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연대’ 이낙연 정조준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27 10:18:09
  • 호수 12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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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대권 분리 전략으로 ‘대세론’ 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대세론’이 휘청인다. 이재명·김부겸의 ‘양수겸장’ 전략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문 당권파’인 박주민 의원이 갑작스레 당권 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 의원에게는 악재,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일요시사>는 이·김 연대의 손익을 따져봤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한때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자신과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이낙연 대망론’은 근 몇 개월 동안 식을 줄 몰랐다. 그런 이 의원이 정당대회서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기의
‘어대낙’

이낙연 대망론이 흔들리고 있다. 어대낙을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에 대한 선호도는 23.3%로 나타났다. 

여전히 여야 합쳐 1위지만,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말 40.2%를 기록했던 이 의원의 선호도는 5월 말 34.3%, 6월 말 30.8%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선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하향곡선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는 사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치고 올라왔다.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 사건을 파기환송한 일이 결정적이었다. 앞서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다.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의원을 맹추격 중이다. 

정치적 행보도 눈에 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상도 달라졌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 후 지난 23일 처음으로 국회 행사에 참석했는데, 민주당의 수많은 인사들이 몰렸다.

민주당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병욱·김영진·이규민 의원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만 20여명이 참석했다.

대권을 두고 경쟁 중인 이 지사와 이 의원은 연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에 대해 “(이 의원과 친분이)거의 없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서 깊이 교류할 기회나 뵐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을 ‘엘리트’라고, 자신을 ‘흙수저’라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를 한 이 의원은 엘리트인데 반해, 성남의 시계공장서 일하다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신은 변방의 흙수저 출신이라는 것이다. 

서로 부족한 부분 채우는 '양수겸장'  
당내 최대계파 ‘주류 친문’ 선택은?

이른바 ‘엘리트 대 흙수저’ 프레임이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라는 것.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싸움 붙이려 하지 말라”고도 말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2라운드가 펼쳐졌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민주당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의 논쟁이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박원순, 오거돈 사건은)중대 비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고위전략회의서 “후보를 낼지 말지는 연말쯤 가서 결정하면 된다. 지금 얘기하면(당이) 계속 얻어맞기만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이 지사에게 주의를 준 셈이다.

평소 정제된 발언을 해왔던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말했다. “다른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발언이다. 경우에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경기도정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민주당 내부서 이 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결국 이 지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적폐 세력의 귀환을 허용하게 된다면 현실(공천)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며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 1·2위 간의 설전에 일각에서는 대선 전초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지사가 이 의원의 대권에 제동을 걸었다면,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의원의 당권을 막아섰다. 하나의 표적에 대하여 두 방향서 공격해 들어가는 ‘양수겸장’ 전략으로 읽힌다. 

김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당선될 시 대권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배수진’ 전략이다.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022년 3월 대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등이 줄줄이 열린다. 김 전 의원은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일련의 과정서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9개월 당 대표’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 의원과 차별화된다. 

이재명에
따라잡혀

‘이재명·김부겸 연대론’이 불거졌다. 당권을 노리는 김 전 의원과 대권을 노리는 이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김 전 의원은 당권을 위해 이 의원을 꺾어야 하고, 이 지사는 여의도서 이 의원보다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재판부에 감사드리며, 이 지사와 함께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바로 다음 날에는 “국민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시기마다 문제가 되는 것을 용감하게 치고 나간다. 나만 해도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용기가 많이 죽었다”며 “국민이 힘들고 답답할 때 사이다 같은 것이 매력이고 강점인 것 같다. 참 부럽다”라고 이 지사를 칭찬했다.

두 사람의 연대 신호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이 지사와 김 전 의원 모두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문(비 문재인)’으로 꼽힌다.

이 지사와 ‘친문’ 진영 사이에는 여전한 앙금이 남아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서 맞붙어 일부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이후 터진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와 친문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 결과를 불러왔다. 
 

