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오르니 집값도 오른다?

지난해 4분기 건설 자잿값이 전년도 대비 약 30% 가까이 올랐다. 건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아파트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분양가 변동 추이를 봐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 자잿값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8.5% 상승했다. 전체 건설자재 중 가격이 급등한 품목 수를 살펴보더라도 2020년 말 8.9%에 불과했으나, 올해 초 63.4%로 크게 확대됐다. 건설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전 품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 품목
급등 현상

이에 따라 분양가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4월 기준)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465만원으로 지난해 1313만원 대비 약 11.6% 올랐다. 2020년 대비 지난해 약 6%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상승한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상승해오던 분양가가 규제지역 지정,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2020년) 등으로 소폭 낮아지다가 건자잿값 상승 때문에 재차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건자재 가격과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오피스,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 시기를 앞당길수록 자금 부담 등이 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규제가 까다롭고 경쟁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업무용 건물 거래량은 총 38만849건으로 전체 건축물 거래량(211만4309건)의 18.01%가량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멀티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몇 개의 노선이 지나는지 등 교통 인프라는 수익형 부동산을 투자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이 중 2개 이상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멀티 역세권은 그야말로 ‘다다익선’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2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멀티 역세권은 1개 노선이 지나는 역보다 출퇴근이 수월하고, 역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상권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기본적으로 단일 역세권보다 유동인구가 풍부해 배후수요 확보에도 유리하다.

건설 자잿값 전년 대비 30% 상승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도 12%↑

노선이 더 많이 지나는 수익형 부동산은 그렇지 못한 곳에 비해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전국 오피스 수익률을 살펴보면, 테헤란로(7.93%), 여의도(7.81%), 천호(7.77%)가 차례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두 지하철 노선이 2개 이상이 지나는 곳으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교통 중심지에 위치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합상가 수익률도 마찬가지로 지하철 2·8호선이 지나는 잠실이 8.31%, 수인분당·2호선이 지나는 테헤란로가 8%로 서울 평균(5.96%)보다도 2%p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여러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상가 공실률도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수인분당선과 1호선이 지나는 수원역(3%), 3·6호선이 지나는 연신내(3.2%), 2·5·수인분당·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왕십리(3.3%)가 모두 서울(8.9%)과 경기(9.9%) 평균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멀티 역세권 입지의 상가는 공실 우려가 적은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멀티 역세권에 입지한 오피스텔은 높은 청약률과 시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천안아산역 퍼스트’는 평균 87.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도보권에 위치한 천안아산역(KTX·SRT)을 이용하면 서울까지 40분대 소요되는 점 등이 청약 성공의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8월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분양한 ‘시청역 동원시티비스타’도 부산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입지이며, 1·3호선 환승역인 연산역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교통 편의성 부각으로, 청약에서 평균 35.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멀티 역세권’수익형 부동산 주목
출퇴근 수월…상권 시너지 효과도

일반적으로 역세권 오피스텔은 지하철이 가까워 비역세권 보다 수요층이 두껍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과 생활 편의시설로 주거 편의성도 높다. 특히 2개 이상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멀티 역세권 오피스텔은 희소성 가치까지 더해지며 매매가격 상승폭이 크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기준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에 위치한 오피스텔 ‘대우 용산 월드마크’전용 86㎡의 지난해 12월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2250만원이다. 지난해 1월 평균 매매가격(9억1750만원) 보다 2억500만원 올랐다.

단지는 서울 지하철 4·6호선 환승역인 삼각지역 역세권 입지다. 서울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 역세권에 위치한 ‘여의도자이’전용 83㎡의 지난해 12월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500만원이다. 지난해 1월 평균 매매가격(10억 500만원)보다 9000만원 올랐다.

KTX와 SRT역 인근으로도 더블 역세권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폭은 두드러지고 있다. KTX· SRT 천안아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 ‘천안불당시티프라디움3차’전용 84㎡의 지난해 12월 매매 가격은 4억5000만원(KB시세 기준)이다. 지난해 1월 3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6000만원 올랐다. 천안아산역에서 KTX를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40분대, SRT를 이용하면 수서역까지 30분대 소요된다.

공실 우려↓
안정적 수익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들어 모든 건설 자잿값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 상황이어서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은 아파트 시장보다 수익형 부동산 쪽은 분위기가 양호한 만큼 이달 공급하는 알짜 단지를 발 빠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러 노선이 지나는 지하철역 인근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분양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해 왔다”며 “코로나19 기조가 장기화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공실률도 적은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서 분양 채비를 마친 수익형 부동산.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상가)= 서울 동북권의 주거 및 교통의 중심지로 화려하게 변신 중인 청량리역 일대에 랜드마크 상업용 시설이 곧 선을 보인다. 주인공은 청량리 메인 스트리트 스케일이 다른 대단지 프리미엄몰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단지내 상가인 아트포레스트.

역세권
학세권


청량리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한 청량리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아파트는 2023년 5월 입주 예정이다. 최고 높이 192m, 총 1152가구, 전용면적 84~162㎡, 최고 59층, 4개동으로 구성된다. 상업시설은 지하 2층~지상 3층, 판매시설 9173평에 220개 호실로 일대에서 매머드급이다.

