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22 K스타' 연예계 빛낼 기대주 10

혜성처럼 나타나 샛별처럼 빛나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2년 임인년에도 언제나 그렇듯 연예계의 시계는 바삐 흘러갈 전망이다. 저물어가는 인기 연예인이 있는 한편, 혜성처럼 나타나는 신예 스타가 있다. 2021년은 전에 없던 K-콘텐츠 흥행을 맞이한 전무후무한 해로 기록된다. K-POP,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2022년을 빛낼 스타는 누가 있는지 짚어봤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발발해, 무려 2년에 가깝도록 인간 세상을 헤집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백신을 맞지 않으면 국가의 소속원으로서 생활이 불가능하다.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뮤지컬과 연극, 영화, 콘서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즐기는 문화산업은 위기가 지속된지 이미 오래다.

그런 중에 대한민국은 놀랍게도 신진 플랫폼인 OTT를 통해 문화강국으로 우뚝섰다. 해외에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워진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한국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를 시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은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아, 이제는 세계 1위를 찍는 것이 평균값이 된 기묘한 현상을 몇 달째 마주하고 있다. 

K-콘텐츠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배우와 예능인, 가수들 역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의 성공과 해외에서의 성공이 별다른 결과물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해도 세계 각지의 팬들이 주목한다. 

한국에서 거둔 성공만으로 콘텐츠 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무대에 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진 시대가 온 것.


국내 연예인들의 위상도 콘텐츠의 붐업에 맞춰 덩달아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스타가 될 선수들이 눈에 띈다. <일요시사>는 배우와 예능인, 가수 중 2022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꼽아봤다. 

김신록

올해 K-콘텐츠가 발굴한 최고의 배우는 단연 김신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지옥 고지를 받은 박정자 역으로 출연한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깊이 있는 해석을 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연극판에서 여러 작품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김신록은 tvN <방법>, JTBC <괴물>,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에 출연하며 점차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늘려나가고 있다.

<방법>에서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분)의 모친으로 나온 그는 비교적 작은 역할이었음에도 파괴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은 “소진의 엄마가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이었나?”라고 놀라며 <지옥>에서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박정자 역에 김신록을 캐스팅했다.

김신록·장률·이유미·고윤정 내공 있는 배우
걸그룹 두 대형주, 전 세계 흔들 아이브·JYPN

이제 막 자신의 재능을 각인시킨 김신록은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에 한창이며, 쿠팡플레이 <어느날>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22년에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해 송중기, 이성민, 신현빈, 조한철 등과 호흡을 맞춘다. 


워낙 뛰어난 연기와 내공을 갖추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배우 0순위로 꼽는다.

장률

배우 한소희와 박희순, 김상호, 이학주 등이 출연한 <마이 네임>에서 비주얼로 눈을 사로잡은 인물은 배우 장률이 연기한 도강재다. <마이 네임>에서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등장한 도강재는 갑작스레 감정이 돌변한 뒤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에 조금도 죄책감이 없으며, 엄청난 복수심을 드러낸다. 

<마이 네임>> 초반부를 뒤흔드는 빌런 역으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주는 분장에 좀처럼 따라 하기 힘든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마치 애드리브하는 듯한 독특한 화법의 대사를 던지는 그의 연기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기과 출신인 그는 작품에서 악랄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평소에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편이다. 현재 김신록과 마찬가지로 연극 <마우스피스>에서 활약 중이며,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워낙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선과 악을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외형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강새벽(정호연 분)과 친분을 맺고 결국 그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지영 역의 이유미는 전 세계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순수하게 친구를 위한 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이 오열했다. <오징어 게임>을 거론할 때 꼭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올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와 <인질>에 출연한 이유미는 내년이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꼽힌다. 특히 <어른들은 몰라요>와 <인질>에서는 광기 섞인 내면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선보였다. 상상하기 힘든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진실한 감정선을 포착하며, 현실감을 부여하는 연기에 탁월하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제2의 천우희’라 할 정도로 섬세한 표현력을 자랑한다. 

내년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나연 역으로 나온다. 작금의 네이버 웹툰을 만든 킬러 콘텐츠였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이유미는 웹툰 팬들이 손꼽는 최악의 캐릭터 이나연을 연기한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멋진 역할을 소화한 그가 신작에서는 가장 최악의 인물로 변모하는 것.

이외에도 이유미는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스포츠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도 출연한다. 


고윤정

잡지 <대학내일> 표지모델로 먼저 얼굴을 알린 배우 고윤정은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그의 매력을 알아보고 캐스팅하고 있다. 

