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국 노래자랑’ 새 MC 김신영

무거운 마이크 물려받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6월 별세한 KBS <전국 노래자랑> 진행자 고 송해. 그의 34년 이력을 누가 이어갈지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는 숱한 예측을 깨고 개그우먼 김신영을 차기 진행자로 낙점했다. “의외의 발탁”이라는 반응과 함께 낙점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그 답은 개그부터 진행·연기까지 모두 수준급인 그의 이력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 MC’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 후임자는 그가 작고한 지 두 달을 훌쩍 넘기고서야 비로소 결정됐다. 하지만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이들도 KBS의 장고를 책망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34년간 자리를 지켜온 거목을 대체할 누군가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묘수 뒀다

다만 장고 끝 KBS가 내린 결론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KBS는 지난달 30일 <전국 노래자랑>의 진행자로 개그우먼 김신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신영은 세간에 돌던 후임자 하마평 속에 언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초 하마평 속 유력 후보군은 이상벽·이상용·임백천·이택림 등이었다. 그간 <전국 노래자랑>이나 전 MC 송해와 깊은 인연을 쌓은 이들이다. 세간에서는 진행 능력과 인지도 등을 고려해 남희석·이수근·이찬원 등이 적임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KBS의 선택은 결국 김신영이었다. 

KBS 김상미 CP는 김신영 발탁 배경을 두고 “김신영은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으로 TV·라디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라며 “무엇보다 대중들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 김신영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인정받아온 ‘만능 엔터테이너’다. 2003년 SBS 개그 콘테스트를 거쳐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웃찾사> ‘행님아’ 코너에서 개그맨 김태현과 함께 인기를 끌었다. 이를 인연으로 코너가 끝난 뒤에도 김태현과 콤비로 KBS <스타 골든벨> MBC <세바퀴> 등에서 활약했다.

이후로는 배우 이계인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계인이 MBC 드라마 <주몽>에서 연기한 ‘모팔모’역을 흉내 내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신영의 개그 중 단연 압권인 것은 바로 즉흥 생활 연기다. 백반집 아줌마, 목욕탕 아줌마, 아줌마 춤, 본인의 어머니, 고모와 할머니, 전라도 아저씨 등 일상을 재현한 개그들을 적절히 활용한다. 이를 통해 연령대에 관계 없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낸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신영은 이 같은 개그들을 선보이며 여러 연령대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는 즉흥 생활 연기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콩트에도 능한 모습이다. 여러 개그맨과 예능인이 모인 프로그램에서도 항상 순발력 있게 콩트를 주도한다. 방송계에선 “예능감을 타고났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온다는 후문이다.

데뷔 초 김신영을 기억하면 큰 체구가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사실 김신영은 어렸을 때 허리가 잘록할 정도로 늘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디언으로서 활동한 이래로 체중을 불리거나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이다. 

실제로 그는 과거 대중에게 큰 체구에서 비롯된 이미지로 각인됐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식신원정대> MC를 맡기도 했다.


송해 후임자로 전격 발탁 “의외지만 기대”
“감사하고 영광…인생 모든 것 바칠 것”소감

이렇게 큰 체구를 유지하던 중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신영은 병원에서 “고도비만에서 초고도비만으로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동시에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여러 질환이 발견됐다. 결국 김신영은 체중감량을 결심,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약 38㎏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살을 빼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 체구를 가졌던 시절 가졌던 인기를 잃을 수 있겠다는 불안함과 “개그에 몰입하지 않고 외모만 가꾼다”는 주변의 오해가 걸림돌이었다. 악성 댓글에도 시달린 김신영은 결국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

