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휴가철 신풍속도

떠나라! 조심해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해외여행 계획을 앞두고 들떠있겠지만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휴가 기간을 집에서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시작된 봄도 즐기지 못한 만큼 짧게나마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캠핑부터 해외여행까지 여러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여행 신풍속도다.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신풍속도의 중심에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 자리잡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은 집에서 머무르는 ‘집콕’과 같은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집에서 휴식을 하는 것과 달리 즐길 거리를 집으로 끌어들여 휴가 형태로 즐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진화된 집콕
먹거리 위주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의 작은 차이 때문에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테이케이션과 집콕은 분명 다르다. 형태만 놓고 본다면 작은 차이지만 소비 형태 범위까지 확대하면 차이는 커진다.

집콕의 경우 ‘먹거리’ 위주 소비 외엔 별다른 소비가 없다. 반면 스테이케이션을 위해선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주변 도구, 소위 즐길 거리 구매도 늘어난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기존 냄비가 아닌 코펠을 활용하고, 집 앞 마당서 간이 수영장을 꾸미는 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특히 장소도 무조건 집이 아닌 캠핑과 펜션 등을 이용하는 형태도 넓은 범위서 스테이케이션에 해당한다.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1023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 있다는 답은 9%에 그쳤다고 밝혔다.

‘올해는 따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겠다(22.9%)’ ‘겨울휴가 등 아예 휴가를 미루겠다(6.4%)’ ‘휴가를 내서 자녀 등 가족을 돌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2.6%)’ 등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31.9%였다. ‘아직 미정,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 등의 대답은 59%를 기록했다. 

설문대로라면 10명 중 1명은 여름휴가를 떠나고, 3명은 휴가를 포기한 상태다. 6명의 경우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휴가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명 중 1명 떠나’ 스테이케이션 등장
자동차 숙소로 진화 중…‘차박’도 인기

코로나19의 위험도를 낮추는 형태의 휴가를 즐길 곳이 있다면 휴가를 떠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스테이케이션이 최근 여름휴가의 신풍속도 속 중심에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실제 캠핑 등을 통해 한 공간서 머무르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호텔·리조트보다 한적하게 지낼 수 있는 펜션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티몬이 최근 올해 4∼5월 숙박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펜션·캠핑의 비중이 52%를 기록해 호텔·리조트의 48%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4월 펜션·캠핑 매출 비중은 작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 ⓒ고성준 기자

야놀자가 사용자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티몬의 매출 분석 결과와 비슷했다. 지난 3∼5월 펜션의 이용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를 설치한 야놀자 제휴점서 언택트 체크인을 한 고객은 지난 5월 기준 설치 제휴점 예약자의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봄을 즐기지 못한 이들이 보복적 소비 형태로 관광지 위주가 아닌 도심과 떨어진 야외 펜션 및 캠핑에 나선 이들이 늘어다는 것이다. 레저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캠핑이 일상에 파고든 건 이미 수년 전 일이지만 최근엔 즐기지 않던 이들까지 캠핑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지난 3∼5월 캠핑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6월 들어 캠핑용품 매출 상승세는 가파르다. 홈플러스의 경우 이달 1∼5일 캠핑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관광보다 캠핑
아웃도어 판매

캠핑 관련 용품 판매가 증가하자 유통업계는 캠핑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은 캠핑용품, 아웃도어 의류 등 할인 판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주류업계는 쿨러백(Cooler Bag)과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트레이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도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차박은 2030 젊은층 사이서 특히 인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엔 ‘#차박’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11만개가 넘는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보면 지난 3월서 5월까지 ‘차박’ 키워드 일일 검색 횟수는 지난해 대비 4.6배 증가했다. 

차박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차박캠핑클럽’의 5월 신규 회원은 코로나 확산 전인 지난 2월(2600명)에 비해 6배 이상 증가(1만6600명)했다.

차박의 인기는 쇼핑 트렌드서도 실감할 수 있다. 위메프는 4월 한 달간 차박 캠핑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차량 내에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차박매트’ 판매는 7.4배까지 늘었다.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해 차박 전용 텐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증가해 ‘차박텐트’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차량 내에서 시가잭이나 USB 포트로 전기를 공급해 사용하는 ‘차량용 냉장고’는 약 두 배, 차량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테이블’은 1.7배 판매가 늘었다. 