▲ 당권도전 선언 중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고성준 기자

혜경궁 김씨 사건은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다. 트위터 계정주는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를 주장했다. 사건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재명 불가’를 주장하며 앙금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비문으로 통한다. 지난 2016년 문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대립한 바 있다.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은 가덕도, 대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밀양을 지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이 문재인정부 첫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은 장관이던 시절 경기도의회를 방문해 경찰 소환조사를 앞둔 이 지사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경찰청 직속 상급기관인 행안부의 수장이 경찰조사를 받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비문계…
대동단결?

친문 지지자들 역시 당시 이를 지적했다. 두 사람은 비문계열 대권주자 대표 그룹인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부겸)으로 불린다. 두 사람의 연대는 친문을 자극할 수 있다. 주류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뚜렷한 주자가 나오지 전에는 전폭적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 친문 주류 사이에 흐르는 기류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친노·친문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봉하마을을 찾는가 하면, 주류 친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났다.


이 의원은 부산 친문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인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이 의원 지지에 나선 상태다. 앞서 최 의원은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며 이 의원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김 전 의원 역시 친노·친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캠프 후원회장으로, ‘원조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며 친노·친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당을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끊임없는 어깃장이자 검찰 개혁 발목잡기”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 역시 친노·친문과의 정서적 일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 당권 도전 기자회견 갖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앞서 김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 당시,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한 바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김 전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당권파’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당권레이스에 합류했다. 이낙연·김부겸으로 대표되던 당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문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당 대표 급선회
이 ‘악재’ 김 ‘호재’ 갈려

박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서 “훌륭한 두 분 선배(이낙연·김부겸)들과 경쟁하는 것조차 영광”이라며 “기회를 준다면 당 대표가 돼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의원은 만 47세다. 경쟁자인 이 의원(만 67세)과 김 전 의원(만 62세)에 비해 약 20살 정도 젊다. 정치 경력 역시 이들에 비해 짧다. 4년 6개월여에 불과하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던 박 의원은 2016년 1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영입된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그는 2018년 전당대회 당시 초선임에도 친문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로 최고위원 선거서 1위를 차지했다.

박 의원의 출마 선언은 갑작스러웠다. 출마 결심 시점과 관련해 박 의원은 “어젯밤(지난 20일) 늦게 결정했다”며 “출마 선언문을 쓰기 위해 밤을 새웠다”고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이낙연·김부겸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상황서 박 의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날인 지난 21일 당권 레이스에 전격 합류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막판 출사표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민주당 안팎서 나온다.

박 의원이 서울시장서 당 대표 출마로 급선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급 올리기’ ‘플랜B’ 등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체급 올리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 의원이 결국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 예상한다. 당 대표로 당선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거물인 이낙연·김부겸과의 대결로 체급을 올린 뒤 내년 4월에 열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플랜B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근 민주당서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한다. 그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친문 당권파
레이스 합류

그런 상황서 만약 민주당 지도부가 여성 후보를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한다면 박 의원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결국 불확실성을 보고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조금 더 명확한 당 대표로 급선회했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이 이번 당 대표 선거서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그러나 높은 인지도와 호감으로 많은 친문 표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캠프는 ‘박주민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세론’에 균열이 생긴 이 의원에게는 악재, 김 전 의원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 터지는’ 최고위원 선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총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선거에 등록한 후보만 10명에 이른다. 그중 2명은 지난 24일 예비경선을 통해 컷오프됐다.

10명의 후보는 이원욱(3선)·이재정(재선)·양향자(재선)·노웅래(4선)·한병도(재선)·김종민(재선)·신동근(재선)·소병훈 의원(재선)과 염태영 수원시장,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 등이었다.

예비경선은 9명 이상의 후보가 나왔을 때 1인당 ‘1표인 연기명’ 방식으로 총 8명의 후보를 뽑는다. 지난 24일 예비경선이 치러진 결과, 이재정 의원,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는 컷오프됐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8명의 후보 중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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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