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립 황제’ 신정환 컴백 스토리 

여전한 입담, 벌써 몸 풀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오랜 기간 방송과 인연을 끊었던 신정환이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마음 속으로 많은 것이 정리됐다”는 그가 향한 곳은 유튜브다. 꾸밈없고 톡톡 튀는 멘트가 장기인 신정환에게 있어 유튜브는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로 보인다.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만나는 콘텐츠에서 ‘애드립 황제’다운 장기가 발휘되고 있다. 과거 ‘방송 천재’ 신정환의 향수가 묻어난다. 
 

▲ 가수 신정환 ⓒ코엔

 

“신정환의 예능감을 보면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인 것 같다.”(신동엽) “대본을 보지 않고 순발력으로만 방송하는데, 저렇게 웃긴다.”(이경규) “누군가를 비하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웃음을 창조한다.”(백지영) “신정환보다 방송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탁재훈)

방송 천재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들은 신정환에 대해 이같이 평가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드립을 내놓으면서도, 누구 하나 기분 나쁘지 않게 선을 지킨다. 그가 던지는 멘트는 군더더기가 없고, 타이밍은 적재적소다. 이상한 춤으로 시청자들을 홀리기도 하며, 바보 같은 표정을 띠고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구사한다. 

신정환이 국내 최고의 예능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랬던 그가 2010년 터진 이른바 ‘뎅기열 사건’으로 인해 정점에서 추락하기 시작한다. 해외 원정도박도 문제였지만, 뎅기열에 걸렸다고 사진을 조작한 것이 화근이 됐다. 

2014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뭐라도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팬들이라도 진정시키고자 뎅기열에 걸렸다고 언급했는데, 그게 그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차분했어야 했는데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후회한다”고 밝혔다. 


워낙 친근한 이미지로 수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준 그이기에 발각된 거짓말이 대중에게 야기한 배신감은 큰 듯 했다. 넘쳤던 사랑이 부메랑으로 작용한 셈이었다. 

법적인 처벌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한 그는 싱가포르에서 빙수 가게를 개업하면서, 방송과는 거리를 뒀다. 

고향 같은 촬영장을 잊을 수는 없었는지, 신정환은 2017년 tvN <프로젝트 S: 악마의 재능>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고, 2018년 JTBC <아는 형님>에도 나왔다. 

하지만 과거의 재기발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딘가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강력한 웃음을 뽐내기엔 예능 촬영 현장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김희철이 던진 ‘경상도의 아귀, 전라도의 짝귀, 필리핀의 뎅귀’라는 드립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만 웃었다”는 그의 말로 미뤄봤을 때 당시만 해도 심적인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 신정환 ⓒ유튜브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돼서였을까, 다시 방송 활동을 멈췄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얼굴을 비췄다.

‘신정환장’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인플루언서를 만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나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이하 ‘나인써’)라는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먹방’ ‘타로’ ‘필라테스’ 등 여러 영역에서 관심을 끄는 인플루언서들과 만나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몸이 덜 풀린 느낌이었는데, ‘나인써’에서는 초반부터 과거의 재능을 드러낸다. 

‘잃어버린 10년’ 성숙해진 내공
재기의 갈림길 속 응원하는 팬들 

타로카드를 집고 마치 포커를 칠 때 히든카드를 보는 듯 패를 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필라테스 전문가 엠마가 신은 필라테스 양말을 본 뒤 “인플루언서가 왜 구멍 난 양말을 신냐”고 핀잔을 주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성에게 “마스크 모델 같으세요”라며 터무니없는 멘트를 던지기도 한다.

“재치 있는 악플 남겨주세요”라고 특이점이 있는 홍보를 하기도 하며, MBC <라디오스타>를 나가는 건 어떠냐는 한 팬의 댓글에 “<복면가왕>도 못 나가는데…”라며 맞받아친다. 

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돌멩이를 꺼낸 듯,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농담을 한다. ‘뎅기열’ ‘원조 조작’ ‘도박’ 등 신정환의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법한 단어들이 나올 때도 여유롭게 대처한다. 

어느덧 ‘잃어버린 10년’이다. 10년 동안 그는 방송을 떠나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했고, 늘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다녀서 ‘거북목’ 증세가 있다는 그다. 

워낙 낙폭이 큰 롤러코스터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까불거리기만 했던 예전 신정환과 달리 성숙해진 얼굴도 눈에 띈다.

SNS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던진 악플에 “얼굴 없이 함부로 던진 말에 스스로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결코 개운하진 않을 거예요”라고 남겨 악플러로부터 되려 사과를 받기도 했고, 팬들의 응원에 겸허히 감사함을 표하기도 한다. 

인기 ‘먹방’ BJ인 딕헌터(송원섭)와 첫 방송을 한 뒤 딕헌터의 팬들이 신정환과 방송을 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 ⓒ케이엔엠

이에 대해 “딕헌터와 즐겁게 촬영해서 좋았고 많은 걸 배워간다. 저 때문에 언짢으신 팬들께 죄송하다. 여러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고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2015년 결혼한 아내를 언급할 때는 깊은 존중의 마음도 전달된다. 특이한 유머를 발휘하는 재능은 유지하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10년 동안 쌓인 내공이 다섯 편의 영상 만으로 강하게 전달된다.

국내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에 비하면, 신정환의 자숙 기간은 비교적 길었던 편에 해당한다. 또 활동 당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즐거움을 만들어냈던 덕분일까, 그를 기다려 온 팬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신정환장’에 있는 댓글 대부분이 ‘돌아와서 반갑다’ ‘얼굴이 좋아졌다’ ‘다신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패자의 귀환

2015년 신정환의 결혼식 때 주례를 맡은 김영희 PD는 “실패한 사람이 재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응원을 남긴 바 있다. 그 응원을 들은 뒤 5년 만에 재기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신정환. 긍정적인 면은 남기고 단점을 보완한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서인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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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