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이연희 “날 사랑하지 못했던 나의 20대”

“‘아프니까 청춘’처럼 힘겨웠던 과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하얗고 앳된 피부, 순수한 미소를 가진 배우 이연희는 말 그대로 청춘스타다. 벌써 15년 차 배우로 드라마와 영화, 의류와 광고 모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신작 영화 <새해전야>로 얼굴을 비춘다. 아직도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 덕에 <새해전야>에서 현재와 미래 모든 상황이 불안한 20대 여인을 연기 할 수 있었다. “20대에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이연희의 과거와 현재를 들어봤다. 
 

▲ 배우 이연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홍지영 감독의 <새해전야>는 2013년 개봉한 <결혼전야>의 시즌2인 셈이다. 옴니버스 형식인 점과 여러 인물의 각가지 상황을 재기발랄하게 보여주는 점이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9명의 배우가 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안한 과거

장애를 겪고 있는 스노보드 선수 커플과 이혼한 형사와 이혼을 앞둔 강사, 결혼을 앞둔 한국인과 중국인, 이별 후 홀로 한국에서 가장 먼 아르헨티나로 떠난 20대 여인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체로 어딘가 불안 요소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허전한 공간을 채워나간다는 메시지가 영화의 줄기다. 

배우 이연희는 이 영화에서 스키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 진아 역을 맡았다. 6년 사귄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휴가를 내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다.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인 탓에 6년 동안 휴가 한 번 내지 않고 일을 했어도 성수기에 휴가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는 그의 삶은 캄캄하기만 하다. 우연히 만난 재헌(유연석 분)을 통해 많은 것을 받아들이면서, 환경이 주는 불안함을 떨쳐내고 자립한다. 주체성이 뚜렷한 진아의 힘이 매력적으로 전달된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탑 클래스의 외모로 평가받으며, 국내 연예계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킨 이연희 역시 20대 때 불안한 시절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쉽게 예견할 수 없는 미래로 인해 힘든 시절을 겪었다고 밝히며 극 중 진아와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직업을 일찍 정한 편이기는 한데요.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20대에는 고민이 많고 불안한 것 같아요. 저도 꽤 불안한 시절을 거쳤어요.”

이연희는 기대만큼 히트작을 많이 낸 배우는 아니다. MBC <에덴의 동쪽>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높은 시청률만큼 그에 대한 연기 비판은 심했다. 밈에 해당하는 장면도 다수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작품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잇따랐다. 

그러다 MBC <구가의 서>와 <미스코리아>를 거치면서 그의 연기력은 점차 안정감을 찾았고, 이번 <새해전야>에서도 맡은 배역을 매우 매끄럽게 소화한다. 그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이미지지만, 그가 살아온 삶은 굽이치는 파도에 맞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9명의 배우 4가지 이야기
비정규직 20대 불안 표현

“저도 두려움이 컸어요. 열심히 일했지만, 어떤 성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제가 맡은 일을 잘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자신감도 없었거든요. 진아랑 비슷해요. 진아가 이별 후에 여행을 선택하잖아요. 저도 힘든 시기에 파리로 그냥 떠났어요. 파리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치유를 받았어요. 배우는 게 많아졌고, 시야도 넓어지면서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그때 제가 하는 일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지난 1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새해전야> 기자간담회에서 이연희는 “20대에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경험이 부족한 이른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서툴렀다고 한다. 

“굉장히 힘든 시기였던 거 같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처럼 저의 20대는 모든 게 힘들었어요. 사람을 대하는 것도, 일을 풀어가는 과정도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 많았죠. 저를 되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30대로 넘어오면서 제 일에 여유를 찾았어요. 일도 사람을 상대하는 부분에서도요.”

20대에는 체력이 깡이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었단다. 배우로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맡은 일을 풀어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나이를 먹고 조금씩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이연희의 이야기를 써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 배우 이연희 ⓒ고성준 기자

“그저 주어진 것을 처리하기에만 바빴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만 무던히 애썼어요. 이제는 배우로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제 안에서부터 인물을 보기 시작해요. 이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데, 나라면 어떨까 하고요. 연기에 좀 더 저를 섞기 시작했어요.”

내적으로 변화를 겪은 이연희는 주위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19년간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배우들이 주로 포진된 VAST엔터테인먼트로 거처를 옮겼고, 비연예인과 결혼도 했다. 

“소속사를 옮기는 건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이제는 도전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홀로서기를 통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쳐보고 싶었어요. 나란 사람이 어떤지도 알고 싶었고요. 더 자유로워졌는데, 자유로워진 만큼 책임도 커지더라고요. 매사 신중하게 되네요.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안정된 현재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생겼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성숙해졌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범위도 넓어졌다. 그만큼 연기도 훨씬 더 자연스럽다. 어딜 가나 막내였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엿한 선배 배우의 위치에 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이연희, 그에게 새롭고 멋진 미래가 기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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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