김신영은 감량한 체중을 10년째 유지하며 꾸준한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황장애도 극복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KBS 예능 <빼고파>에 멘토로 등장해 출연진에게 건강한 체중감량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유도선수로 활동했던 김신영은 “유도가 좋은 것보다도 가난했던 유년 시절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운동부 숙소 생활이 더 좋았다.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다녔다가 남자로 오해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김신영은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유도를 너무 못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동부 출신인 만큼 평소 발군의 운동신경을 보여준다. JTBC <마녀체력농구부>에선 출연진 중 돋보이는 농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콩트 연기 대신 웃음기를 뺀 정극 연기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김신영을 직접 캐스팅했다. 김신영으로서는 지난 2005년 <파랑주의보> 이후 약 17년 만의 영화계 재방문이다.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김신영 역시 ‘재발견’ 등의 수식어를 받으며 호평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제가 열렸던 지난 5월, 김신영의 캐스팅 비화를 직접 설명한 바 있다. 같은 달 23일 처음 선보인 <헤어질 결심>에서 김신영은 후반부 주요 배역을 맡았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한 고경표를 이어 박해일의 후배 형사로 출연했다.

콩트부터
정극까지

박 감독은 김신영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아주 옛날 <웃찾사>에 나올 때부터 정말 팬이었다. 저 사람은 탁월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계가 그런 사람을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연기를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안 시켜봐도 알 것 같더라”며 “즉흥적인 순발력도 그렇고 사람들의 특징을 잡고 모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 역할에 김신영씨를 얘기했을 때 처음에 다 찡그리는 표정을 지었다”며 “이후 1시간쯤인가 생각해보고 (제작진이)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엔 모두가 환영했는데 그걸 확인하고 시나리오를 보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김신영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확신을 갖고 캐스팅이 실현됐는데 촬영할 때 보니 정말 타고났더라. 자기 딴에는 긴장도 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전혀 못 느꼈다. 평생 연기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며 “캐치가 굉장히 빠르더라. 무슨 말을 해도 잘 알아듣고 뉘앙스를 잘 살리고 그렇더라. 그녀가 나오는 연기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칭찬했다.

박찬욱 감독에 이어 봉준호 감독도 김신영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봉 감독은 박 감독이 김신영을 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영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박 감독은 “봉 감독도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보고 잘했다더라. 자기도 김신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연기한 모습을 모아 놓은 파일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라디오 DJ를 맡으며 다진 탄탄한 진행력도 강점이다. 김신영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MBC 라디오에서 <심심타파> 진행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MBC FM4U에서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고 있다. 청취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소통이 뛰어나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년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양한 사회생활을 겪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이 같은 경험 때문인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청취자들에게 사비로 선물을 준 미담이 종종 있었다. 가게를 처음 연 자영업자 청취자에게 화환을 보내고, 학자금대출을 다 갚은 사회초년생에겐 외식상품권을 건넸다. 곧 중학교를 입학하는 학생에겐 그 자리에서 바로 신발을 선물했다.

만능 재주
발탁 배경


<정오의 희망곡>은 김신영의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과 높은 공감 능력에 힘입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오의 희망곡>은 2019년 8월 방송 3사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을 맡은 지 7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여세를 몰아 2020년 11월에는방송 3사·AM·FM 등을 모두 통틀어 단독 청취율 1위를 차지했다.

예능을 통한 가수 데뷔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2018년 동료 개그우먼들과 함께 여자 아이돌 컨셉의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했다. 이후 세 차례 노래를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시작된 ‘부캐 열풍’에 합류했다.

김신영은 2020년부터 ‘빠른 45년생 트로트 가수’라는 콘셉트로 만든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활동 중이다. 데뷔곡 ‘주라주라’ 활동 당시 광고를 여러 편 찍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는 래퍼 마미손, 아이돌 그룹 있지(ITZY)와 함께 신곡을 발표했다. 

