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용역 시비’ 부산외대 녹취 조작 진실공방

“소송 지고 증거까지 건드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자 관련 정보를 조작한 뒤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단 학교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는 대지 못했다. 학교가 ‘조작 의심 자료’를 보낸 곳은 현재 회사와 법적 분쟁 중인 한 회사. 앞서 학교는 수차례에 걸친 자료 전달 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강의 실시였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와 A 버스 회사(이하 A사)는 2020년 2월 셔틀버스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3월부터 A사 소속 버스 8대가 셔틀 운행에 나서는 대가로 부산외대가 A사에 매월 일정 대금과 운행거리에 비례하는 유류비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대금 끊고
강요·갑질

그런데 학생들은 개강 이후에도 등교하지 않았다. 비대면 강의 여파였다. 결국 셔틀버스는 5월 중순이 돼서야 운행을 시작했다. 이마저도 부분 운행이었다. 이에 A사는 3~4월 유류비를 제외한 운영 대금만 받았다. 문제는 운행 중단 사태를 바라보는 양측 시각이 현저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은 만큼 지급 대금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부산외대는 2020년 8월까지만 대금을 정상 지급하고, 그 이후로는 실제 운행량에 비례한 금액만 법원에 공탁했다. 아울러 앞선 6개월 동안 A사에 관련 대금을 전액 지급한 직원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반면 A사는 학교 측 요청으로 운영 규모를 운행 상황과 같게 유지했던 만큼, 관련 대금 역시 온전히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부산외대의 자체 감사가 시작됐다. A사 대표 B씨는 그해 8월 부산외대 감사실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당시 “처음 운행이 중단됐을 때 학교를 방문해 ‘중단 기간과 재개 시점을 보다 명확하게 알려달라. 이를 근거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인건비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하지만 학교는 ‘언제는 차량이 들어갈 것 같다’거나 ‘언제 운행할 것 같다’는 등 계속 운행 준비를 하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에 즉시 운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 설명에도 학교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실은 조사 도중 B씨에게 “앞으로는 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B씨는 “당시 감사실장이 근거도 없이 회사와 총무팀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며 “이외에도 ‘계약 내용 변경에 동의하라’거나 ‘소송을 통해 과지급된 용역비를 환급받을 것’이라는 등 나를 겁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감사실 직원 3명이 한 일은 정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 강요와 갑질이었다”고 비판했다.

‘일방적 계약 위반’ 유류비 지급 분쟁
정보공개 청구 과정서 정보 왜곡 발견

그날 이후 A사는 학교로부터 대금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부산외대는 남은 계약기간 6개월 중 3개월간 운행 중지를 지시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셔틀버스가 일부 운행된 두 달은 일방적으로 대금을 계산해 법원에 공탁했다. 결국 1년 계약 후반기 동안 A사가 당초 합의한 대금을 받아든 건 단 한 번뿐이었다.


B씨는 “애초에 부산외대 계산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버스 운전사들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다. 모두 우리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원들”이라며 “학교 입맛에 따라 버스 운행 여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이 꾸준히 지급돼야 한다. 회사로서는 학교 요청에 따라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담을 줄일 방법을 먼저 제시했음에도 학교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고선 뒤늦게 막무가내로 계약 변경을 종용한 것은 갑질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씨는 조사 이후 부산외대 측에 당시 녹음파일과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부산외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부산외대는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지만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외대는 B씨가 당시 감사실장을 강요죄로 고소하는 과정에서도 녹취파일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번에도 학교는 불응했고, 감사실장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외대의 연이은 거부 행렬은 법원이 B씨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B씨는 지난해 부산외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내 목소리”
제공 거부 왜? 

