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절묘한 엇갈림' 양정욱

삶의 고구마를 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4년 OCI미술관 신진 작가로 선정됐던 양정욱 작가가 2021년 새로운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간단하지만 쉽게 통하지 않는 이야기, 경계가 불분명한 생각의 생김새, 고구마를 삼킨 듯 가슴 치게 하는, 삶의 온갖 애매함과 갑갑함이 전시장에 다 모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OCI미술관에서 양정욱의 개인전 ‘Maybe it’s like that’을 준비했다. 알쏭달쏭 삶의 온갖 고구마를 다 모은 전시다. 전시를 접한 관람객은 절로 사이다를 찾을 듯하다. 

애매하고

도입부부터 메인 로비를 가득 채우는 육중한 덩어리와 과감한 직선, 광활한 곡선, 돌돌대는 모터 소리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검은 철판 위에 한 아름이 넘는 통통한(?) 돌덩이 두 개가 ‘사람 인(人)’ 자 모양으로 포개져 빙글빙글 돈다. 

수많은 작은 알갱이와 요철로 뒤덮인 하얀 표면엔 군데군데 숫자가 쓰인 표식이 박혀 있다. 표면의 요철은 지형지물의 분포에 대응한다. 지도에 표시하듯 이런저런 태그를 붙였다. 돌고 돌아 같은 부분을 만나도 각자 다르게 바라본다. 

간단하면서 어려운 이야기
사이다를 찾게 되는 전시


조각 너머로 지름 2.4m의 검은 고리가 크게 원을 그리며 우뚝 서고, 그보다 더 긴 나무 막대 3개가 고리를 관통해 허공에 매달렸다. 무게추가 돌아감에 따라 막대는 사방으로 허우적댄다. 끄트머리에선 간헐적으로 빛이 점멸한다. 

무언가 불을 켜고 찾아 헤매는 이미지를 움직임에 투영했다. 서로 닿을 듯 닿지 않고 절묘한 엇갈림을 반복하는 소통의 시도를 느낄 수 있다. 희고 육중한 덩어리, 공중에 늘어진 검은 전선 줄기, 휘고 낡고 벗겨지고 노끈이 둘둘 감긴 나무 막대, 그들을 두루 묶는 크고 강렬한 원, 금속을 덮은 텁텁한 도장 면, 그리고 배경의 흰 벽 중간 어름에 문득 박힌 주먹 크기의 돌멩이 둘.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이 모든 요소가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얽혀 단번에 시야를 채운다. 양정욱의 조형은 익히 알려진 질료적 측면을 뚝 떼어도, 명백한 형태와 색채의 실체가 존재한다. 그의 조형 메커니즘은 주어진 형태나 색상, 덩어리를 살리면서 변화를 줄 크고 작은 보조 요소가 하나둘 모이고 덧붙고 서로를 꿰뚫고 옭아매 점차 한 덩어리로 진화하는 연방제의 형상이었다. 

이번 작업은 들어갈 데 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더 나왔으며 오밀조밀 섬세하면서 두툼하다. 외양은 더 단일하고 설계는 더 치밀하며 움직임은 더 긴밀하다. 한마디로 ‘보다 계획적’이다. 기술 발전과 처우 개선이 누적과 퇴적을 거듭하면서 조형을 좀 더 다스릴 자신이 생긴 듯하다. 

보편적 특별과 계획성
움직이는 조각 최신판

덩어리들은 소형 모터를 품었다. 이들은 앙증맞고 슬림한 모양새로 둥둥 떠 있고 찰싹 붙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촉을 잡아주는 틀과 다양한 모터를 조합해 보다 복합적인 움직임을 만들었다. 아이패드, 모델링 앱, 3D 프린터는 이 작은 모터와 함께 시너지를 발한다. 

양정욱의 작업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보편적 특별’에 시선을 주는 일이다. 작가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 내는 것 중 하나는, 통할 듯 통하지 않는, 그래서 ‘인간인가? 반도체인가?’ 싶은, 서로 간의 인상 깊은 답답함이다.


미술가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동시대를 사회인으로서 포착한 이 ‘보편적 특별’이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갑갑하다

OCI미술관 관계자는 “양정욱은 2014년 OCI미술관 신진 작가로 선정된 이후 이듬해 가진 전시를 기점으로 활발한 행보를 꽃피워왔다. 이번엔 전시장 전 층을 아우르는 대형 개인전으로 진일보한 면모를 선보인다”며 “한층 가늘고 섬세하며, 보다 정교하고 계획적으로 변모했다. 두툼하고 예리한 움직이는 조각 최신판을 보고 들을 기회”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양정욱은?]

▲1982년 서울 출생

▲학력
가천대학교 조소과 졸업(2011)

▲개인전
‘대화의 풍경 : 우리는 가끔씩 휘어지던 말을 했다’ 아트벙커(2020)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다’ 갤러리현대(2019)
‘어제 쓰던 안경으로 오늘을 보아도’ 신도문화공간(2018)
‘우리는 바람이 부는 날에 작은 동물원과 그리고 더 작은 미술관을 갔다’ 동탄아트스페이스(2018)
‘홀롱, 나는 그것이 필요해요’ 케르게넥미술관(2017)
‘말이 없는 사람’ 두산갤러리(2015)
‘은퇴한 맹인 안마사 A씨는 이제 안마기기를 판다’ OCI미술관(2015)
‘인사만 하던 가게에서’ 갤러리소소(2013)

▲수상
김세중 미술상(2020)
제35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2013)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