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경찰청장 유력 후보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0 12:45:11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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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6개월 세 번의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설명한 말이다. 2018년 청주흥덕경찰서장으로 취임해 취임식마저 생략하고 업무를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사무실을 돌며 직원과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경찰청 경비국장이 됐고 지난 8일 차장으로 내정됐다. 그리고 현재는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승진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하는 등 ‘경찰 서열 2위’인 경찰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경찰대학장 ▲김광호 울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 조정관이 부산경찰청장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이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인사 발령받는 등 총 6명이 이들이다.

정보, 경비…
요직 두루 거쳐

치안정감 보직인 국가수사본부장엔 현 남구준 본부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이날 가장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은 윤 경비국장이다. 후임 경찰청장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내정자 중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경찰청 차장직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유리할뿐더러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시·도청장 내정자들이 경찰청장으로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다.

1968년생인 윤 경비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으로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거쳐 경찰대학교를 7기로 졸업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1년 경위로 임관했던 그는 충북청 정보과장,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1과장, 서울청 정보2과장, 청주흥덕경찰서장, 충북청 1부장,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해오며 기획부터 정보, 경비 등 경찰의 어려운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그야말로 경찰 공직생활에 모든 것을 겪었고 경찰 조직 내에서는 ‘정보통’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12월 치안감으로, 지난달 치안정감으로 다시 승진했다. 여기에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6개월간 무려 세 번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유례없는 사례가 된다. 

정부는 후임 경찰청장을 곧 내정한 뒤 빈자리를 채울 원 포인트 치안정감 인사도 조만간 준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대 7기인 윤 경비국장이 현 김창룡 경찰청장(경찰대 4기)의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3개 기수가 차이난다. 이는 역시 경찰 특유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다. 

경찰 기수 문화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고위직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또 현재 6기 이후 경찰대생은 지방청장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계급정년에 맞춰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윤 경비국장으로 기수가 대폭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고위직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 달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에 문재인정부에서 등용된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64년생으로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2004년에 경정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광진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행정고시 출신이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은 2012년 김용판 전 청장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경찰대학장에 지명된 송정애 기획관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다. 1981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전경찰청 제1부장, 대전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된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경찰간부 41기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중앙경찰 학교장 등을 지냈다. 

노림수 있다?
인사 잡음도

대장동 게이트 등 각종 대형 수사의 핵심 포스트인 경기남부청에 호남 출신 인사가 지명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청장 내정자인 이영상 청장은 경찰간부 40기로 경북 예천 출신이며 조직 내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힌다. 부산청장 내정자인 우철문 조정관은 경찰대 7기로 경북 김천 출신이며 자치경찰제를 추진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과 사전 면담을 가져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윤 경찰청 차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영상 인천경찰청장·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이 장관은 서울 서대문경찰청을 방문해 김 경찰청장과 면담 전 기자들을 만나 “장관에 취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돼가는데 경찰 지휘부와 상견례 및 서로 소통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사전에 만난 것에 대해선 “경찰청장 후보군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만난 것은 치안정감 후보자들”이라며 “인사 제청에 앞서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서류만 갖고서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군과 (청장 후보군을)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하게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고 청장 기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대대적 물갈이

겉으로 볼 때 이번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인사가 입직 경로, 출신 지역, 전문 분야 등이 고루 안배된 모양새다. 다만 한 번에 인사를 내지 않고 뒤늦게 ‘원 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낸 것과 관련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인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치안정감 1~2명은 잔류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해온 최승렬(간부후보 40기) 경기남부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군에 꼽혔었다. 

그러나 이날 이영상 치안정감이 치안정감으로 추가 승진해 최 청장은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견줘볼 때, 청장 후보군부터 먼저 물갈이성 인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를 내기 전 법무부가 대검찰청 차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경찰 인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신임 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자신의 손발이 될 고위직을 직접 추천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문정부의 경찰청장 인사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문정부 출범 때는 박근혜정부 때 임명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1년3개월 남았던 시기다.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은 전격 사의했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끝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행안부 장관 ‘경찰 길들이기’
“뚜껑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논란이 많았다. 취임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청장이 박정부 비선 실세로 불렸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최순실 추천설’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2018년 7월24일에 문정부의 첫 경찰청장이 뽑혔다. 바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다. 같은 해 6월15일은 민 전 경찰청장의 정년퇴직이 30일 남은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경찰개혁의 적임자다.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임명 제청 등의 안건을 심의한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후 “국민이 바라는 경찰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경찰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찰위원회는 경찰법에 명시된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따라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경찰청장 후보자임명을 확정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엔 민 전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청문회는 무난하게 진행됐고,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다음 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채택 당일 오후 민 전 경찰청장을 정식으로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현 경찰청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을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장으로 임명되기까지 같은 수순을 밟았다. 

차기 청장?
“아직 몰라”

한편 윤 경비국장이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언급되는 것은 맞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전례를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안부의 경찰 통제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경찰의 민주성과 중립성, 독립성 등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을 통해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비롯한 제도개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자문위는 최근 회의를 거쳐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해 장관이 경찰 인사권과 감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이 담긴 권고안이 조만간 장관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경찰 독립 불변 가치,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의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겠다”며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 불변의 가치”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14만 경찰의 대표로서 여러분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겠다”면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국’ 방침을 반대하고 있다. 경남과 충주경찰서 직장협의회에 이어 경기북부경찰 직장협의회 연대는 ‘행안부는 경찰의 중립성, 독립성 훼손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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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