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으로 본 문명과 시스템

“화장실 없이 2주 버텨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에피소드 영상 조회수 평균 400만회 이상, 예고편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하는 웹 예능이 있다. 웹 예능 <머니게임>이다.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웹 예능은 지난해 <가짜 사나이>에 버금가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문명과 인프라가 사라진 사회다. 

모든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도덕 등의 체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해왔다. 21세기 현대인들의 체제는 경제적으로는 대부분 자본주의이며,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죄수 딜레마

요즘 현대 사회는 모든 국민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힘의 논리만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법치주의가 안정화됐고, 소비하고 싶은 것을 능력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자본주의가 일상화된 세상이다. 

이 모든 시스템이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 배경은 시스템이 문명의 발달에 맞췄기 때문이다. 기차, 비행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면 그것에 맞게 시스템도 변화해왔다. 인간이 농경사회를 구축했다는 약 6000년 전부터 문명과 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했다. 

웹 예능 <머니게임>은 문명이 퇴행한 사회를 조명한다. 의식주는 물론 동물에도 존재하는 화장실조차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이라 여겨지는 물품조차, 현재 물가의 100배로 규정하고 구매해야 한다. 


<머니게임> 제작진이 설계한 작은 사회는 대규모 전쟁이 아니고서는 경험하기 힘든 뒤처진 세상이다. 

<머니게임>은 5억원의 상금을 건다. 공동재산과 사유재산의 개념이 섞인 5억원을 두고 8명의 사람이 14일을 지낸다. 여기서 남는 금액을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통행이 자유롭지만, 10시 이후로는 자신의 방문을 열면 무려 3000만원이 차감된다. 각 물품을 살 수 있는 인터폰은 방마다 배치돼있다. 

이곳은 폭력과 살인을 제외한 비윤리적 행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머니게임>은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거짓말이 통용되는 사회다.

조회 수백만 웹예능 신드롬급 파급력
인문·사회학적 탐구…화제의 문제작

<머니게임> 합숙 첫날, 하루 사이에 1억원가량이 차감된 것을 확인한 8명의 출연진은 시스템을 만든다. 14일 이후 한 사람당 3000만원을 가져간다는 규칙을 전제하고, 그것에 맞게 소비를 할 것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가 성립됐다. 

민주주의에 적응된 현대인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성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여기서 패착이 생긴다. <머니게임>이 설계한 공간은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없는 퇴행된 문명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통용되는 사회에서 '죄수의 딜레마'가 발동한다. 죄수의 딜레마란 죄수 2명이 서로를 신뢰하면 최적의 결과를 얻지만,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진실을 말하면 거짓말을 한 사람만 큰 이득을 얻고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는 최악의 결과가 주어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 상황에서 과연 인간은 거짓말을 안 할 수 있을까. 

아울러 제작진은 8일이 지난 뒤부턴 투표 시스템을 적용해 한 명을 퇴소시킬 수 있는 룰도 적용시켰다. 출연자들에게 죄수의 딜레마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보를 차단한 사회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출연자들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채로 게임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술값으로 공동재산을 사용했고, 개인재산으로 사용된 흡연 행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1번 출연자인 공혁준이 5000만원에 해당하는 정보를 사들이면서 불신이 가득해졌다. 남녀 구도로 연합이 구성됐으며, 일부 출연자들은 감정을 쏟아내면서 극한의 갈등 양상이 발생했다. 

문명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출연자들에게 발생하는 필수적인 갈등으로 해석된다. 일부 출연자들의 이성은 마비됐고,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의 밑바닥에 숨겨진 본능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머니게임>은 너무 강렬해서 한 번만 보고 멈출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배진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머니게임>은 극단적인 공간에서 인간이 어떤 본능이 튀어나오는가를 확인하는 인문학적 탐구가 가능한 동시에, 문명에 따른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고찰하는 사회학적 탐구도 가능하다. 

<머니게임>은 역사적인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출연자들간의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출연자는 제작진과도 갈등 양상이다. 출연자들 사이에서 상금을 1/N로 나누려고 담합하다 서로 다투는 등 2차 폭로전까지 펼쳐지면서, 프로그램은 현실판 ‘머니게임’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성이 큰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지녔다.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가 수백만대를 이루는 것은 물론 셀 수 없는 양의 2차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논란을 정리해주는 영상도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머니게임>에 과몰입한 시청자들의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 많은 출연자가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토로하는 출연자도 여럿이다. 가장 심한 악플을 받은 6번은 제작진과의 싸움도 불사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극한의 갈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머니게임>이 준 사회적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상황에 따른 시스템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깊게 생각할 수 있다. 문제작 <머니게임>은 제작진이 밝힌 비하인드 영상만 남았다. 활활 타오르는 온라인 세계에 폭탄이 될지, 모든 것을 정리하는 소방수가 될지 궁금증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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