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잡을’ 삼각편대 작계

개혁위 던지면 법무부 띄우고 민주당 내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삼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어느 쪽으로도 답이 없는 상태다. 신임 검사들 앞에서 강한 어조로 소신껏 발언했지만 ‘식물총장’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인사로 또 한 방 세게 맞은 모양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달 만에 침묵을 깨고 작심발언을 터트렸다. 신임 검사들을 만난 자리서 한 말이지만, 발언이 향하는 방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치권은 윤 총장 발언의 배경과 속내를 두고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달 만에…
저마다 목소리

지난 3일 윤 총장은 대검찰청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한다”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신임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침묵을 지켜온 윤 총장의 첫 대외 발언이다. 윤 총장은 그동안 검찰 관련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윤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독재’라는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윤 총장이 검찰을 둘러싼 법무부와 민주당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권력형 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부분은 ‘독재 배격’. 일부 의원들은 윤 총장의 발언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고, 당 외부에선 검찰총장 탄핵까지 언급됐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검찰, 정치 검찰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정치를 하려면 검찰 옷을 벗어야 하기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검 개혁 구체적 방안 제시
조국 전 장관 때 2기 출범

지난 5일에는 민주당 지도부서 윤 총장의 공개 사퇴 요구가 나왔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윤 총장이 지난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서 독재와 진짜 민주주의 발언을 한 것은 문재인정부가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전체주의란 주장으로 해석된다”며 “문재인정부라는 주어만 뺀 교묘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윤 총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문재인정부를 독재와 전체주의라면서 검찰총장직을 유지한다면 이는 독재와 전체주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물러나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한을 환영한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정권의 충견이 아닌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며 “윤 총장의 의지가 진심이 되려면 조국, 송철호, 윤미향,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등 살아있는 권력에 숨죽였던 수사를 되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윤 총장의 발언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지만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이후 법무부의 ‘검찰 힘 빼기’는 가속화됐고 추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모두 잘라냈다. 민주당은 입법으로 검찰 개혁을 거드는 중이다.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이 식물총장의 마지막 외침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윤 총장은 현재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이하 검찰개혁위), 법무부, 민주당이라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빠져있다.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고 민주당서 법을 개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장악했고, 의석도 과반인만큼 입법 부문은 일사천리다. 

여 “사퇴”
야 “환영”

‘검찰총장 권한을 축소하라’는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법무부가 하루 만에 수용 의사를 밝힌 뒤, 민주당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준비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없애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는 검찰총장이 아닌 고검장에게 하도록 법을 바꾸라고 권고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를 개정하라는 것이다. 검찰인사 과정서도 검찰총장이 아닌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들으라고 했다. 현행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위의 권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형사사법의 주체는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다.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지휘체계 다원화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개혁위 권고안 등을 참고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수용 의사를 보였다. 

그 다음날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현재 장관급으로 대우받고 있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명문화하고 총장의 인사개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재 검찰총장은 법률적 근거 없이 장관급으로 대우받고 있다”며 “중앙행정기관의 조직·직무범위 등을 규정한 검찰청법에는 총장을 장관급으로 대우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인사 과정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하도록 하는 현행 인사규정에 대해서도 “법률로 명시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법률로 만들면서 소모적인 논란과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부분을 삭제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김 의원은 조 전 장관 시절 검찰개혁위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검찰 개혁은 문정부의 최대 화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을 언급했다. 대선 후보 당시 1호 공약이기도 했다. 문정부는 검찰 개혁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8월9일 검찰개혁위를 만들었다.

1기 검찰개혁위(한인섭 위원장)는 ▲법무부 탈검찰화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안 ▲검사장 관련 제도 및 운용의 시정 ▲검사의 타 기관 파견 최소화 ▲공안 기능의 재조정 ▲검찰 내 성폭력 ▲젠더 폭력 관련법 재정비 등의 권고안을 내놨다. 

말만 하면
이뤄진다?

1기 검찰개혁위 권고안 중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사안은 입법을 통해 근거가 만들어졌다.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정안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 3법도 법사위를 거쳐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2호 지시로 2기 검찰개혁위(김남준 위원장)를 발족시켰다. 2기 검찰개혁위는 검찰 현안에 적극적으로 권고안을 내고 인사개혁안을 제시하는 등 검찰 개혁에 힘을 실었다. 

2기 검찰개혁위는 지난해 10월1일 ‘검찰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을 골자로 하는 첫 번째 권고안을 시작으로 지난 5일까지 모두 21차례 권고안을 냈다. 첫 번째 권고안은 3개월 뒤인 올해 1월 검찰 직제개편을 통해 현실화됐다.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였다. 


그 결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기존 4곳서 2곳으로 축소됐고, 전문 사건에 대한 주요 전담수서부서들도 몸집이 줄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형사부로 전환됐고 비직제 수사단으로 ‘저승사자’로 불리며 각종 금융·증권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사라졌다. 

공공수사부는 기존 11개청 13개부서 7개청 8개부로 축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와 서울남부·의정부·울산·창원 등 4개청 5개 공공수사부는 형사부로 전환했다. 서울중앙지검 총무부는 공판부로, 외사부는 형사부로 바뀌었다. 인천·부산지검 등 공항·항만 소재지로 외사 사건이 많은 곳만 부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 ⓒ문병희 기자

검찰 내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개혁위는 긴급 권고안을 낸 바 있다. 지난달 2일 검찰개혁위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적정성을 논의하는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전문자문단) 소집을 앞두고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검찰개혁위는 “전문자문단은 규정상 대검과 일선 검찰청 간에 중요사건 처리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전문적인 자문을 바탕으로 협의가 필요할 때 소집할 수 있다”며 “이번 대검의 전문자문단 소집은 검찰 지휘부의 ‘제 식구 감싸기’ ‘사건 관계자들의 수사 흔들기’ ‘검찰 내부 알력 다툼’의 도구로 변질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위의 권고를 사실상 받아들여 이날 윤 총장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 배제를 골자로 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 이어 15년 만이자 헌정 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대검과 법무부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닫다가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간신히 봉합됐다. 

인사·검찰총장 권한 축소
통합당 “답정너 위원회”

추 장관의 두 번째 검찰 정기인사 역시 검찰개혁위 권고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검찰개혁위는 지난 5월18일 18차 권고안서 형사·공판부 검사를 중심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 인사제도 개혁안’을 내놨다. 

권고안에는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선 기관장인 검사장과 지청장을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로 다수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체 검찰 내 분야별 검사 비중을 반영해 기관장의 60% 이상을 형사·공판부 경력검사를 임용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인사서 윤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부장급 간부 5명을 7개월 만에 교체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임명됐다. 삼성그룹 승계 의혹 등의 수사 지휘를 맡아온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형사·공판부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온 검사들을 적극 우대하는 한편 민생과 직결된 형사 분야의 공인 전문검사를 발탁했다”며 “여성 검사의 검사장 발탁과 주요 보임을 통해 차별 없는 균형 인사를 도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특수부 힘 빼기’는 문 정부 내내 이어진 검찰 개혁 주요 과제였다. 지난해 10월 조 전 장관은 윤 총장이 제안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특수부 폐지안을 담은 관련 개혁안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해당 부서 명칭은 반부패수사부로 변경하는 안이 핵심이었다.

다 날아간
총장 측근

일각에선 검찰개혁위가 법무부나 민주당에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개혁위를 통해 검찰 개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 다음 법무부나 민주당서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권고한 검찰개혁위를 비판하는 과정서 “결국 법무·검찰개혁위원회란 애초부터 검찰장악이라는 목적을 정해둔 ‘답정너 위원회’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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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