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명절 풍경

2년째 이산가족…이번에도 비대면 한가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가족애, 귀성길 정체, 명절 특수’ 등 수식어가 실종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변화다. 이에 ‘비대면 추석’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명절 풍경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곧 다가올 추석 풍경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운 
가족들

이미 우리는 한차례 코로나19 속에 추석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추석, 코로나19로 추모공원이나 성묘 등 방문이 제한돼 온라인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추석 연휴 기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추모공원을 폐쇄했고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했다. 

온 가족이 모이는 풍경이 보기 어려워진 만큼 직접 벌초를 하는 이도 줄었다. 따라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가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산림조합에 접수된 벌초 대행 신청은 5만건에 육박했다.


귀성길 풍경도 바뀌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의 매장 내 취식을 금지했고, 포장만 허용했다. 이에 휴게소 내 모든 음식점은 포장 판매로 운영됐다. 

이 밖에 도로공사는 휴게소의 입구와 출구를 구분해 운영하고 화장실 등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전담 안내요원을 배치해 발열 체크를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유료로 운영됐다. 그동안 명절 때마다 통행료가 면제돼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부는 이 기간 벌어들인 통행료 수입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차례와 릴레이 성묘 유행
바뀐 귀성길…한산한 도로·휴게소

올해 설날도 마찬가지였다. 화상회의 앱을 통해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늘었고,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홈설’ ‘모바일 세뱃돈’ ‘릴레이 성묘’ 등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으로 친척을 만나거나 차례를 지내는 집이 등장했고, 우편으로 세뱃돈을 보내는가 하면 앱으로 배달 쿠폰을 선물하기도 했다.  

설 기간에 광주광역시 영락공원, 망원묘지공원의 묘지·봉인시설 등이 임시 폐쇄됨에 따라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명절 음식이라도 나눠 먹자며 택배로 음식을 보내는 사람이 증가했다. 


사람들도 이에 화답했다. 전국 지방 곳곳에서는 구수한 사투리로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는 현수막이 붙고, 자녀의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 추석도 전년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석에는 국내 여행이나 친척 모임보다는 직계 가족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가는 
못 가는

티몬이 고객 600여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이 추석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겠다’고 답하는 등 명절 트렌드가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은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겠다’고 연휴 계획을 밝혔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이유로 응답자의 78%가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확산’을 꼽았다.

비대면과 직계가족 단위별 경향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53%) ‘직계가족과 조촐하게 추석을 보낼 것’ 이라 답한데 이어, 이전과 같이 가족·친척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는 응답은 7%로 낮았다.

코로나19로 명절 문화 자체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응답자의 48%가 ‘직계가족만 모이는 자리로 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25%는 ‘개인과 가족을 위한 휴식 기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변화 없을 것’이라 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올해도 
집에서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몰래 고향에 다녀올 수도 있지만, 혹시 확진되는 불상사가 발생해 가족은 물론 직장에도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올해 설이 마지막 언택트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B씨는 “설 연휴 기간에 본가도 처가도 안 간다”며 “북적이는 명절을 피해 본가는 먼저 가서 인사드리고 왔고, 처가는 연휴 전날에 가서 인사하고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C씨는 “자차로 가자니 장거리 운전에다가 길이 막힐 것 같아 주저하게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크다”고 밝혔다.

벌금을 물겠다는 각오로 고향 방문을 결심한 이들도 있었다. 비대면 명절이 작년 추석을 마지막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N차 유행’이 여전해서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D씨는 “작년 추석에는 오지 말라던 엄마가 올해는 보고 싶으셨는지 언제 오느냐고 해서 가기로 했다”며 “최대한 바깥 이동 없이 가족들과 집에서만 연휴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쳤다” 벌금 불사 고향 찾기도
정부 별도지침 예정 “검토 중”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적용할 별도의 방역조치를 내달 3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6일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2개월 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폭발적 확진 증가는 막았지만 확진자 숫자가 줄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9월20일~22일) 방역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박 반장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000명 이상이 세 번 나왔고 빠른 속도로 접종률이 늘어나고 있다”며 “추석이라는 인구 이동 요인이 있어서 그 이전에 방역 상황, 접종률, 확진자 추이 감안해서 추석에 맞는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석 별도 방역 조치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상황에서 가족 간 만남에 대한 방역 규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반장은 추석연휴 방역조치 발표 시점에 대해 추석 승차권 예매가 시작되는 오는 31일 전 발표될 것이라면서, 뒤늦은 방역조치 발표에 따른 승차권 예매 취소 등 혼란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다음 주말까지는 현재 거리두기 체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이후 거리두기 체계, 추석 연휴에 어떻게 할 것인지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현재 거리두기 체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4단계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하루 속히 종식돼 얼굴을 직접 보며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회사원 E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본가에 내려가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한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원없이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함께 모여서 마이크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앞두고… 서울시 ‘과대포장’과의 전쟁

서울시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과대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재포장 및 과대 포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이번 추석 명절 재포장 및 과대 포장 단속은 내달 30일까지 2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한국환경공단,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합동 점검팀을 구성해 점검 및 단속을 시행한다.

단속 대상은 제과류, 주류, 화장품류, 잡화류(완구, 벨트, 지갑 등), 1차 식품(종합제품)이다. 포장공간비율(품목별 10%~35%이내) 및 포장횟수 제한(품목별 1~2차 이내)을 초과해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할 예정이다.

만약 과태료 부과에도 시정되지 않아 추가 적발될 경우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화점 등 유통매장 집중 점검
최대 300만원 과태료 부과 예정

점검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포장횟수가 과도하거나 제품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제품에 포장검사명령을 내려,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제과류 포장의 공기(질소) 주입으로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 포장공간비율 적용하고 35% 이하(캔 포장 제품에 공기를 주입한 경우 20% 이하)로 한다.

시는 또 올 1월부터 시행된 ‘포장제품의 재포장 예외기준 고시’에 따라 제품판매 과정에서 또 다른 포장재를 사용해 제품을 재포장하는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재포장은 ▲생산·수입이 완료된 제품을 판매과정에서 추가로 묶어 포장하는 경우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N+1, 증정·사은품 형태의 기획포장 ▲낱개로 판매되는 포장 제품 3개 이하를 함께 다시 포장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과대포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원낭비와 쓰레기 발생 등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며 “유통업체가 자발적인 포장재 사용 감축을 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기사 속 기사> 추석 물가 안정화 대책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민 생활과 직결된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이 급등한 계란, 돼지고기 등 주요 성수품 공급을 전년보다 25% 이상 확대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9월 중 2차 비대면 외식할인 행사를 재개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등을 활용한 대대적인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논의해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등 주요 성수품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4차 유행 등의 영향으로 민생경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석 민생안정대책 논의
수요 늘면서 가격 상승 예상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2.3%)부터 지난달(2.6%)까지 2%대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10%대 안팎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농축수산물 작황 개선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늘린다. 총 공급량도 작년 추석 기간 대비 3만9000t 늘어난 19만2000t으로 확대한다. 주요 성수품 공급 시기도 추석 3주전인 30일로 작년보다 1주일 앞당겼다. 

농산물은 배추와 무 비축물량을 3배 이상 늘리고, 사과·배 계약 출하물량도 2배까지 확대한다. 가격이 급등하면 출하 잔량의 50%를 의무 출하하는 채소가격안정제 등 추가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축산물은 출하시기 조정 등으로 추석기간 중 소고기는 평년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 공급을 확대한다. 수산물도 추석 전(8월30일~9월18일) 시중 가격 대비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정부 비축물량 9227t을 집중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