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걸었다'는 힘 빠진 입담꾼 신정환의 숙제

‘옛날 같지 않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유튜브 채널 <신정환장>으로 복귀 신호탄을 쏜 방송인 신정환이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윤종신과 함께 새 채널 <전라스:그러지 마오>도 개설했으며, 팟캐스트 부동의 1위 프로그램 <매일매일 불금쇼>에도 출연했다. “방송이 제일 좋다”는 그는 복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앞선 복귀시도 당시의 소극적인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의 강점인 애드리브가 힘을 쓰지 못한다. 국내 최고의 입담꾼에서 비호감으로 전락한 신정환, 이번에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팟캐스트 <매일 매일 불금쇼>가 파격적인 섭외에 성공했다. 2018년 JTBC <아는 형님> 이후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고 있던 신정환을 게스트로 초대한 것. 예고 방송만으로 <매불쇼> 채팅창은 피 튀기는 설전으로 가득했다.

설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신정환을 두고 비판하며 <매불쇼>에 실망감을 드러낸 팬들이 있는가 하면, 11년이면 자숙기간이 길었다면서 두둔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정확하게 양 갈래로 갈라져, 호감과 비호감을 드러냈다. 

<매불쇼> 출연은 신정환에게도 매우 큰 도전이었다. 지상파 예능의 경우 기본적으로 출연자를 예우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방송을 표방하는 데 반해 <매불쇼>는 미래 권력인 대통령 후보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날카롭고 예민한 질문을 퍼붓는 방송이다. 

수년 동안 다양한 분야를 깊이 다룬 정영진과 최욱, 두 명의 MC는 여러 방면에서 오랫동안 지식을 축적했으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왔다. 게스트의 작은 빈틈조차 절대 놓치지 않는 동물적 감각이 있어, 어쭙잖은 변명과 거짓말을 완벽히 해부한다.


이로 인해 창피를 당한 게스트도 적지 않다. 방송 말미에는 모든 조롱을 넣어두고 게스트를 아름답게 포장해, 치명타가 될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송곳같이 예리한 질문에 진정성 있게 답변하는 게스트의 인기는 급등한다. 위기의 연예인들이 <매불쇼>를 통해 관심을 끌었다. <매불쇼>는 연예인은 물론 정치적으로 성향이 다른 정치인조차 매력을 느끼게 할 정도다. 물론 예리한 질문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11년 전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뎅기열사건’으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탄 신정환은 <매불쇼>의 먹잇감으로는 최적이다. 

분명 자신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퍼부을 것을 알았을 텐데도, 신정환은 굳이 이 방송을 찾았다. 그리고 분량의 80%를 도박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불편한 모습이 역력한데도, 꿋꿋하게 2명의 MC와 ‘티키타카’를 이루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윤종신과 함께 개설한 유튜브 채널 <전 가스:그러지마오>(이하 <전라스>) 때문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방송”이라고 밝힌 신정환은 <전라스>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고 밝혔다. 이전 방송 때와는 다른 적극적인 태도가 엿보였다.

‘복귀각 보인다’ 11년 만에 생긴 동정 여론
위축된 표정·떨리는 목소리…재미가 필요해

‘예전의 라디오스타’를 줄인 <전라스>는 자유롭고 편안하면서 B급 정서를 담은 토크쇼를 지향한다. 뮤지, 김구라, 하하, 이혜영 등이 게스트로 나왔다. 초반부만 해도 어딘가 정리가 되지 않은 듯 보인 <전라스>는 점차 회차가 늘어나면서, 강력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구독자는 겨우 5만명에 그치며, 영상 조회수도 방송 퀄리티에 비해 적은 10만회에서 40만회 사이다. 

홍보가 필요하다고 느낀 신정환이 수백만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는 <매불쇼>에 총알받이로 나선 것. 시종일관 정영진과 최욱에게 두들겨 맞은 신정환은 적지 않은 동정표를 받아갔다.

도박 이슈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딘가 자신감 없게 답하는 모습이 특히 애잔하다는 반응이다. 여전히 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이가 적지 않지만, 신정환의 복귀를 응원하는 이도 분명 늘어났다.

실제로 <신정환장>이나 <전라스>에는 신정환을 응원하는 댓글이 많다. 기발한 발상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재능은 아직도 팬들에게 향수로 남아 있는 듯 보인다. 

몇 차례 방송에 출연하며 복귀 시도를 했던 신정환에게 있어 최근의 분위기는 11년 동안의 공석을 메우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아쉬운 점은 신정환의 퍼포먼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전라스>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보고 편한 게스트가 나올 때는 예전의 강력한 애드리브가 나오곤 하지만, 처음 만난 패널과 있을 때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매불쇼>처럼 신정환에게 공격적인 내용이 화두로 나오면, 목소리도 떨리고 불안감도 크게 엿보인다.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대한 자책감과 온갖 악성 댓글로 인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신정환에게 가장 큰 숙제는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을 없애는 것.

앞서 강호동과 이수근, 노홍철, 탁재훈 등 연예인들은 크고 작은 문제로 인해 방송가를 떠난 적이 있다. 대부분 복귀 후 적잖은 시간을 적응기로 보냈고, 적응을 마친 뒤에는 전성기 시절의 퍼포먼스를 뛰어넘는 매력을 보였다. 방송이 익숙해지면서 불안감을 덜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신정환 역시 방송가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조금은 털어낼 필요가 있다. 그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오랜 시간 벌을 받았다고 여기는 대중이 적지 않아, 좀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와도 충분히 용인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중은 반성하는 신정환 대신, 웃기는 신정환을 그리워하고 있다.

압박

국내 내로라하는 예능 스타로부터도 부러움을 사는 재능을 가진 신정환이 독창적인 재미를 되찾고 방송가에 연착륙 할 수 있을까.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 실력으로 증명하는 방법밖에 다른 답안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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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