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 유입된 차이나머니 득실

든든한 기회? 독이 든 성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중국 자본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오히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차이나머니는 전 세계적으로 문화를 점령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일부 한국 드라마에서도 중국 자본이 유입된 장면이 포착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여신강림 스틸컷 tvN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2013년 이후 중국의 거대 자본이 한국 드라마계에 유입됐다. JTBC 드라마 <송곳>을 제작한 제작사 씨그널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비롯해 초록뱀 미디어 그룹, FNC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의 최대주주가 중국기업이 된 적이 있었다. 

한류 물결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중국 화장품 기업이 거액을 투자했고, SBS <쓰리 데이즈> <닥터 이방인>에는 중국 인터넷 쇼핑몰 앱이 등장했다. 2016년 tvN <도깨비>에는 중국 칵테일 브랜드가 노출됐다. 

당시 중국 내 제3의 한류 물결이 거세지면서 중국기업이 국내 콘텐츠에 투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워낙 많은 자본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바람에 ‘차이나머니의 한국문화 점령’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2016년 사드 배치 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중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한한령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여신 강림>과 <철인왕후>가 차이나머니 유입으로 인한 문화 점령의 시발점이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여신 강림>에서는 고등학생 임주경(문가영 분)과 강수진(박유나 분)이 편의점 밖 테이블에 앉아 중국산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작품에 등장한 제품이 국내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등학생이 훠궈를 먹는다는 설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과 식품 브랜드 즈하이궈가 이 드라마의 제작을 지원했다.

또 tvN <철인왕후>의 원작 소설 <화친공주>의 작가 ‘선등’이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혐한 작가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선등은 <화친공주>에서 가상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고려만 실제 이름을 기재했으며, 주인공이 고려 사신에게 각종 만행을 일삼으며 ‘빵즈(멍청한 한국인)’라는 한국인 비하 단어를 사용하도록 설정했다.

또 고려 문화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으며 혐한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차이나머니의 한국 문화에 침투하는 선두주자 역할에 tvN 드라마가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비판이 일자 한 제작 관계자는 “<철인왕후>는 현대 바람둥이 남성이 왕후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가져왔다.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며 “<여신강림>뿐 아니라 많은 드라마가 중국 제품 PPL을 하고 있다. PPL은 제작비에서 매우 작은 예산에 불과하다. 차이나머니의 유입으로 보긴 어렵다. 제품이 너무 눈에 잘 띄게 묘사돼 괘씸죄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고개 드는 중국 자본 공습 
“한한령 이전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이어 “<철인왕후>와 <여신강림> 논란은 차이나머니의 유입과 관련된 우려와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비록 두 드라마의 문제는 다른 결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국내 콘텐츠 업계에 투자하기를 멀리하던 중국 자본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여전히 중국 국민이 VPN 우회접속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상당한 K-드라마를 등에 업고 글로벌시장을 노릴 수 있어서다.

중국 대표 OTT 기업 아이치이는 MBC <나를 사랑하는 스파이>, SBS <편의점 샛별이>, tvN <간 떨어지는 동거> 등 30편이 넘는 한국 드라마의 해외 판권을 사들였다. 아이치이는 2021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김은희 작가의 신작 <지리산>에 무려 2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드라마가 동남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이 같은 투자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는 JTBC <부부의 세계>를 제작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 JTBC 스튜디오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시장에 한국 드라마가 수출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기는 하나, 중국 자본의 유입을 두 팔 벌리고 반기긴 어렵다. 실제로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뮬란 포스터_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적인 예가 대만이다. 1980년대부터 뉴웨이브라 불릴 정도로 높은 미디어 문화 수준을 보였던 대만은 1990년대까지 아시아권의 문화 강대국으로 불렸다. <판관 포청천> <꽃보다 남자> 등의 작품이 아시아를 강타했다. 

하지만 1999년부터 경영난에 시달린 대만이 중국 자본에 문을 열었고, 중국 자본이 대만 제작 인력을 흡수했다. 현재 대만 미디어는 중국 콘텐츠 산업의 하청 기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미국 디즈니의 영화 <뮬란>도 차이나머니 문화 점령 우려에 불을 지폈다.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의 인권 탄압을 자행한 신장지역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반인권적인 범죄의 정당화를 도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 외에도 김치나 한복 등을 자신들의 문화라 주장하는 ‘동북공정’ ‘항미원조’ 논란 등 역사를 왜곡하려는 중국의 움직임 역시 차이나머니의 유입을 우려하는 이유다. 

하청 기지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한령 이전에는 ‘차이나머니의 공습’이라 부를 정도로 거대 자본이 유입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당시만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국내 시장만으로 제작비를 충분히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나친 개입을 경계하면서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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