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검찰의 대반격

문-이 측근부터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공격 모드로 돌입했다. 5년 내내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동네북’ 취급을 받았던 검찰이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전 정부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윗선’ ‘몸통’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공포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내내 축소돼온 검찰의 권한은 대통령 임기 말에 이르러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남게 됐다.

초토화됐다
간신히 부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도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전 공포까지 마무리지었다. 

거듭된 권한 축소에 검찰은 초토화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고, 전국 고검장들이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이복현 전 검사도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지도부의 연이은 사의 표명으로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렸다.

반전은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부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1기 내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한 장관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요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주당에서 한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예측을 모두 뒤엎고 한 장관을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파격 인사였다. 한 장관의 존재감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두드러졌다. 민주당 의원과의 공방전은 유튜브 채널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패 이유로 ‘한동훈 청문회’를 꼽기도 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행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팀을 이끌 서울중앙지검장, 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을 잡고 있는 수원지검장 등을 교체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요직에 배치됐고, 문정부 시절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뭉개기 의혹’ 수사 기지개
특수통 전진 배치로 급물살

찬밥 취급을 받았던 특수통 검사가 전진 배치되면서 문재인정부,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는 9월이면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검찰의 권한이 한층 축소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칼은 사건의 ‘윗선’ ‘몸통’으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성남시에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큰 이익을 봤다는 내용이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치권, 법조계 유력 인사에 뇌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후보끼리 대장동 의혹 몸통이라고 서로를 지목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사 20여명을 포진시킨 대규모 수사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나왔다. 

결과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로 이어졌다. 대장동 5인방(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정민용)은 재판에 넘겼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는 대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물론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지난해 12월10일과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내부 감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위로 향한
권력 수사

검찰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성한 이후 검찰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가 발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망이 빠른 속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사건 피의자로 특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입증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5인방에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인허가·결정권자였던 이 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정치탄압이 시작된 듯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또다시 사법정치 살인을 획책하자는 거냐.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를 윤석열정부의 보복 수사로 규정한 것이다. 

민주당 역시 “사법살인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이 의원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배임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편파수사, 기획수사, 정치보복 수사다. 무슨 증거가 있어 이 의원을 배임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는지 밝히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방탄 배지
소용없나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체포특권을 위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의원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측근들의 ‘입’이다. 대장동 5인방의 재판 과정에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대선 기간 동안에도 대장동 사건 공판이 월요일마다 열리면서 이 의원이 ‘월요일 리스크’ ‘먼데이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무렵 불거졌던 사건 수사도 불이 붙은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시 가장 ‘윗선’이었던 이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소환되는 인물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태다. 

문재인정부 관련 사건 수사도 판박이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공판 과정에서 수사망을 점차 좁혀가고 있다. 결재 라인 길목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현재 그 표적으로 지목된 인물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다.

백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산하 기관장 13명으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김도읍 의원이 2019년 1월 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4개사 사장이 산업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냈다며 백 전 장관,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박모 전 에너지 산업정책관 등 5명을 고발한지 3년여 만에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장동 5인방 입 열 때마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그나마 이 의원 관련 사건과 다른 점은 법원에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진행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사실이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지위, 태도 등에 비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백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문정부 청와대와의 고리를 잡으려 했던 작전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관계없이 검찰이 문정부 청와대와 야당(민주당)으로 사정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 박 의원은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여기에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등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윗선으로 번져 문재인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이명박정부 시즌2”라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거론했다.

박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당 차원의 대응을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복 수사다”
“적폐 청산은?”

국민의힘은 문정부 시절 ‘적폐 청산’을 언급하면서 반박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우리 당 인사들에 대한 보복 수사를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문정부 초반 2년간의 적폐 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는지 우 비대원장에게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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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