201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고윤정은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JTBC <로스쿨> 등에 출연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여고생 역으로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연기했으며, <스위트 홈>에서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활을 들고 괴물을 처치하는 데 앞장서는 여전사 역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은 <로스쿨>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전예슬 역으로 나와 후반부 스토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가 연기한 전예슬이 비교적 어렵고 복잡한 감정선을 지닌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음식과 화장품, 이동통신, 의류, 주류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고윤정은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최고 기대작 디즈니플러스 <무빙>에 출연한다. <무빙>은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으로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초능력이 소재인 이 드라마는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는 점과 거대 OTT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이외에도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에도 출연해 정우성,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다.

<개승자> 신인팀

무려 1년 6개월 넘게 사라졌던 코미디 무대가 부활했다.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이라는 말의 줄임말인 <개승자>가 해당 프로그램이다. 총 13개의 팀이 경연을 벌여 마지막 살아남은 팀이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 이수근, 김대희, 박준형, 변기수 등이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를 꾸미고 있다. 그런 중에서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팀은 ‘신인팀’이다. 

<개승자>의 신인팀은 홍현호 팀장을 비롯해 김원훈, 박진호, 황정혜, 정진하로 소속돼있다. 이들은 첫화부터 코너 ‘회의 줌 하자’를 꺼내 들어 트렌디한 코미디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이들의 멘토 유세윤이 “선배들은 못 짜는 개그”라 단언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아 무대를 준비한 신인팀은 신선한 구성과 뛰어난 연기, 공감 가는 소재를 바탕으로 <개승자>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2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빠른 템포와 허를 찌르는 유머가 장기다. 선배들을 대신해 코미디 부활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우고 있다. 혹여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에 성공한다면, 2022년 예능 판도를 가를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듯 보인다. 

이미주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인 이미주의 성장세는 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러블리즈가 7년 차 징크스를 견디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이미주는 꾸준히 재능을 보여온 예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시리즈에 모두 참여하며 예능 고정 패널로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인 그는 tvN <식스센스>에서 유재석, 오나라, 제시, 전소민과도 큰 웃음을 자아내는 앙상블을 보여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안테나 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긴 그는 유재석과 함께 MBC <놀면 뭐하니?>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순간순간 보이는 기지와 위트 있는 멘트는 물론 관능적이면서 예쁜 이미지와는 반대로 백치미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 모든 순간에 억지가 없고 유쾌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아울러 가수 출신답게 안정적인 가창 실력까지 드러내며 팔방미인의 재능을 입증하는 등 2022년 예능계를 주도할 인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낼 인물로 꼽힌다.

송소희

올해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다. 남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축구 분야에 다수의 여성이 대거 참여한 것.

2002년 전설들이 감독으로 나설 뿐 아니라 스포츠 전문 캐스터 배성재와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이수근이 중계진으로 합류하면서 축구 현장의 분위기를 갖췄다. 

코미디 무대의 부활을 알린 <개승자> 신인팀
대형 예능인 이미주…<골때녀> 송소희·윤태진

그런 가운데 송소희와 윤태진은 남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캐릭터다.

먼저 송소희는 다소곳한 이미지, 귀여운 외형과는 달리 매우 안정적인 축구 실력을 갖고 있다. 드리블과 슈팅, 패스 등 기술적인 면에서 다른 여성 선수들의 능력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일컫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도 몸놀림이 뛰어나다. 가히 경이로운 플레이를 자주 보인다.

송소희가 소속한 ‘원더우먼’의 경기는 <골때녀> 경기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송소희의 행동 모두가 남초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된다. 

윤태진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아나운서들이 모인 ‘아나콘다’ 팀의 에이스는 윤태진이다.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인 윤태진은 불과 한 달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특히 킥력에서 굉장한 재능이 보인다.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서 위트 있고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축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기 라디오인 <배성재의 텐> 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골때녀>에서 활약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예능에서 얼굴을 비출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브

언제나 새로운 스타 발굴에 목 말라 있는 가요계에서 2022년을 책임질 스타로 두 걸그룹이 꼽힌다.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과 안유진이 있는 아이브와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JYPN(가칭)이 그들이다. 

지난 1일 정식 데뷔한 아이브는 음반 ‘일레븐(ELEVEN)’이 15만장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으며,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아울러 다수의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음악방송 4관왕을 차지했으며, 2021년 KBS2 <가요대축제>에서 오프닝을 맡는 등 신인 걸그룹임에도 빠르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JYPN

2022년 2월 데뷔 예정인 JYPN은 걸그룹 팬들이 주목하는 대형 신인이다. JYP가 그룹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판매한 데뷔 싱글 <블라인드 패키지>는 단 열흘간 사전 예약 판매 6만장 이상을 달성했다. 최근 그룹명을 꽁꽁 숨겨둔 채 새로운 걸그룹이 될 7인조 멤버를 공개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유튜브를 통해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한 멤버들은 강렬한 댄스 실력과 폭발적인 고음을 자랑하며 비주얼과 실력을 겸비한 걸그룹 탄생을 예고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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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