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걸그룹 멤버들 근황

재기 꿈꾸거나 완전 포기하거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은 우아한 백조라고 한다. 물 위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발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는 백조처럼 카메라 앞에서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 흘리며 연습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몸부림치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백조’를 꿈꾸며 열심히 달리지만, 스타 반열에 오르는 이는 손에 꼽는다. 수백개의 팀이 이름도 없이 사라지며, 비록 이름은 알렸다 해도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가수의 꿈을 접는 이들도 적지 않다. 
 

▲ 블랙스완 혜미 ⓒ인스타그램

최근 <프로듀스 101> 조작 사태의 주범인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의 항소심을 통해 <프로듀스 101> 모든 시리즈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간 있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재판부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연습생의 명단은 공개했지만, 제작진의 조작으로 수혜를 입은 연습생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피해자이고,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혜를 입은 아이돌은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며 단숨에 스타로 거듭났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 중 일부는 각 소속사에서 새로운 그룹으로 데뷔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제3자의 조작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셈이다. 대중이 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늘과 땅 차이의 인생은 비단 <프로듀스 101> 연습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아이돌로 데뷔한 뒤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팀은 1년에만 300팀이 넘는다. 비록 대중에게 인식됐다 하더라도 성과를 지속하지 못해 사라진 스타들도 즐비하다.

그런 가운데 <일요시사> 실패한 걸그룹의 실태를 살펴봤다. 새로운 영상 플랫폼으로 떠오른 스트리밍 채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며, 일부는 각종 방송을 통해 재기를 꿈꾼다. 한편 방송과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 이들도 있다. 


[스트리머]

2012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쏘스뮤직의 합작 그룹으로 시작부터 떠들썩했던 4인조 걸그룹 ‘글램’은 한 멤버로 인해 해체됐다. 멤버 다희가 배우 이병헌에게 50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했기 때문이다. 연예계를 뒤집어 놓은 이 사건으로 인해 다희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글램은 데뷔 3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해체됐다. 

인생사 세옹지마라 했던가. 연예계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였던 다희는 스트리밍 채널을 통해 완전히 역전된 삶을 살고 있다. 월 1억원이 넘는 수익을 받는 스트리머가 된 것. 
 

▲ 스트리머로 변신한 글램 멤버 다희 ⓒ유튜브

그 사이 이름은 김시원으로 개명했다. 커맨더지코, 염보성 등 유명 스트리머와 합방을 하며 인지도를 얻은 그는 커버곡을 부르거나 커버 메이크업, 브이로그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김시원은 아프리카 BJ 중 이른바 후원 최상위권에 랭크되며, 매달 1억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끼와 재능을 가진 아이돌에게 스트리밍 플랫폼은 기회의 땅이다. 1인 방송은 특출한 미모를 앞세워 다양한 재능을 선보이기에 최적의 공간일 수 있다. 크레용팝의 엘린, 블랙스완의 혜미도 스트리머로 활약했다. 

정산도 못 받았는데…월 수익 1억원
사업, 번역가, 강사…새 분야서 두각

하지만 두 사람은 SNS 등으로 친분을 쌓은 뒤 이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사기 기법인 ‘로맨스 스캠’ 사건에 휘말렸다. 특히 엘린은 로맨스 스캠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첫 연예인 사례다. 엘린은 사과 후 한동안 방송을 쉬다 지난 9월 다시 방송을 재개, 여전히 매달 1억원이 넘는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가수로]

MBN <미쓰백>은 잊혀진 걸그룹 가수들에게 다시 도약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걸그룹 출신 가수들이 인생곡을 만나 재기를 꿈꾸는 스토리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스텔라의 가영, 에프터스쿨 레이나, 나인뮤지스 세라, 크레용팝 소율, 티아라 소연, 달샤벳 수빈, 디아크의 메일 등이 가수로서의 재기를 향해 경쟁 중이다.

이들은 걸그룹에서 탈퇴한 뒤의 일상을 보여주는 한편,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텼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미쓰백>은 비록 자극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걸그룹을 탈퇴한 가수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섹시 콘셉트로 활동하던 스텔라의 가영은 노출을 강요하는 회사의 지침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으며, 나인뮤지스 세라는 지난해부터 생긴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이나는 게임에 빠진 모습을 보였고, 문희준과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다. 메일은 배달 일을 지속하며 가수의 꿈을, 수빈은 작곡가의 꿈을 꾸고 있었다. 
 

▲ 크레용팝 전 멤버 엘린 ⓒ유튜브

이들은 가수 백지영, 작곡가 윤일상을 비롯해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간절함을 바탕으로 각고의 노력 중인 이들의 무대가 공개되자마자 반응은 뜨겁다. 

또 크레용팝의 초아는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해 5명이 불렀던 ‘빠빠빠’를 혼자 소화했고, 심사위원진의 칭찬을 받으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새출발]

가요계의 혹독함을 몸소 체험한 가수들 중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새 출발을 했다. 그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원더걸스 기존 멤버인 선미를 대체하며 뒤늦게 합류한 혜림은 2017년 팀 해체 후 학업에 충실했고, 통번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8년에는 첫 번역작을 내놓기도 했다. 

2013년 트렌디로 데뷔한 뒤 루루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강태리는 쇼핑몰 츄의 모델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뷰티 유튜버로 직업을 바꿨다. 최근에는 2억원이 넘는 벤츠사의 차량을 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LPG의 지원은 비키니 전문 쇼핑몰 바닐라비비의 CEO로 직종을 변경했다. 그는 최근 한 유튜버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걸그룹 활동할 때의 힘들었던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타히티 지수는 2017년 탈퇴한 뒤 필라테스 강사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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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