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투자자 등친 에슬롯미 사태 전말

수천명 속아 수백억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으로 관련 투자업체들의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3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 채굴업체 ‘에슬롯미’. 이들은 ‘투자 시 고이율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홍보글로 투자자를 대거 모집했다. 하지만 돌연 대표 등 관계자들이 잠적해버렸다. 

가상자산 채굴업체 에슬롯미는 지난해 10월 강남에 사무실을 열고 유튜브, 시내버스, 지하철, 전광판 등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회원들을 모집했다. 사업자 대표는 황수종씨,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사람은 이준호씨. 총 회원은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잠적

하지만 수익금 지급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6월에 맞춰 카카오톡 소통방과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에슬롯미는 투자자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운영하는 가상자산 채굴기를 임대하면 채굴한 자산 일부를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이들은 회원 가입 시 1일 임대 채굴기를 무료 제공하고 소액의 수익금을 지속해서 지급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으로 추가 투자를 유도했다. 

에슬롯미의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800만원의 채굴기를 2년 동안 임대하면 1일 15만2000원의 수익을 7일마다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상품 설명서가 올라왔다.


에슬롯미는 지난 4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강남역이나 버스정류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함께하면 노후가 편해진다’는 등의 내용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고, 유명 유튜버를 섭외해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해왔다. 

지난 5월에는 1~2%대의 1일 수익률을 3%대까지 끌어올렸다며 이벤트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품을 구매한 ‘SVIP’ 회원들을 1주년 특급 호텔 파티에 초대한다”며 호텔 예약 내역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에슬롯미 전 직원 A씨는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유튜버 광고의 효과가 컸다고 전했다. 수만,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들이 ‘18개 나라에 대형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업체를 홍보하고 실제 수익을 인증하거나, 러시아에 있는 채굴장 직원과 영상통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것.

A씨는 홍보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이 영상 한 편당 300만원에서 3000만원가량의 광고비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대대적인 홍보를 보고 투자자들이 몰리자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3일 돌연 잠적했다. 자신을 에슬롯미 관계자라고 밝힌 투자자 단체 오픈채팅방 관리자는 ‘보이스피싱범들에게 해킹당해 사이트 점검 중이다. 계좌도 묶여서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는데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수익금 지급 몰린 6월 맞춰 돌연 잠적
개인·집단 고소 봇물… 피해액 눈덩이

이어 투자자들을 관리하던 2000명 규모의 단체채팅방 등도 모두 사라졌다. ‘1주년 특급 호텔 파티’가 예정돼있던 호텔도 예약이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 에슬롯미 사무실로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문이 닫혀 있고 인기척이 없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투자자들은 에슬롯미가 일명 ‘다단계’ 방식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즐겨보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에슬롯미에 4000만원을 투자했다는 20대 B씨는 “에슬롯미는 지인을 추천하면 수익률을 높여주는 커미션을 적용했다”며 “커미션을 적용받은 일부 투자자들이 1000만원을 투자해 100일 만에 2억원이 넘는 수익금을 얻었다고 인증하자 다른 투자자들도 지인을 추천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금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거의 종교처럼 에슬롯미의 운영 방식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B씨는 “해당 사이트가 ‘사기’라고 주장한 사람들은 강제퇴장당하거나 일명 ‘프락치’로 몰리면서 배척당했다”며 “운영자들은 투자자 단체 채팅방을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투자 누적금액 단위로 나눠 운영해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800여명의 피해자들이 투자 피해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있다. 이들은 적게는 1인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 규모도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에슬롯미 투자자 중에는 청각장애인 100여명도 포함돼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 단체 채팅방에서 에슬롯미를 ‘노후대책’이라고 홍보하는 글이 등장하자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접수하기도 했고, 단체 채팅방에서는 집단 형사고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체 고소 준비

포유법률사무소 김경남 대표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들이 단체 고소를 준비하고 있고, 참여하겠다는 피해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며 “과거부터 유행하던 범행 수법인데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하기 전에 해당 사이트가 실재하는지 파악하고 ‘무조건 보장’이나 ‘고이율 수익 보장’을 내세우는 경우에는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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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