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모호한 정체성

효자 삼다수 딜레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광동제약이 6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본업인 제약 부문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어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삼다수와 유통업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오랜 오명인 ‘무늬만 제약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3년 설립된 광동제약은 초창기부터 경쟁사에 한 발 앞서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0년대 들어 제약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고 제약사들은 앞다퉈 신성장동력 발굴에 몰두했다. 일찌감치 음료 사업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낙점한 광동제약은 비타500 성공 이후 빠르게 외형을 성장시켰다. 

비타500 대박
매출 1조 클럽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2016년 처음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뒤 2017년 1조1416억원, 2018년 1조1802억원, 2019년 1조2383억원, 2020년 1조2438억원으로 매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에도 1조33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겉으로만 보면 남부러울 게 없는 광동제약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주력 제품 삼다수와 의약품 사업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통해 확보한 매출액은 전년보다 21.2% 상승한 2839억원에 달했다. 삼다수의 매출 비중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34.3%를 차지한다.


또 유통영업부문은 ▲비타500 910억원 ▲옥수수수염차 451억원 ▲헛개차 335억원 등 201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광동제약 매출 비중의 24.4%에 달하는 수치다. 삼다수와 유통영업의 매출 비중은 광동제약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반면 지난해 의약품 사업 매출은 2823억원(매출 비중 21.2%)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R&D 투자 비율 1%대…업계 최하위
‘겹친 악재’ 때아닌 불순물 초과 검출 

광동제약 삼다수 매출이 의약품 사업 매출을 앞지른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제약사 ‘빅10’ 가운데 비제약 부문 매출이 본업인 제약을 압도하는 곳은 광동제약이 유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에 대해 ‘무늬만 제약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매출을 보면 제약업체가 아닌 음료나 유통업체에 가깝다”면서 “음료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약 개발에도 집중해야 제약사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 최수부 회장이 타계한 뒤 외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이렇다 할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개발 진행 중이던 치매 치료제는 임상 2상에서 제품 개발이 보류됐고, 여성 성욕 저하 장애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지만 그 역시 자체 개발이 아닌 해외에서 판권을 사 온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도 아직 성과가 없다. 고 최 회장이 한방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히트시킨 ‘경옥고’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한방 의약품들로 제약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광동제약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광동제약은 최근 비만 관련 의료용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지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업 쿼드메디슨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비만치료제 의약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을 위해 단행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1 두께의 미세 바늘이 도포된 패치를 피부에 붙여 약물 성분을 체내에 흡수시키는 차세대 약물 전달기술이다.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경구제(먹는 약)의 대사 과정을 생략해 흡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음료에 매진
약은 무신경?

광동제약은 오래전부터 비만치료제 시장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투자가 일시적인 이벤트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동력 마련의 계기일 수 있다.

광동제약은 2016년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의 ‘콘트라브’를 도입해 판매 중이다. 다만 지난해 콘트라브의 매출은 26억원에 그쳐 부진하다.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삭센다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동제약이 최근 투자한 마이크로니들은 콘트라브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투자를 시작으로 비만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광동제약은 자체적으로 합성신약 기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KD101’도 개발 중이다. 2020년 임상 2상을 종료한 후 시험 프로토콜 방안 및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글로벌 회사에 기술 수출할 계획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쿼드메디슨과의 협력을 통해 비만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폭넓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과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타 제약사와의 경쟁우위 요소로 연구개발(R&D)을 꼽고 있다. 광동제약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보고서(사업내용)를 통해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며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 집약적 기업들은 15∼20% 정도(매출 대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약산업은 전문의약품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당사는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R&D와 영업력 등 핵심 분야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저조한 R&D 투자
업계 최하위 수준

그러나 실제 광동제약은 제약 관련 R&D 투자에 인색하다. 2016년 광동제약은 매출액의 0.8%인 5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어 ▲2017년 1.0% ▲2018년 1.1% ▲2019년 1.3% ▲2020년 1.3% ▲2021년 1.5%다. 5년 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R&D 투자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1조 클럽에 가입된 타 제약사에 비하면 그 수준은 미비하다. 유한양행·GC녹십자·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 등의 제약사는 매출액 대비 10~20%를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의 R&D 분야에 저조한 투자는 결과로 나타났다. 광동제약의 ‘에카렉스현탁액(KDM-1001)’은 지난 2019년 판매를 중단했다. 에카렉스현탁액은 2010년 8월 개발을 완료해 수년간 시장에 공급해 오던 급성·만성 위염 개량신약이다.

수년간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던 연구과제 ‘KD501’ 신약후보물질과 과민성 방광치료제 신약 ‘타라페나신ER’은 모두 임상 2상까지 완료하고, 제품 개발 및 과제 진행을 보류했다.

생수 매출 비중 전체 34.3%나 차지
높은 의존도…판권 넘어가면 타격

성인 대상 비타민D 결핍 치료 합성의약품 ‘비타민D3비오엔주(KDBON-302)’가 있지만, 이마저도 자체 개발 의약품이 아닌 프랑스 제약사 부카라레코르다티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 및 공급하는 비오엔주에 적응증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 광동제약이 때 아닌 ‘의약품 불순물 초과 검출’ 논란도 빚어졌다. 광동제약이 유통 판매 중인 혈관보강제 일부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초과 검출된 것. 


지난 16일 업계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광동제약이 제조·판매하고 있는 혈관보강제 일반의약품 ‘베니톨정’(미세정제플라보노이드분획물)에서 불순물 니트로소모르폴린(이하 NMOR)이 1일 허용치 초과 검출로 회수·폐기를 조치받았다. 

식약처는 광동제약의 해당 의약품 일부 제조번호와 배치 제품에 대해 회수·폐기 조치하기로 했다. 제조번호는 사용기한이 2022~2023년까지인 제품 전부, 사용기한이 2024년까지인 제품 중에서는 제조번호가 21039, 21040, 21041, 21042, 21068, 21069, 21070인 제품 등이다.

NMOR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발암성 물질로 구분된다. 

식약처는 이번 광동제약 베니톨정의 경우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했으나 건강상 큰 위해나 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건강상 큰 영향이 없는 만큼 의약품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지속 복용하거나 대체의약품 변경 여부 등을 의·약사와 상담하기를 권고했다. 우려가 있는 경우 기준 이하 제조번호 제품으로 변경을 권고했다.

겹치는 악재들
부회장 결정은?

일각에서는 고 최 회장의 ‘한방의 과학화’라는 창업 이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 최 회장이 이끌던 광동제약은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해 제약사의 초석을 다졌다”며 “그러나 현재 광동제약은 삼다수 의존도가 심하다. 만일 삼다수 판권이 다른 기업에 돌아간다면 매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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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