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가정의 달’ 모자 작품전 김두엽·이현영

어머니와 아들의 ‘새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5월은 아이를 위한 날, 부모님을 위한 날, 부부를 위한 날 등 가족을 위한 날들로 가득한 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정의 달, 5월. 따뜻한 햇살,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두 모자(母子)가 준비한 전시가 찾아왔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김두엽·이현영 모자의 2인전 ‘우리 생애의 첫 봄’을 개최한다. 아흔 네 살의 엄마와 쉰 두 살의 아들은 두 사람의 봄을 담은 150여점의 작품을 준비했다. 

다채로운 점

이현영 작가는 생계를 위해 택배 운송을 하면서 어머니 김두엽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 두 모자의 삶은 2019년 7월 KBS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돼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현영은 삶과 죽음에 대한 탐구, 이를 둘러싼 본질에 대한 사유를 작품에 녹여내, 주변부의 모습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점들로 채워나간다. 어머니 김두엽은 ‘내 죽어도 여한이 없을’ 봄을 표현하며 알록달록하고 단순한 듯하지만 한없이 깊고 묘한 감정을 작업에 담아낸다. 

이현영은 추계예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 김두엽을 모시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삶의 진수들을 작품에 담기 위해 늘 삶과 죽음을 탐구한다. 모든 것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고자 했다. 


94세 어머니와 52세 아들
택배일 하면서 생계 이어

어머니 김두엽은 2010년 83세가 되던 해 자신의 손으로 그린 사과 1개를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일거리도 없고 별달리 할일이 없었을 때 그림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고 회상했다.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어머니가 가진 수많은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중이다. 어머니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아들과 함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때다. 

이현영은 화가로서 성공을 꿈꿨지만 쉽지 않았던 날들에 대해 어머니에게 늘 죄송함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며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어머니 김두엽은 택배 일로 바쁜 아들을 걱정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아들의 꿈을 항상 응원하며 함께 그림을 그렸다. 

모자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이들이 준비한 전시는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현영이 결혼하고 세 식구가 되면서 인생의 새봄이 찾아왔다.

이현영은 “새로운 가족이 가져다준 새봄의 모습은 마치 생전 처음으로 맞는 봄인 듯 아름다웠다”고 설명했다. 

이현영의 작업 속에 등장한 나무의 모습은 그 따스한 봄을 먹은 듯 가지는 붉고 잎사귀는 푸르다. 그는 이전 작업에 대해 ‘밀가루 반죽 전의 밀가루와 같은 얕은 바람에도 흩어져 버릴 것 같은, 그러나 흩어질 뿐 없어지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내 죽어도 여한 없을’
두 모자 사랑과 추억

반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에서는 전작의 무채색으로 표현하던 모호한 형상과 흐릿한 이미지가 점차 뚜렷한 형태와 색채를 띤다. 그의 작품을 가득 메운 ‘점’들이 생기와 농도를 머금고 생명의 아름다운 색들로 채워졌다. 

이현영은 작가노트에 ‘나의 삶과 사고, 행위들은 내 육체와 마음에 기록된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늘 되돌아보고,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에 어느 시인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부끄러워했다. 나의 그림에 이런 기록들이 진실되게 기록되기를, 아니 그 모든 것들이 담아내어지기를 기도한다’고 적었다. 

깊고 묘한

일우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두 작가의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 그들의 진정한 첫 봄 나들이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나아가 전 세계가 힘들었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관람객들의 각 가정에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봄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따스한 가족 간의 사랑과 소중함이 깊이 느껴지도록 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김두엽·이현영은?]

▲김두엽
1928년 오사카 출생

▲이현영
1970년생 
추계예술대 서양화과 졸업

▲이현영 개인전
‘이현영 특별 초대 개인전’ 모던갤러리(2018)
‘섬진강-흐르는 강물처럼’ 서포먼트 갤러리(2017) 외 다수

▲모자(母子)전
‘모자 그 아름다운 여정’ 문희정아트홀(2020)
‘나는 너를 만들고, 너는 나를 그린다’ 반도문화재단(2020)
‘어머니와 함께 하는 그림여정’ 모던앤모던갤러리(2019)
‘91세 어머니아 아들의 네 번째 나들이전’ 도솔갤러리(2018
‘휴식’ 남포미술관(2018)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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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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