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윤석열’ 최재형 감사원장 압박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0:14:53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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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두 사정기관 틀어쥐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신임 민정수석으로 감사원 2인자 출신을 선택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최 원장을 ‘제2의 윤석열’이라 칭하고 있다. 
 

▲ 국회 업무보고 하는 최재형 감사원장 ⓒ문병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김종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낙점했다. 제37회 행정고시 출신인 김종호 신임 민정수석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감사원서 보냈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 5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이후 2년 동안 친정인 감사원으로 복귀했다가 이번 청와대 인선을 통해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전진 배치

김 수석의 임명을 두고 일각에선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년 동안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김 수석은 최 원장과 월성 원전 감사, 간부 인사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의 2인자’라 불린다. 

또 청와대는 김제남 전 기후환경비서관을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승진 발탁했다. 김제남 신임 수석은 녹색연합 사무처장 시절부터 환경·생태 분야서 명성을 쌓아온 탈핵·탈원전론자다. 실제로 정의당 국회의원이던 시절 김 수석은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최 원장은 최근 당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감사 문제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9월 국회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 당시 감사 요구안의 핵심 내용이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시점은 지난 2월이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각에선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 내부서 이견이 발생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 원장이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설도 존재한다. 지난 6월 최 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 감사위원회의서 월성 1호기 사항을 심의했다. 추가적인 조사 없이 최종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무처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감사원 발표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 원장을 ‘친원전파’로 분류한다.

민주당은 최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언급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에 출석한 최 원장에게 “대선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고, 최 원장은 이를 인정했다.

감사원 2인자 민정수석행
한때 ‘미담 제조기’였는데…

해당 발언은 최 원장이 지난 4월 감사 과정의 일환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신문하는 과정서 나왔다. 당시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말했고, 최 원장이 “문 대통령께서 41%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국민 대다수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논란이 일자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들어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사퇴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항명’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청와대서)어떤 사람을 추천했는지 모르겠지만, (최 원장이)‘친정부 인사기 때문에 내가 그것(임명)을 못한다’고 하는 말까지도 서슴없이 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의 최고위 협의체인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준호 전 감사위원이 지난 4월3일 퇴임한 이후 한 자리가 4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 김제남 정의당 의원

앞서 최 원장은 2017년 12월 인사청문회서 “청와대로부터 특정 인물의 제청을 요구받더라도, 그 인물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 원장이 당청과 갈등을 벌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월성 1호기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기 전까지 당청은 최 원장에 대해 칭찬으로 일관했다.

한때 최 원장은 정치권서 ‘미담 제조기’로 불렸다. 인사청문회서 사법연수원 시절에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합리적이며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이라고 밝혔으며, 청와대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보여와 법원 내 미담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항명 논란 이후 최 원장은 ‘제2의 윤석열’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미담 제조기서 찍어내기의 대상으로 변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한순간에 ‘배신자’로 만들어버린 민주당”이라며 “문재인정부 초대 감사원장에게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겁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항명 논란

윤 총장은 민주당의 사퇴 압박을 견디고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서 윤 총장은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통합당 안팎에선 윤 총장과 함께 최 원장도 보수의 대권주자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VS 최재형의 기싸움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판사 출신 인사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검사 출신인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적임자로 보고 검증까지 마쳐 제청을 요청했으나, 최 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힘겨루기가 벌어진 형국이다. 최 원장이 추천한 인물은 그가 판사 시절 같은 근무지서 일한 판사 출신으로 ‘특수관계’로 볼 여지가 있다.

현재 최 원장은 청와대와의 감사위원 인선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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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