 가까이서 만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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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