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③신안 도초도 ‘환상의정원’

수국과 어우러진 팽나무 10리길

전남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 아직 육지와 다리로 이어지지 않은 신안군 도초도(都草島)는 이름처럼 풀과 나무가 푸르른 섬이다. 1000여 개 섬이 모여 ‘천사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에서도 제법 큰 섬이지만,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시목해수욕장을 제외하고 딱히 알려진 관광자원이 없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런 도초도가 최근 몇 년 사이 신안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도약 중이다. 알록달록 수국이 수백만 송이 피어나는 수국공원에서 시작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더니, 수국과 팽나무가 어우러진 ‘환상의정원’이 문을 열었다.

수령 70~100년 된 팽나무 70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는 환상의정원은 찬찬히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팽나무 아래 수국이 융단처럼 깔리는 6월엔 더욱 좋다. 수레국화와 패랭이, 니포피아 등도 피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도초도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약 3.5㎞에 이르는 수로 둑에 팽나무가 늘어섰는데, 10리가 좀 못 되지만 ‘팽나무 10리길’이라 한다.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

이곳에 팽나무 10리길이 조성된 사연이 재미있다. 아름드리로 자라 마을의 당산나무로 대접받는 팽나무는 신안군의 보호수 가운데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환상의정원에 있는 팽나무는 대부분 물 건너 외지에서 왔다. 일부는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대개는 고흥과 해남, 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에서 기증받아 옮겨 심었다. 논밭 한가운데나 수로 둑에 있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팽나무가 주 대상이었다. 멀리 타향에서 환상의정원으로 온 팽나무는 저마다 출신 지역을 표시한 이름표를 달고 있다.

팽나무는 기증받았지만 옮기는 데 돈과 품이 많이 들었다. 대형 트럭에 큰 나무를 싣고 연륙교를 달려 암태도까지 이동한 뒤, 배를 타고 도초도에 들어왔다. 도초도에 팽나무 10리길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 반응은 처음에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농사에 방해가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팽나무가 앞으로 도초도를 먹여 살릴 거라는 이야기에 여론이 바뀌었다. 주민들이 힘을 보태 완성한 환상의정원은 지난해 산림청이 주관하는 ‘녹색 도시 우수 사례 공모전’ 가로수 부문에서 수상했다.

환상의정원을 걸으며 보는 풍경도 훌륭하다. 팽나무 10리길과 나란히 흐르는 월포천은 농업용 수로지만 강처럼 널찍해 제법 운치가 있다. 바람이 잔잔한 날엔 월포천 수면에 비친 팽나무가 또 다른 길을 이루고, 저 멀리 야트막한 오봉산까지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향후 월포천에 나룻배를 띄울 계획도 있다니, 그때쯤에는 팽나무가 좀 더 굵어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할 듯하다.


팽나무 10리길 끝자락에 자리 잡은 수국공원은 환상의정원과 ‘환상의 짝꿍’이다. 2019년 문을 연 수국공원은 축구장보다 170배쯤 큰 부지에 다양한 수국을 테마로 조성했다. 여기에 산수국, 나무수국, 불두화 등 수국 15종3만여 그루, 애기동백나무와 향나무 등을 심었다. 해마다 6월이면 형형색색의 수국 수백만 송이가 피어 장관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랜선으로 치른 신안섬수국축제가 6월 하순에 열린다.

풀과 나무가 푸르른 섬
신안군 대표 관광지 도약

아담한 언덕을 따라 들어선 수국공원 정상은 평평한 잔디밭이다. 사방이 확 트여 멀리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 현대미술의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지의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신안군이 추진하는 ‘1도 1뮤지엄’ 사업 가운데 하나로, 도초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에는 ‘바다미술관’, 인근 자은도에는 ‘인피니또뮤지엄’을 세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향나무 산책로는 수국공원의 또 다른 비경이다.

수국공원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가 있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에 쓴 어류학서다. 이 책을 쓴 과정을 이준익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지난해 개봉했다. 영화의 주 무대는 정약전이 살던 초가인데, 흑산도가 아니라 도초도에 세트장을 지었다. 앞뒤가 뚫린 마루에 앉으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이 멋진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산어보〉 촬영지는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

영화는 극장에서 내린 지 한참 지났지만, 바다가 보이는 초가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입구에 〈자산어보〉 촬영지 표지와 함께 이곳에서 촬영한 장면이 있다. 흑백으로 찍은 영화 속 장면과 총천연색 현장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물이 있는 마당에 서면 초가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액자 속 그림 같다.

도초도 남쪽의 시목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눈부신 해변이다. 산이 병풍처럼 삼면을 둘러싼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앉았다. 쪽빛 바다를 따라 황금 모래가 2.5㎞나 펼쳐지고, 다도해 섬이 천연 방파제가 된 덕분에 잔잔한 물에서 해수욕하기 알맞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송 숲 사이에 있는 산책로도 일품이다. 솔숲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오토캠핑이 가능한 야영장이 있다.

하누넘해수욕장


도초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에는 색다른 해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트 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해수욕장이 그곳이다. 해수욕장 옆 언덕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하트를 빼닮아 이런 별명이 붙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드라마 〈봄의 왈츠〉(2006, KBS)에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비금도는 도초도보다 육지로 연결되는 배편이 많아 가기 편리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환상의정원, 수국공원→〈자산어보〉촬영지→시목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환상의정원, 수국공원→〈자산어보〉촬영지→시목해수욕장 
둘째 날: 하누넘해수욕장(하트 해변)→대동염전→이세돌바둑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신안군 문화관광 https://tour.shinan.go.kr

문의 전화
- 도초면사무소 061)240-4007
- 천사대교관광안내소 061)261-6004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685

대중교통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8회(06:00~23:55)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 일반버스 이용, 여객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도초도행 여객선 하루 4회(07:50~16:00) 운항, 약 1시간 소요. 도초여객선터미널에서 환상의정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동양훼리 061)243-2111~4, www.ihongdo.co.kr 남해고속 061)244-9915~6, https://namhaegosok.modoo.at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9회(05:10~21:2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4~19:36)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역 정류장에서 1번·2번 일반버스 이용, 여객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도초도행 여객선 하루 4회(07:50~16:00) 운항, 약 1시간 소요. 도초여객선터미널에서 환상의정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동양훼리 061)243-2111~4, www.ihongdo.co.kr 남해고속 061)244-9915~6, https://namhaegosok.modoo.at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 무안공항톨게이트→압해로 송공리선착장 방면→천사대교 암태면사무소·자은 방면→중부로 암태남강선착장 방면→암태남강항여객선터미널→카페리 이용, 비금가산여객선터미널→서남문로 수대선착장 방면→도초서길 수국공원 방면→환상의정원

숙박 정보
- 코리아모텔: 도초면 불섬길, 061)261-8800
- 시목야영장: 도초면 시목길, 061)275-1339
- 호텔목화: 목포시 만호로38번길, 061)244-8399, https://hotelmokhwa.modoo.at

식당 정보
- 보광회타운(간재미회무침): 도초면 불섬길, 061)275-2136
- 섬초랑민어가(섬초시래기갈비찜): 도초면 시목길, 061)275-2235
- 목포돌게장백반(돌게장백반): 목포시 해안로, 061)243-7142

축제·행사 정보
신안섬수국축제: 6월 하순, 수국공원 일원, 061)240-8685

주변 볼거리
만년사, 우이도, 비금도 명사십리해변, 선왕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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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