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진짜’ 흙으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임옥상 작가의 개인전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을 준비했다.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해 대지미술, 환경미술로까지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현재 활동과 작업을 살펴본다는 취지다. 

임옥상 작가는 1950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진행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2004년과 2010년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미술행사에 참가했다. 

대지의 숨소리

임옥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술관 밖’ 미술실천적 참여프로그램, 이벤트, 설치, 퍼포먼스 등을 다수 기획해 진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공미술, 공공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통의 계기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경기 파주 장단평야의 논에서 ‘예술이 흙이 되는’ 형식을 빌려 일종의 환경미술 혹은 대지미술, 현장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임옥상의 오랜 인생관과 예술관이 복합적으로 펼쳐진 실천의 장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관 6~7전시실과 야외 전시마당에 설치되는 6점을 포함해 총 40여점의 작품과 130여점의 아카이브 자료가 소개된다. 신작 중 하나인 12m 높이의 대규모 설치 작업 ‘여기, 일어서는 땅’을 중심에 놓고 6전시실과 전시마당에 설치 작품을, 7전시실에 평면 작품을 놓았다.


초기작과 최근작
깍지 끼우듯 배치

임옥상의 초기 회화와 최근작을 마치 ‘깍지를 끼우듯’ 마주 이어 구성했다. 

6전시실에 들어서면 표면을 흙으로 빚은 설치 작품 ‘흙의 소리’가 보인다. 대지의 신 가이아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다. 작품 한쪽에는 입구가 있다. 관람객은 입구를 통해 거대한 인간의 머릿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동굴과도 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긴 계단과 복도를 지나면 거대한 흙벽이 펼쳐진다. ‘여기, 일어서는 땅’은 패널 36개를 짜맞춘 가로, 세로 각각 12m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임옥상은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경기도 파주 장단평야 논에서 작업했다. 

미술 재료용으로 가공돼 정제된 흙이 아닌 ‘진짜’ 흙, 생존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흙을 마주하겠다는 취지다. 작품 표면 위에 인식 가능한 현상 외에 즉자적으로 다가오는 요소는 흙의 질감과 색이다. ‘여기 일어서는 땅’은 재료나 의미에 있어 매우 근원적인 지점에 닿아있다. 

장단평야 논에서 떠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베고 남은 볏단의 아래 둥치, 농부와 농기계가 밟고 지나간 자국, 논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생물의 흔적 등이 원초적인 무의식을 건드리는 듯하다. 

파주 장단평야에서 작업
근원적인 지점 닿아있어


7전시실은 재구성된 임옥상의 제1회 개인전과 그 시기 회화 작품의 물리적 거리 사이를 움직여 걸어다니는 관람객의 신체적 행위를 통해 비로소 의미가 채워지도록 구성됐다.

2010년대 임옥상은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발라 채우고 그 위에 유화물감, 먹물 등을 혼합해 흙산수를 그려냈다. 그 형상은 임옥상의 신체적 행위 자체를 반영하기도 하고 전통 산수풍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전시마당에는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인 ‘검은 웅덩이’가 있다. 임옥상은 이 웅덩이를 ‘숨구멍’이라고 칭했다. 생태, 문명 혹은 문화, 사회 등 어떤 관점이든 눈앞의 웅덩이는 지금,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원초적 무의식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인 임옥상의 최근 작품을 중심으로 작업에 대한 정형화된 이해를 벗어나 확장된 시각으로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중진 작가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임옥상은?]

▲학력

서울대 회화과 학사(1972)
서울대 대학원 회화과 석사(1974)
앙굴렘 미술학교 졸업(1986)

▲개인전 

‘나는 나무다’ 갤러리나우(2021)
‘흙의 소리, 흙의 침묵’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덴버(2019)
‘흙 Heurk’ SA+(2019)
‘The Wind Rises’ 씨메이 갤러리(2017)
‘바람 일다’ 가나아트센터(2017)
‘무릉무등’ 메이홀(2015) 
‘토탈 아트: 물, 불, 철, 살, 흙’ 가나아트센터(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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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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