김신영은 스스로를 ‘둘째이모 김다비’와 친한 이모 조카 사이로 소개했다. <정오의 희망곡>에 ‘김다비’로 출연해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당시 쇼케이스는 김신영 대신 셀럽파이브 멤버 신봉선이 MC를 맡았다. 김신영은 김다비와 그의 조카 ‘도코’ 1인2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이날 김다비는 쇼케이스에 힘입어 실시간 검색어 7위까지 올랐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아온 김신영의 이력이 바로 <전국 노래자랑> 낙점 배경이다. 의외의 소식에 놀랐던 대중들도, 발탁 이유를 이해하며 김신영의 연착륙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김신영은 전임자 송해처럼 출연자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그부터 연기, 진행까지…만능 엔터테이너
공황장애 등 부침 이겨내고 ‘제3의 전성기’

김신영은 지난달 30일 KB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송해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 노래자랑>은 그동안 방송에 나와준 국민 여러분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흡수돼 배워가는 것 자체가 MC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웃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여러분의 호흡대로 가겠다”며 “전국 팔도에 계신 많은 분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향토 색깔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MC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전국 어디에 갖다놔도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턱이 낮은 사람이라 편하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장난칠 수도 있다”며 “희극인 20년 차로 행사,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들 동요대회 등을 많이 진행했다. 손녀나 동생, 이모처럼 편안한 사람이라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영은 “<전국 노래자랑> MC를 맡게 된 건 가문의 영광이자 오복 중 하나”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 TV 버튼을 돌리던 시대에 주말 아침에 누워있으면 ‘딴따라 딴따’하는 프로그램 시그널 음악이 들려왔다. 프로그램과 같이 성장했는데 MC를 맡게 돼 정말 뭉클하고, 울컥한다”며 “제 건강과 국민 여러분이 허락해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 제 인생 모든 것을 <전국 노래자랑>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못 먹는 음식도 없어서 전국 팔도에서 여러분들이 힘겹게 농사 지으신 것도 맛있게 먹겠다.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향서
첫 녹화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 노래자랑>은 다음 달 16일부터 방송된다. 지난달 31일 KBS는 “김신영의 <전국 노래자랑> 첫 녹화가 9월3일 대구광역시 달서구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대구는 김신영의 고향이다. 그는 고향에서 <전국 노래자랑> 새 MC 신고식을 치르며 의미를 더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신영과 선배들 돈독한 우정 일화

김신영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진 인연을 바탕으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특히 여러 개그우먼과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선희다.

김신영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정선희를 꼽았다.

2005~2006년경, 김신영은 난독증 때문에 라디오 사연을 제대로 읽지 못해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섭외됐다가도 쫓겨나는 일이 반복됐다. 

당시 <정오의 희망곡>은 정선희가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김신영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정선희가 난독증으로 고생하던 김신영에게 많은 응원과 도움을 줬다고 한다.

김신영은 “(정선희의)신뢰와 격려 덕분에 난독증을 고치고 정식 라디오 DJ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선희를 “내 인생의 설리반 선생님”이라 부를 정도로 믿고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이 역시 김신영이 존경하는 선배 중 하나다.

김신영이 촬영 중에는 각종 농담과 서슴없는 행동으로 무례하게 보일 때가 있지만, 촬영이 아닐 때는 송은이를 깍듯한 선배로 모신다.

자주 함께 활동하는 신봉선과 김숙은 “김신영이 카메라가 꺼지면 송은이에게 거의 군대 수준으로 예의를 갖춘다”고 증언했고, 송은이도 인터뷰에서 “신영이가 나를 존경하는 건 행동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숙의 열렬한 팬으로 실제 팬카페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유명환 일화가 전해진다.

김신영이 아직 ‘지망생’이던 시절, 팬카페에서 쪽지를 보내면 김숙이 직접 응원과 조언의 답장을 보내줬다.

이후 김숙은 KBS <개그콘서트> 출연자 집단 하차 사태 때 SBS로 둥지를 옮겼고, 김신영 역시 SBS 공채 코미디언으로 합격하며 둘은 <웃찾사>에서 선후배 관계로 만났다.

이후 김신영이 김숙에게 “저 기억 못 하세요? 저 팬카페에서 활동했던 개그사냥(닉네임)이에요”라고 말해 김숙이 알아보고, 굉장히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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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