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갑자기 사라지는 걸그룹 비하인드 스토리

단물만 먹고 버리는 ‘행사용 아이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년에 새롭게 탄생하는 아이돌 그룹의 수는 약 70여팀이다. 일주일에 한 팀 이상이 데뷔하는 셈이다. 이 중 다섯팀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진다.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1년 넘게 그룹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데뷔하자마자 해체시키는 사례도 생겼다. 일각에서는 해체를 염두에 둔 데뷔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1세대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의 전유물이었다. 일부 가요 기획사가 배출한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 그룹은 흔치 않았다. 2010년 전후로 점차 아이돌 그룹이 많아지면서, 중소 및 영세 기획사의 아이돌도 대중의 눈에 들며 인기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주먹구구

아이돌의 성공 사례가 많아지자, 영세 기획사에서도 일종의 대박을 노리고 아이돌 그룹을 기획했다. 일반적으로 아이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가요 기획사에서 음악에 재능이 있는 인재를 영입한다. 이들이 트렌드에 맞는 곡을 받고 안무와 의상 등 여러 부분의 콘셉트를 짜고 해당 곡을 연습한다.

이후 홍보용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취재진을 모아 제작발표회를 연 뒤 음악방송을 통해 데뷔하는 게 일반적인 루트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수억원대의 비용을 들여 아이돌의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ID나 라붐, 브레이브 걸스 등 역주행을 통해 인기를 끈 걸그룹도 수년간 무명에 가까운 활동을 하다 기회를 얻었다. 영세 기획사의 그룹 중 1집부터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물며 주먹구구식으로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이돌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채 사라진다. 가끔 뛰어난 비주얼을 가졌거나,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멤버가 있으면 의외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성공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인내와 행운이 필요하다.

대다수 아이돌 연습생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최근 영세 기획사에서 배출한 아이돌 중 데뷔하자마자 해체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데뷔했다가 5일 만에 해체한 쏠리아가 대표적이다. 쏠리아의 소속사 스페이스엔터테인먼트는 SNS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신곡과 뮤직비디오가 준비된 상황에서 5일 만에 해체하는 건 너무 의아한 소식이다.

소속사 측은 “쏠리아는 팀과 회사 간 협의 후 멤버 각자가 생각하는 진로가 있어 고민 끝에 해체를 하게 됐다”며 “신곡 발표 및 비대면 위문공연도 진행 중이었지만 각자 멤버들이 생각하는 다른 진로를 위해 회사와 멤버들이 협의 끝에 해체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건 해체 결정을 하고 좋은 추억을 남기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5일 만에 해체시킨 소속사의 입장문으로 보기에는 설득력이 터무니없이 떨어진다.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것이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함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며, 무명의 인지도를 가진 쏠리아에게 ‘진로로 인한 해체’라는 말은 무리가 있는 논리다.

진로를 이유로 해체한다는 건 쏠리아 멤버 중 일부라도 이름값이 있는 아이돌 스타였는데 배우의 길을 택한다거나, 새로운 직종으로 전환할 때 나올법한 얘기다. 아무런 인지도도 없고 실력도 검증이 안 된 쏠리아 멤버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1시간·5일 만에 해체한 그룹 비애 
‘고비용·저효율’ 아이돌 산업 단면

MBC <실화탐사대>에서 밝힌 아일라의 경우에는 데뷔 한 시간 만에 해체한 사례다. 음악방송 무대를 하자마자 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해체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체 이유는 무대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첫 무대가 아무리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응원하고 격려하며 분위기 반등을 노리기 마련인데, 해체라는 무거운 결정을 급히 내린 것은 당초 이들을 지원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일라 멤버는 <실화탐사대>에서 숙소에서는 단수와 단전이 자주 발생했고, 소속사로부터 받은 쌀에서는 구더기가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하지 않은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두고 해체를 염두에 두고 데뷔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영세한 기획사에서 행사를 목적으로 걸그룹을 결성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이들은 싱글 앨범도 발매하지 않은 채 다른 가수의 커버곡으로만 지방행사를 돌리기 위해 만든 걸그룹이라는 말이다.

일반적인 기획사처럼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정규앨범 발매’라는 식으로 계약한 뒤 앨범은 발매하지 않고 싱글 음반만 만들어 행사만 돌린 뒤 시장에서 밀려나면, 대학교 동아리 수준보다 못한 앨범을 만든 뒤 해체하는 방식이다.

애초에 해체할 계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나 음원의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 센터급이라 할만한 매력적인 멤버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물만 빼먹고 버리는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요즘 일종의 ‘먹튀 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행사용으로 만들고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이라며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악용한 매우 못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신인 아이돌이 성장하는 것은 예년보다도 더욱 어려워졌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도 살아남기 어려운 국면에서 영세 기획사의 아이돌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데뷔했음에도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투자 의욕마저 꺾이면, 비용 절감과 재투자를 위해 서둘러 활동을 종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가을에 데뷔해 겨울에 해체하는 식의 그룹도 많아졌다. 오랫동안 투자할 힘이 없다 보니 단기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

이른바 ‘고비용 저효율’인 아이돌 산업의 단면이 엿보인다. 

먹튀


한 가요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팬들과 만나는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성장할 기반조차 없다”며 “기존 연습생에게 지출되는 최소한의 비용조차 아끼기 위해 억지로 데뷔하고 바로 해체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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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