<일요시사>는 해당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외대 측은 B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됨’ ‘원고(B씨)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유사한 민원이 증가하게 됨’ ‘원고가 향후 부산외대와의 민형사 분쟁에서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악용할 우려가 있음’ 등을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학교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부산외대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원고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한다는 이유만으로 유사한 민원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외대가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이상 정보공개에 관한 민원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원고가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이용하리라는 근거가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 정보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피고(부산외대)로서는 이를 수정·반박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가 청구한 정보 중 직원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의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B씨는 법적 다툼에서 이기고 나서야 본인 목소리가 함께 담긴 녹음파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녹음파일을 들어본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당시 대화 중 일부가 녹음파일에서는 빠져 있었다. B씨는 녹음파일이 편집·조작된 것을 확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삭제된 부분은 10곳에 달했다. B씨가 녹음파일을 확인한 시점은 조사가 있었던 날로부터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존재했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없던 대화를 열 곳이나 만들며 착각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더군다나 B씨는 “빠진 대화 주제들을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사 당일 주차 문제로 예정보다 10분가량 늦게 도착했었다. 그런데 녹취파일과 함께 받은 녹취록에 명시된 시각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또 삭제된 내용 대부분은 하필 학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발언들”이라고 지적했다.

“확인 불가”
전면 부인

부산외대는 녹음파일 편집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초 B씨에게 보낸 공문에서 “해당 파일은 삭제·편집한 바 없는 원본임을 확인한다”며 “원본이 아니라면 증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B씨는 녹음파일의 편집·조작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음향 감정까지 받았다. 감정서에 따르면 녹음파일에서는 녹취 후 편조작 시 발생 가능한 현상이 다수 발견됐다. 일명 ‘배경 잡음’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관찰된 것이다.


대부분의 현상에 대해서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감정서는 배경 잡음의 비정상적 변화를 5건 이상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감정서는 녹취파일 31분44초 시점에 대해 “B씨 발화 시 배경 잡음이 급격히 감소되는 특이점과 함께 그 전후 근접부에서도 간헐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해당 음성부를 여타 재가공해 편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녹취기기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알 수 없어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파형과 주파수 분석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 감정 소견에는 “스펙트로그램상 음향 정보의 과다 지속과 그 연관 현상으로 배경 잡음의 순간적 특성 변화가 관찰되는 바, 이는 원본 녹취 후 여타 편집 시 발현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이어진 총평에서는 “녹취록상 기재 발화 내용 및 발화자 특정에 오류 가능성이 관찰되고, 음향정보 전반에서 특이점이 관찰되는 등 감정 대상물로서의 온전성에 결함을 보인다”고 평했다.

B씨는 감정 결과를 부산외대에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계속해서 녹취파일 편집·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B씨는 지난달 초 부산외대에 “책임 있는 사과와 변상이 없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10군데 삭제…편집·조작 확신” 주장
음향 감정 결과에도 “전혀 사실무근”

부산외대는 “감사실에 당시 직원이 남아있지 않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B씨는 “부산외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녹음파일 재검증을 해보자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불가한 게 아니라, 그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교직원 대부분은 자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부산외대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계약직 감사반장을 제외한 감사실장과 감사직원은 현재 각각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단순히 ‘부서 변경’을 이유로 확인할 수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요시사>는 부산외대에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입장을 직접 문의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당시 근무했던 직원 중 2명이 여전히 교내서 근무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간 직원이 A사에 파일을 전달한 당사자다. 그래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학교 측도 편집·조작 사실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까진 파악이 잘 안 되는 것은 맞다”며 “그래도 우리는 그 파일이 원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쪽에 남아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부산외대 측은 앞선 대금 지급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사와 부산외대는 현재 대금 지급을 놓고 민사 재판을 벌이고 있다.

A사는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감사실장 강요죄 혐의는 녹음파일 제출과 이의신청을 통해 다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음향 감정에 소요된 비용 등도 법적 대응을 통해 받아낸다는 구상이다.

“강력히 대응”
결국 법정으로

B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제공한 증거를 조작한 건 사법부 기만 행위”라며 “이에 대한 부산외대 책임을 제대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인 부분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는 게 돈을 돌려받기 위한 포석은 아니다”라며 “다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답을 듣고 싶다. 그들이 왜 일부 녹음을 삭제한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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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