사업지 위치는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용두동 39-1외 21필지에 대지면적 1만6095.30㎡(4868.8평)의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초역세권이다. 길 건너 청광물시장이 있는 성바오로병원 교차로에 유동인구가 항상 넘치는 건널목이 있어 활력이 넘쳐난다. 청량리 한양수자인 단지 옆으로 가로공원이 약 482평 조성되고 길 건너 청량리 효성해링턴 단지로는 소공원이 연계돼 조성된다. 옆으로는 청량리 롯데캐슬, 청량리 현대힐스테이트 더퍼스트 상가와 나란히 상권을 형성한다.

 

▲독산역 더라파엘(오피스텔)= 독산역과 신독산역 더블 역세권 프리미엄 쓰리룸 주거용 오피스텔인 ‘독산역 더라파엘’이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11층 규모의 전용면적 43.17~44.11㎡, A~C타입, 3가지 타입으로 총 29실(A타입 10실, B타입 10실, C타입 9실)이 공급된다. 지하철 독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270m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대로변 주거시설로, 서울 두산초등학교(병설 유치원 포함)를 도보로 30초면 가는 학세권 오피스텔이다. 어린 자녀를 둔 신혼부부나 초혼부부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독산역 앞에 최초로 공급되는 3베이 아파트 구조의 쓰리룸 오피스텔(방 3개, 화장실 2개)로 배후에 가산디지털산업단지의 풍부한 임대수요를 품고 있다. 가산디지털산업단지와 구로디지털산업단지는 현재 산업 인력이 약 5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산업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금천, 구로, 구로디지털단지 등의 G밸리를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모여든 IT및 정보통신 관련 1만여개 기업의 입주와 함께 1인은 물론 2~3인 가구의 신혼부부, 직장인 등의 주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금천구재정비, 교통계획확장, 서울의 경제 중심지 육성 등 다수 개발계획 등 신규 개발 호재가 풍부한 지역으로 미래가치에 주목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인근 오피스텔 대비 저렴한 분양가로와 아파트 형식에 완벽한 쓰리룸형 구조로 조기 마감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더 그로우 서초(오피스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 조성되는 ‘더 그로우 서초’가 분양 중이다.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에 전용면적 49~100㎡의 주거용 오피스텔 221실로 구성된다. 방 2개인 투룸 중심으로 설계한다. 일부 가구에는 방 2개와 거실을 전면 발코니로 배치하는 3베이 설계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이 좋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지하층에 배치하는 것과 다르게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꼭대기 층에 배치했다.

옥상 루프톱에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과 개인용 수영장을 배치한다. 인피니티풀은 길이가 25m에 달한다. 별도로 마련된 프라이빗풀에는 다이닝 테이블도 배치한다. 프라이빗풀에 지인을 초대해 작은 파티도 즐길 수 있다. 분양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가까운 우면산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하면서 운동을 즐기고 조식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조식·세탁·발레(주차대행)·리셉션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지 주변에 우면산과 서리풀공원 등 녹지 환경이 풍부하다. 서초동 법조타운, 외교센터, 서초구청 등 행정기관도 많다. 특히 일반고등학교 중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고와 상문고, 입시학원 ‘메가스터디 팀플전문관’이 가깝다.

양재 R&CD에는 많은 대기업이 입주했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드문 200실 이상의 대단지로 조성돼 관리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체 호실의 절반 이상이 정남향으로 배치돼 우면산 조망이 가능하다.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생활숙박시설)= 부동산 개발업체 한호건설그룹이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지구에서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를 공급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 중심업무지구와 가깝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관광 수요 활성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레지던스(숙박시설)라는 평가다.

단지 안에 특급 호텔에 들어서는 다양한 어메니티(편의시설)가 갖춰질 예정이다. 버틀러(집사) 및 하우스키핑 서비스, 메일서비스 등에 제공된다. 코워킹 스튜디오, 웰컴라운지, 와인 라이브러리, 게임룸, 골프스튜디오, 록커룸 등도 마련된다. 준공 후 에어비앤비 파트너사인 홈즈컴퍼니가 직접 관리·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최근 도심녹지생태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운지구 분양 단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단지는 2개 블록에 지하 6층~지상 20층 756실(전용 21~50㎡)로 이뤄진다. 블록별로 세운지구 3-6구역이 396실이고, 3-7구역은 360실이다.

대단지 조성
관리비 적어

세운지구는 서울 도심 사대문 내 유일한 대규모 개발지라는 분석이다. 반경 1㎞ 내 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3가역뿐 아니라 종로3가역, 충무로역 등이 있다.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되는 삼일대로, 소공로도 이용하기 편하다.

주변에 대우건설과 BC카드가 본사로 사용하는 을지트윈타워를 비롯해 SK그룹, 한화그룹, 하나은행 등 대기업과 금융사의 본사가 모여 있다. 주변에 근무하는 종사자가 70만명에 달해 장단기 숙박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 도심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하고 청계천에 접해 있는 등 지금까지 공급된 생활형숙박시설 중 최고의 입지에서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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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