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누구나 하는 ‘마약 쇼핑’해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14 11:31:50
  • 호수 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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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 파나요?” 1분 만에 “어서옵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제 우리에게 마약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한국은 마약에 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고 기사를 접한 대중들도 놀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서 마약을 구매하는 것일까. 그리고 구매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기자는 마약을 종류별로 나눠 7명의 판매상과 대화를 시도했다.

개인이 마약을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약류 관리 법률 제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원료물질을 제조, 수출입,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소지, 소유 또는 사용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다.

못 잡아?

한국은 마약에 관해선 타국에서도 자국의 법을 따르는 ‘속인주의’를 적용하고 있어, ‘외국에서 마약을 해봤다’는 말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2019년 2월25일부터 5주간 마약사범 994명이 검거됐다. 이 일로 2019년 3월13일 국회에서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한국은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고 말했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로 마약 문제가 불거졌다. 재벌가와 래퍼들 사이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몇몇 연예인이 마약을 불법 복용한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 예도 있다.


그렇다면 마약은 특정 계층의 향유물인 것일까. 일반적으로 마약은 인터넷상 떠도는 소문으로 듣는 게 전부지만, 마약으로 향하는 길은 인터넷에 실제 있었다.

웹사이트에서 ‘○○○ 마약 구매’만 검색해도 ‘#마약판매’ ‘#마약효과’ ‘#약판매’ ‘#마약정품’등의 태그가 무수히 달린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6일 저녁 한 포털사이트에서 ‘액상 대마 구매’를 키워드로 검색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2페이지 검색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모든 검색 결과가 정확한 건 아니었다.

보통 쇼핑몰 사이트와 연계된 글은 ‘없는 글’이라고 나왔다. 검색된 글을 살펴보니 액상 대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남긴 글도 있었다. 이 글에 따르면 대마초는 ‘인디카’와 ‘사티카’로 나뉜다. 인디카는 몽롱하고 나른한 효과가 있는 ‘다운계 마약’이고, 사티카는 ‘업계 마약’으로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대마를 의료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인디카는 불면증에 처방되고, 사티카는 우울증·무력감을 치료하는 데 처방된다. 

메시지 보내자 곧바로 “대화하자”
1g 18만원, 액상 2팟 30만원 판매

효과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판매자는 대마초가 어느 정도 환각을 주는지 알 수 없다고 알렸다. 이를 알기 위해선 대마를 종류별로 갖춰 매일 피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마 품종엔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건 ‘미국산 정품 액상 대마초’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신속‧확실하고 안전한 거래, 물건 가지고 장난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글에 적힌 위커메신저, 라인, 텔레그램,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했다. 구매자 입장에서 신뢰 가는 판매자를 선택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연락한다”는 메시지를 보낸지 1분 만에 대화하자고 답장이 왔다.

그는 텔레그램 아이디에서부터 마약 판매업자임을 드러냈다. “떨 1g 18만원, 액상 2팟 30만원. 정품 확실합니다”라고 제시했다.

이쯤 되자 다른 마약도 판매하는지 궁금했다.

그가 판매하는 마약은 ▲아이스(메스암페타민 methamphetamine) ▲캔디(엑스터시 ecstasy) ▲대마초 ▲액상 대마초였다. 이 중 아이스 가격은 0.5g에 25만원, 1g에 45만원이다.

마약을 받는 방법은 먼저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이체한 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퀵배달을 보내는 방식이다. 서울·경기 지역은 퀵배달로 진행했고, 다른 지역은 택배로 받는다.

판매자는 캡처한 텔레그램 대화를 2개 보냈다. 내용은 퀵배달로 물건을 받은 구매자의 후기로, 2개 다 분실 없이 잘 수령했다는 글이다. 그는 “박스 안에 책이랑 같이 보내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프로포폴(propofol)’ 판매자도 있었다. 지난 9일 기자는 판매자에게 구매에 관한 문의를 했다.

판매자는 먼저 프로포폴 가격이 50만원이라고 말하며 “너무 많이 먹지 않으면 된다. 총 6회분이고 3~4방울이 적정량이다. 맛도 냄새도 없어서 술이나 음료에 타서 먹으면 된다. 효과는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정품이 확실하냐”고 묻자 “이런 거 거래하면서 정품을 논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재구매 요청은 엄청 많다”고 답했다.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맥 주사용 마취유도제다.


병원에서는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산소 ▲기도 유지에 필요한 장비 ▲응급약이 필수다. 프로포폴이 무호흡증을 일으키는 빈도는 25~30%다.

입금 후 퀵으로 배달
모두 정품? 사기 판쳐

프로포폴 불법 투약에 관해 한 내시경 전문 간호사는 “프로포폴이 부작용이 적은 마취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게 아니다. 병원에서는 고령 환자일 경우 프로포폴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술을 마시는 것도 호흡이 곤란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술에 프로포폴을 타서 마시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이면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페니드정(Methylphenidate)과 애더럴(Adderall)도 구매 가능했다.

이 약은 강남에 거주할 시 2시간 안에 받을 수 있었다. 가격은 30정에 26만원, 1회 복용량은 1알에서 2알이다. “페니드정과 애더럴 중 효과 좋은 약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판매자는 애더럴을 추천했다. 

여태까지 판매자들이 모두 현금 거래를 한 것에 비해, ADHD 치료약 판매자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거래 가능하다고 했다.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할인도 해줬다.


그는 인터넷에서 문화상품권이나 컬쳐랜드상품권 구매법을 익히라고 말한 뒤 구매 후 연락하자고 했다. 구매 후 상품권 핀 번호를 판매자에게 가르쳐 주면 구매가 성사된다.

ADHD 치료약 구매는 다른 마약류와 달리 메신저로 연락해도 답장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에 게재된 아이디를 텔레그램에 검색하면 ‘○○○○ 사기꾼’이라고 가르쳐주는 일도 있다.

인터넷에 마약 판매 글을 발견하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간단하게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

마약 판매 글을 신고한 한 네티즌은 “경찰서에 신고하고 담당 경찰관이 연락이 왔다. SNS에서 마약을 파는 경우는 해킹당한 계정이 대부분이라고 했고,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범을 바로 검거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안 잡아?

이 네티즌은 “하지만 브로커들을 계속 수사하면 언젠간 잡힌다고 한다. 신고하면서 보낸 자료들은 나중에 매매범을 검거하면 증거자료로 쓰인다”며 “경찰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마약 판매글 중 대다수는 사기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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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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