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앞둔 LS그룹 청사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의 그룹 총수 등극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가 오랜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적절한 시기에 순풍마저 감지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물음표는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수차례에 걸친 경영상 패착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LS그룹은 2003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태평두(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형제가 LG전선·LG산전 등을 계열분리해 설립한 기업집단이다. 삼형제의 집안은 LS그룹 지주사(㈜LS) 지분 33.42%를 4:4:2 비율로 나눠갖고,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예고된
수순

LS그룹 초대 회장은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맡았다. 구자홍 회장은 임기 9년째였던 2012년 말 그룹 회장직을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물려줬다.

기존의 그룹 총수 이양 방식을 감안하면 구자열 회장은 선임 9년째를 꽉 채운 올해 말경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측에 그룹 회장직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초 결정된 구자열 회장의 한국무역협회장 선임 역시 그룹 회장 이양을 염두에 둔 행보쯤으로 해석한 바 있다.


구자열 회장에 이은 LS그룹의 차기 회장은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구자열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LS그룹은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구자은 회장의 그룹 회장 선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인 구자은 회장은 미국 베네딕트 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90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했고, LG전자 미주법인, LG전자 상하이지사, LS전선 전무, LS니꼬동제련 사장을 거쳐 2015년 LS엠트론 부회장에 올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LS엠트론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고, 2019년 LS엠트론 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LS에서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청사진 그리는 작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실상 차기 총수로 내정된 구자은 회장은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등 지배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22일 기준 구자은 회장의 ㈜LS 지분율은 3.63%로, LS그룹 특수관계자 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초읽기 접어든 총수 등극…준비 작업 ‘척척’
성공은 찔끔…겨우 한 번 입증한 경영 능력

총수 등극을 앞둔 시점에서 LS엠트론이 확실한 실적 반등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구자은 회장에게 희소식이다. LS엠트론의 실적 악화를 구자은 회장의 경영 능력과 연결 짓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LS엠트론은 LS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2016년 1000억원을 넘겼던 LS엠트론의 영업이익은 2017년 175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더니, 이듬해에는 177억원 영업손실로 전환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805억원, 77억원의 적자를 냈다.


LS엠트론의 수익성 악화는 이익률이 높은 사업이 매각과 잔존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동반된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LS엠트론의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면서 구자은 회장을 괴롭히던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는 다소 희석된 상태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LS엠트론이 올해 매출액 969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LS엠트론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5262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달성한 상태다. 

LS엠트론의 실적 상승세는 북미시장 내 소형 트렉터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구자은 회장은 최근 수년간 주력인 트랙터와 사출사업을 중심으로 비주력 계열을 꾸준히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을 진행해왔다.

향후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LS엠트론는 ‘하비 파머(Hobby Farmer)’의 가정용 소형 트랙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북미에서만 이미 1만대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미 적기 납품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구자은 회장은 경영능력 부재라는 세간의 인식을 일정 부분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자은 회장에 대한 물음표를 거두지 않고 있다. 확연히 드러난 경영 실패 사례를 섣불리 잊기 힘든 까닭이다.

LS엠트론은 수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전자·자동차 부품 사업을 정리해왔다. 2017년 LS오토모티브 지분과 동박·박막사업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 2018년 전자부품 사업과 UC사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여전히
물음표

이 가운데 동박·박막사업을 매각한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 매각 사례로 분류된다. 당시 LS엠트론은 동박·박막사업부와 LS오토모티브를 묶어 패키지딜로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동박·박막사업부와 LS오토모티브의 몸값은 각각 3000억원, 7500억원이었고,  이후 KKR은 SKC에 동박사업을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