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망’ 북악산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33:48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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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메이커, 비극으로 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투’ 의혹에 휩싸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죽음, 그리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일 사이의 연관성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13시간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현직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향년 64세. ‘한국서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센 선출직 공직자가 숨졌다’는 외신의 보도대로, 박 시장은 차기 대권에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이었다.

‘미투’ 의혹 
하루 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마디로 패닉 상태다. 민주당은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0일 지지자들은 박 시장의 시신을 운구하는 차량이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자 오열하며 “일어나라 박원순” “살려내라!” 등을 외쳤다.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서 열린 브리핑서 “구체적인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외견상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또한 현장에서는 가방, 휴대폰, 명함, 필기도구 등이 발견됐는데, 감식 결과 박 시장 본인의 유품으로 확인됐다. 단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 시장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지난 9일, 박 시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일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틀간 휴가를 냈다. 일정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기자들에게 전해진 것과 비슷한 시각, 박 시장은 시장 공관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서 배낭 메고 나선 후 연락두절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

박 시장은 실종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서 도저히 오찬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박 시장과 정 총리가 총리 공관서 만나 오찬을 하기로 돼있었다.

또 박 시장은 오후에 시장실에서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취소했다.

박 시장 정도 되는 중량급 인사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박 시장을 가리켜 ‘워커홀릭’(다른 것보다 일이 우선이어서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공관 근처 CCTV에 포착됐다. ⓒSBS뉴스

박 시장의 일정 취소는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행정국장 업무를 1년 정도 수행했는데, 최근 1년 동안 시장이 연락이 안 됐거나 위치를 모른 경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그가 전직 비서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전직 비서라고 밝힌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A씨가 변호사와 함께 지난 8일 밤 경찰을 찾아와 9일 새벽까지 관련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모든 일정
취소하고…

고소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됐으며, 경찰은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해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 이후 경찰은 박 시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측은 “피소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시장 비서실의 비서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신체접촉 외에도 박 시장이 A씨에게 휴대폰 메신저 중 하나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진을 여러 차례 전송했다는 내용이 고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A씨는 경찰에게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용기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박 시장은 여성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을 변호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은 국내서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법률 소송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서울대 우모 조교가 B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박 시장은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B 교수가 우 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냈다.

잠룡서
나락으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날(지난 8일로 추정) 밤 참모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제를 위한 논의였는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측은 피소 건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박 시장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박 시장에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는 미궁으로 빠졌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도록 규정한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식장ⓒ고성준 기자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를 규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경찰은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행정국장은 피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면,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았던 인권변호사가 성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박 시장이 피소된 직후 언론사 취재가 시작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민주당 지도부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보인 점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
죽은 자는 말이 없다…수사 종결

여권은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과의 관련성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박 시장을 포함해 지난 2년 동안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 3명이 ‘미투’에 연루됐다.

시작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5일 그의 비서가 직접 세상에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다. 충격에 쌓인 민주당은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2월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선고 받고 광주교도소서 복역 중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직접 부산시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소셜미디어 계정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추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앞서 4월 초 부산시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4월 중순 오 전 시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사퇴한 뒤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인은?
이유는?

한편, 서울시정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책임진다. 그는 지난 10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내년 4월7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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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