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할은 내 것' 스타급 배우 계약의 비밀

“요즘 스타가 옛날 스타인가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전 세계가 한국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까지,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엔터 산업이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는 옛것에만 머물러 있다. 그 가운데 스타급 배우들과 연예 기획사 간의 불균형적인 계약에 상생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의 위상은 특별했다. 국내 최고의 창작자들이 손을 내밀고, 바르고 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한다. 배우 한 명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수표
믿고 보는 배우

꼭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라 할 정도의 영향력이 큰 배우가 있다면 이른바 ‘끼워팔기’를 통해 신인배우를 스타급 배우로 키울 기회도 있다. 한 명의 배우를 통해 소속사 스태프들은 각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우 한 명으로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울 수 있다. 아울러 회사가 커나가는 데 ‘개국공신’과 같은 역할을 한 배우는 프리미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회사의 존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배우에겐 어쩌면 당연한 지급일 수도 있다.

모든 배우를 천편일률적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상황이 다 다르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급 배우는 엄청난 대우를 받는다.


소속사는 스타급 배우와 손잡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 비율도 배우가 9, 소속사가 1이라는 불균형적인 계약을 맺기도 한다. 8:2의 비율로 계약을 맺더라도 식비, 주유비, 헤어·메이크업 스태프 비용 등을 모두 소속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아무리 스타급 배우가 막대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매우 적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명의 배우로 부를 창출하는 상황이면 괜찮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계약을 맺어도 충분히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계약 비율은 배우의 배만 불리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점차 배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작품을 흥행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나 작가 등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면, 흥행에서 참패한다.

스타급 배우가 1년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 100억원 매출에 90억원은 챙긴다”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의 질이 늘 좋은 건 아니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아무리 뛰어난 배우의 작품도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고 흥행도 실패할 수 있다.


뛰어난 연출진과 능력 있는 스태프,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이 모든 에너지를 더할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꼭 좋은 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법도 없으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

스타 배우가 작품 초반부 기대심을 갖게 하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명 배우 소속사의 신인배우를 대거 캐스팅하는 ‘끼워팔기’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어울리지 않은 배우가 맡았을 때는 작품의 질이 떨어져서다. 오히려 신인급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켰다가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경우도 흔하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속사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끼워팔기’는 하지 않는 추세다. 막무가내로 소속 배우들을 밀어 넣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냉정하게 캐스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스타급 배우 한 명이 맞추는 게 불가능한 시대다. 또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구매력이 높은 배우가 아니면 광고 매출을 올리기도 어렵다. ‘천만 연예인 시대’라고 할 만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유명인이 배출되면서, 배우 개개인의 경쟁력도 예년만 못하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고

또 하나는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하 기업에도 도입돼 회사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있다. 먼저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대다수 매니지먼트에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매니저를 늘렸다. 

비교적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영세한 회사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이 된다. 매니저당 차량이 한 대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A 대표는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매니저가 한 명이 붙었다. 때론 매니저 한 명이 배우 두 명의 업무를 맡을 수도 있었다. 배우가 매일 일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배우당 매니저가 꼭 한 명이 있어야 한다. 때로 매니저가 부족해 실장급 매니저들이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인원을 늘려서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인적 구성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일이 많은 배우의 경우 온종일 촬영할 때도 있다. 드라마와 광고촬영이 겹쳐 이틀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 매니저에게도 같은 시간의 업무를 분담하게 할 수 없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니저가 다른 매니저와 교대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매니저 업무가 인수인계가 쉬운 작업도 아니며, 개개인 역량에 따라 업무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특성상 한 사람이 배우가 다니는 현장을 이어 하는 게 효과적이다. 

교대근무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온전히 지키기란 어렵다. 소속사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매니저의 수를 급격히 늘렸다. 배우가 일이 많은 회사는 방법이 없다. 매니저를 늘려도 모든 배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쉬는 시간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 출근해야 하지만, 늦게까지 촬영한 경우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게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깨어있거나
무지하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와 계약할 때 표준 계약서와는 변형된 계약을 맺는다”면서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이 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매니저가 고용노동부에 문제가 있다고 걸면 걸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형태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각 업계의 환경에 맞는 정책이 세밀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SNS나 유튜브 등 홍보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해당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도 필요해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홍보 담당자는 주로 언론을 응대하는 업무만 맡았으며, 회사당 1명에서 많으면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보 마케팅 콘텐츠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5명 넘게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득이 되지만, 모든 부담은 소속사가 가져야 한다. 


스타급 배우를 다수 보유한 회사의 대표 A에 따르면 예전에는 배우 한 명에 모든 소속 직원이 1:1 비율이었는데, 최근에는 1:2 비율로 바뀌었다. 배우가 25명이면, 예전에는 25명의 직원 필요했다면, 이제는 50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프리랜서 스태프의 비용도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는 1일 출장비가 20만원에서 30만원을 오갔다면, 최근에는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행사 등 업무가 있을 때면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이들의 비용이 느는 것은 회사 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A 대표는 “스타급 배우들이 원하는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는 특히 가격대가 높다. 대부분 5:5로 비용을 나누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가 더 크게 손해를 본다. 가수들은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배우 매니지먼트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도 안 된다”며 “100억원을 벌어도 5억원 남짓 한다. 이 비용은 배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스태프 비용 증가 
“소속사 매출 100억원에, 순이익은 5억원”

이 같은 변화는 배우에게도 충분히 고민해볼 사항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이적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속해서 고비용을 감당해줄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며, 소속사 대표를 믿지 못해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소속사의 부담하는 비용은 늘고 있어서다.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 회사와 배우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B 대표는 “의식이 깨어 있는 배우들은 이미 회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수익 지분을 줄이기도 한다. 각종 스태프 비용을 더 많이 지급하는 데 동의하거나, 회사와의 비율도 비교적 적게 체결한다”면서 “반대로 회사의 비용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욕심을 부리는 배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 일이 생기든 말든 자기가 벌어갈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 C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회사에 모든 비용을 부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비용은 일절 부담하지 않은 채 전담 매니저 연봉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는 중에 그가 1년간 소속사에 지급한 금액은 3000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배우 C는 워낙 악명이 높다. 오래된 회사와 결별한 이유도 배우의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배우와는 오랫동안 함께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년전 배우들을 영입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한 회사는 스타급 배우와 9:1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스태프 비용도 최대한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놀라워했다.

그렇게 되면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최근 환경이 변하면서, 해당 소속사는 매출이 적은 배우들과는 계약을 만료하고, 내부 직원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한
K-콘텐츠

연예 기획사 B 대표는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 회사 직원들의 업무는 매우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버는 이익에 비해 매우 적은 월급을 가져간다. 서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이번 기회에 배우들도 모색해주길 바란다”며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 업계가 국제적으로 변해가는 만큼, 업계의 구조도 선진국형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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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