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개막, 치열했던 순간들

뚜껑 열리자 곳곳서 명승부 연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과 함께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효주는 연장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고, 유소연은 김효주의 독주를 막는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최혜진은 대회가 중도에 멈춰버리면서 반쪽짜리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영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3년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김효주는 지난달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  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파5)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김세영(27)을 제치고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친 두 선수는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연장전을 벌였다. 김효주가 먼저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김세영은 더 짧은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쳤다. 우승 상금은 1억6000만원.

시작과 함께
명경기 속출

김효주는 고교 2학년 때 이곳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KLPGA 투어 무대 첫 우승이었다. 당시 우승으로 롯데와 인연이 된 김효주는 지금까지 롯데 후원을 받고 있으며, LPGA 투어 진출 이후에도 이곳에서 열린 롯데 주최 대회는 빠짐없이 출전해왔다.

공동선두 홍란(34)과 한진선(23)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에 나선 김효주와 김세영은 8번 홀에서 공동선두에 올라서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지현(23)이 합세해 3파전으로 전개된 선두 경쟁은 마지막 18번홀까지 땀에 손을 쥘 만큼 팽팽하게 이어졌다.

김효주는 12번홀(파4) 칩샷 실수로 1타를 잃었지만, 13번홀(파4) 2m 버디로 다시 공동선두로 복귀했고 김세영이 13번홀 버디로 치고 나가자 김효주는 14번홀(파3)에서 6m 거리 버디를 잡으며 따라붙었다.


김효주와 김세영은 18번홀에서 약속이나 한듯 버디를 잡아내 공동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고, 오지현은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가는 바람에 버디 사냥에 실패해 연장전 합류에 실패했다. 2언더파 70타를 신고한 오지현(23)은 3위(17언더파 271타)에 만족해야 했다.

사흘 내리 선두를 달렸던 한진선은 1타를 잃고 4위(15언더파 275타)에 그쳤고, 홍란은 2타를 까먹어 공동 5위(14언더파 274타)로 밀렸다. 5언더파 67타를 때린 이정은(24)과 2타를 줄인 이소영(23), 1언더파 71타를 친 최혜진(21)이 나란히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를 차지했다.

김효주, 연장 승부 끝에 시즌 첫 승
유소연, 1타 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7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나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공동 45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았던 대회였다”며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연(30)은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개인 통산 5번째 여자골프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달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92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유소연은 2위 김효주(25)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은 코로나 극복 기금으로 전액 기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유소연은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달성하고, 같은 해 9월 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우승을 거뒀다. 유소연이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KLPGA 투어 통산 우승은 10승으로 늘었다.

또한 유소연은 12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우승의 한도 풀었다. 유소연은 2008년 신지애(32)와 연장 3차전까지 가며 우승 경쟁을 벌이다 준우승에 머문 기억이 있다. 이번 우승으로 유소연은 내셔널 타이틀 수집가 명성도 재확인했다. 


유소연은 앞서 2009년 오리엔트 중국여자오픈과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에서도 내셔널 타이틀을 따냈다.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국내 내셔널 타이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고 밝혔던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그 뜻을 이뤘다.

유소연은 5번홀까지 파 세이브 행진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사이, 김효주가 5번홀(파4) 버디로 추격을 시작했다. 유소연은 곧바로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달아났다. 김효주 역시 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유소연을 압박했다. 유소연은 9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김효주와 1타 차가 됐다. 1타 차의 팽팽한 긴장 상태는 17번홀(파3)까지 쭉 이어졌다. 18번홀(파4)에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유소연과 김효주의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진 것이다.

김효주 상승세
상금 1위 질주

김효주는 그린 왼쪽 홀 앞에 있는 벙커에, 유소연은 그린 왼쪽 홀 뒤에 있는 벙커에 각각 공을 빠트렸다. 유소연은 벙커 샷을 홀 가까이 잘 붙인 뒤 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김효주도 파로 잘 막았지만 1타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편 2014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제패를 노렸던 김효주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지난달 7일 롯데 칸타타 오픈 우승으로 ‘부활’을 선언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효주는 준우승 상금 1억원을 보태며 상금 선두(약 3억2400만원)로 올라섰다.

지난해 KLPGA 투어 전관왕에 오른 최혜진(21)이 최종 9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오르며 ‘국내파’ 자존심을 지켰다. 공동 2위로 출발했던 오지현(24)은 3타를 잃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종일 2타를 줄인 김세영(27)도 공동 4위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최종 6언더파 282타로 6위를 기록했다.