▲ 휴가철 여름 바닷가 풍경

한 항공권·호텔·렌트카 예약사이트가 올 5∼6월의 항공권·렌터카 검색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여름 제주도 지역의 항공권 검색 비중 및 렌터카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 5월 가장 많이 검색한 상위 10개 노선 중 5개 노선이 모두 ‘제주’행 항공편으로, 1위 서울∼제주도 노선 항공편 검색 비중은 전년대비 33.9%포인트 급증했다.


해수욕 신호등
홈캠핑도 유행

다음으로 부산∼제주(+6.4%포인트), 청주∼제주(+5.0%포인트), 대구∼제주(+4.0%포인트), 광주∼제주(+2.3%포인트) 노선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제주도행 특가 항공권 이벤트를 연달아 내놓은 것도 제주도의 인기가 전년보다 더 주목받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제주 내 렌터카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띈다. 5월25일서 6월21일 사이 약 한 달간 사이트서 검색된 제주도 지역 내 렌터카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으며, 비슷한 기간(5월22일∼6월21일) 검색량은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제주도 여행지의 수요 증가와 렌터카의 검색량 증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안전한 여행을 하고자 하는 여행객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밀집된 곳을 피하는 게 생활 지침이 되면서, 여행지서도 렌터카를 빌려 이동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해수욕장의 혼잡도를 신호등처럼 볼 수 있는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도 생긴다. 전라남도 지역 해수욕장에는 예약제가 시범 실시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8일 이 같은 내용의 ‘해수욕장 이용객 분산 대책’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름철 해수욕장 이용객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30분마다 혼잡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적정 인원 대비 혼잡도에 따라 100% 이하는 초록색, 100% 초과∼200% 이하는 노란색, 200% 초과는 빨간색을 나타낸다.

적정 인원은 백사장 내 2m 거리 유지를 기준으로 1인당 소요 면적(3.2㎡)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해수부는 신호등 서비스를 위해 통신업체인 KT가 보유한 빅데이터 정보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해수욕장 갈 땐 ‘신호등·예약제’ 기억 
코로나 후 첫 휴가철 방역 정책 분수령

해수욕장 혼잡도 신호등은 다음달 1일부터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경포대, 대천 해수욕장 등 10개 대형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된다. 해수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시행 대상을 전국 50개 해수욕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호캉스족’에게 올여름은 다양한 패키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를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와 ‘루프탑가든’ 이용권, 2인 숙박과 조식 등을 묶은 ‘어반 루프탑 가든’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해운대 하늘과 바다를 야외서 조망할 수 있는 오션풀 루프탑 이용과 라이브 뮤직 파티 ‘선셋 파라다이스’ 티켓 등이 포함된 ‘얼리 서머’ 패키지를 마련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객실과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 풀사이드 바비큐 뷔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패키지’를 내놨다. 

▲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서 검체 체취하는 ⓒ문병희 기자

호텔 수영장 이용이 꺼려지는 이들을 위한 패키지도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7월31일까지 ‘한강 피크닉 패키지’를 선보인다. 디럭스 객실 1박, 조식 2인, 피크닉박스, 크루즈 이용권 2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초대권 2매로 구성한 상품이다.

홀리데이 인 인천송도가 마련한 ‘송도 겟어웨이 패키지’는 객실 1박과 조식 2인, 센트럴파크 패밀리보트 이용권 1매, 워터보틀 1개 등을 제공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을 때는 ‘홈캠핑’으로 여행 기분을 내볼 수도 있다. 작은 텐트나 캠핑의자를 집 베란다나 옥상, 마당 등에 설치하고, DIY 에탄올 난로나 1인용 화로 등을 켜면 집에서도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 위험해
알고 즐겨야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은 여러 모로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서 이번 휴가철 인구 이동은 향후 방역 정책 수준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영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주요 관광지의 경우 입장객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수준서 하루 입장객 수를 관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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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