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황제 의전' 논란 강성국 법무부 차관

“비 좀 맞으면 죽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황제 의전’ 논란에 휘말렸다. 강 차관이 빗속 브리핑을 하는 내내 한 공무원이 무릎을 꿇은 채로 우산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야권을 비롯해 전방위에서 맹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강 차관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정착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내내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우산을 받친 데에 대한 비판이 끊이고 있다.

무릎을?
맹비난

강 차관은 이날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직원 및 가족의 입국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강 차관이 비오는 야외에서 약 10분간의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한 법무부 직원은 뒤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우산을 들어 강 차관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은 그는 목에 공무원증을 걸고 있는 채였다.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 직원도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 아닌가”라며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라고 썼다. 그러면서 “저 차관님 나리 반성하셔야”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도 “법무부 차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밝혔다. 김인규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방송용 카메라가 돌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커튼 뒤에선 문재인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그 이상의 갑질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강 차관을 향해 “국민의 공복이 될 자격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강 차관을 즉각 경질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강 차관은 물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녹아내리는 설탕인 것인가. 그야말로 물에 젖으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슈가보이’ 아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빗속 브리핑’ 무릎 꿇고 우산 받친 공무원
“때가 어느 때인데” 아리송한 사과도 도마

그는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황제 의전’은 강 차관이 법무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나아가 뒤떨어진 시대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며 “다른 부처도 아닌 정의를 대표하는 법무부의 차관이 국민 앞에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직원의 무릎을 꿇린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강 차관은 ‘황제 의전’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과거 정치인들이 직접 우산을 쓰고 일정을 진행하는 모습과 함께 강 차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과한 의전으로 곤혹을 겪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우산은 본인이 직접 들고 브리핑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모습이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비 좀 맞으면 죽느냐”라며 강 차관의 의전을 비판했다. “벌 받는 모습인가” “썩은 관료주의”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강 차관은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 자신부터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강 차관의 사과를 두고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우산을 받친 직원의 행동을 ‘숨은 노력’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무릎을 꿇은 직원이 아닌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과도
아리송

야권 대선주자들도 강 차관의 ‘황제 의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강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 차관의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 하나로 문재인정권 5년이 평가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국민을 이렇게 대한 5년이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국민은 이렇게 모시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시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은 아는 세상이 되자”고 적었다. 그는 “어제 참모들로부터 법무 차관의 우산을 받쳐 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넘어갔다”고 운을 뗐다.

최 전 원장은 “그런데 밤늦게 영상을 보게 됐고,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도 봤다. 신문 제목처럼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법무 차관, 비 안 맞아서 좋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 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차관이 비를 안 맞도록 우산을 받쳐 든 그 젊은이는 속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저는 분노한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 가 버린 정권, 입으로만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정권, 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 6월18일 새만금사업 현장 방문 당시 영상을 공유하며 “우산이요?”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참모로부터 건네받은 우산을 직접 들고 15분가량의 현장 브리핑을 듣는 영상과 강 차관을 대비시켜 우회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의전사

국민의힘 신인규 상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 차관의 과잉 의전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형전달식 취재 요청을 두고 “인권 감수성 제로인 법무부의 장관과 차관은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기초적인 자질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박 장관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시켰다”며 “심지어 법무부는 기자단에게 ‘협조를 안 해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는 겁박까지 하면서 박 장관의 행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인형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를 펴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차관은 어물쩍 사과가 아닌 사퇴로 책임져야 하며, 박 장관 역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논란과 관련해 “그 과정이야 어떻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위 공직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이유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가진 주례회동에서 과잉 의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같이 말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김 총리는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서 ‘장·차관 직무 가이드’ 등 관련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필요 이상의 의전 등 과잉 행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그간 관행화된 의전 등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사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의 ‘황제 의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과거 비슷한 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7년 5월 김 전 대표는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중 나온 수행원에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한 손으로 밀어 보냈다.

‘우산 지붕’ ‘노룩 패스’…
필요 이상 과잉 행위 점검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미는 모습에 일부 네티즌들은 ‘노룩(no look) 패스’라며 김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전 대표 는 우산과 관련된 의전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4년 8월 전남 순천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당시 당 관계자들이 차량에서 건물 입구까지 우산을 들고 일렬로 선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회의 참석자들이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우산 지붕’을 만든 것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또한 국무총리 재임 시절 수차례 과잉 의전 논란을 겪었다. 2015년 7월 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방문 당시 황 총리를 태우기 위해 관계자가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정작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포착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6년엔 황 총리의 열차 탑승을 돕기 위해 관용 차량이 서울역 기차 승강장까지 진입한 사례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에도 황제 의전 꼬리표는 계속 따라붙었다. 2017년 1월 황 권한대행은 충남 논산시 육군 훈련소에서 열린 훈련병 수료식에 참석했다.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겨울철에는 실내 강당에서 수료식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의전 및 경호 문제로 야외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영하 13도에 달하는 한파 속에서 장병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은 2017년 7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충북 청주시 수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홍 의원이 장화를 신고 벗는 과정이었다. 홍 의원이 선 채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자 한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장화를 신겨준 것이다. 한 수행원이 허리를 숙인 채 직접 홍 의원의 장화를 벗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논란이 반복되는데도 황제 의전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의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저서 <의전의 민낯>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는 권위를 살리는 방편이 되고, 행하는 사람에게는 습관이고 관행이기 때문”이라며 “의전에 싸인 리더는 자신이 제법 근사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습관·관행

‘의전 해체’는 수혜자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허 전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그는 ▲임원진 비서를 통합할 것 ▲상급자가 직접 식사 약속을 잡고 식당을 예약할 것 ▲집무 공간을 최대한 줄일 것 ▲수행 비서가 차 문을 열게 하지 말 것 ▲관용차 앞 좌석을 당기지 말 것 등 사소한 일부터 상급자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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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