구관이 명관
유소연 저력

KLPGA 투어 시즌 다섯 번째 대회인 ‘제14회 S-OIL 챔피언십’은 1라운드 대회로 축소돼 막을 내렸다. 연이틀 이어진 악천후로 올 들어 처음으로 대회가 공식 취소됐다. 2012년 MBN여자오픈 이후 8년 만의 일이자 KLPGA 역사상 두 번째 사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전날 일몰로 마치지 못한 2라운드 잔여 경기를 다음날 7시부터 치르고 3라운드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짙은 안개로 잔여 경기 시작이 거듭 연기되면서 오전에 3라운드를 취소한 데 이어 오후 3시 30분께 그대로 대회 종료를 선언했다.

애초 이번 대회는 지난달 12~14일 제주시 애월읍의 엘리시안 제주에서 3라운드(54홀) 대회로 열릴 예정이었다. 12일 1라운드는 정상 개최됐으나 13일엔 안개와 많은 바람, 낙뢰 등으로 5시간 지연된 낮 12시에 출발해 일몰까지 출전 선수 120명 중 절반가량만 2라운드를 마쳤다.

이날도 이른 오전부터 안개가 덮인 데다 강한 비도 이어지면서 결국 예정된 시간에 경기를 시작하지 못했고, 대회 축소가 불가피했다.

오전 9시 조직위 회의에서 36홀 축소를 결정한 이후에도 코스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면 짙은 안개가 깔리는 등 정상적으로 경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초 예정 시각인 오전 7시에서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오후 3시까지 시작하지 못해 2라운드 잔여 경기마저 개최가 불발됐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2라운드 잔여 경기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3시간 40분 정도였다. 기상관측 시스템 등을 총동원해 시간을 확보하려 했으나, 오늘은 물론 내일(15일)도 안개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회 성적은 모든 선수가 동등하게 마친 1라운드(18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1라운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단독 선두로 나섰던 지난해 우승자 최혜진(21)이 1위에 올랐다. 36홀 이상 진행돼야 공식 대회로 인정되는 규정에 따라 이번 대회는 공식 대회로 인정되지 않으며, 각종 기록도 반영되지 않는다. 최혜진도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아니다.

상금은 기존 총상금 7억원의 75%인 5억2500만원을 성적에 따라 배분했다. 최혜진은 상금 요율에 따라 그중 18%인 9450만원을 받았다.

한편 전우리(23), 이소미(21), 정연주(28), 이제영(19)이 한 타 차 2위(7언더파 65타), 장하나(28) 등이 공동 6위(6언더파 66타)에 자리했다. 김지영(24)은 전날 2라운드에서만 8타를 줄여 중단 전 12언더파 132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나 2라운드는 ‘없던 일’이 되면서 1라운드 성적인 공동 19위(4언더파 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정은(24)과 김세영(27)도 공동 19위, 김효주는 공동 40위(3언더파 69타)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컨트리클럽(파72·660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 최종일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지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선두로 출발한 이소미(21·SBI저축은행)가 마지막 18번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날 각각 6타와 5타를 줄인 김지영(23·SK네트웍스), 박민지(22·NH투자증권)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최혜진, 기상 악화 반쪽 1위
김지영, 3년 만에 통산 2승


연장 1차전에서 두 선수 모두 버디를 잡아 다시 돌입한 연장 2차전에서 ‘장타자’로 손꼽히는 김지영은 두 번째 샷으로 승부를 걸었다. 힘차게 날아간 공이 그린 앞에 떨어진 뒤 굴러 핀 2m 지점에 멈춰 선 순간 사실상 승부 축은 김지영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긴장감 속 김지영의 이글 퍼팅이 홀 속으로 사라졌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올 시즌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6년 KLPGA 투어 루키로 데뷔한 김지영은 2017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서 약 3년 만에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인왕 랭킹 4위에 이어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던 이소미는 이번 대회 2·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승을 노렸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이소미는 안나린(24·MY문영그룹), 지한솔(24·동부건설)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 2승을 노렸던 김효주(25·롯데)는 목통증으로 기권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 노렸지만
날씨가 문제

빼어난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안소현(25·삼일제약)은 최근 “실력으로 외모 논란을 극복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켜냈다. 안소현은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더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80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목표였던 ‘톱10’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탈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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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