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플랜 입체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0:04:04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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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는 기정사실! 그런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잠룡에게 ‘대권 의지’란 대권이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선호도 순위가 낮게 나오지만,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대권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다각도로 추적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정권교체, 국민이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꿉니다. 우리는 오늘, 함께 출마합니다. 국민과 문재인이 함께 갑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3월24일) “국민들이 꿈으로만 가졌던 행복한 삶을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7월10일)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5월10일)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2월24일)

꿈틀대는
잠룡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대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 내용이다. 모두 대권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박 전 대통령은 행복한 삶, 이 전 대통령은 경제부흥,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를 내세워 본인이 바로 차기 대권의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는 대권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20대 대선을 20개월여 앞둔 현 시점서도 이는 유효하다. 

복수의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1월 “책임질 일은 결코 회피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보수 야권의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5일 “쓰러져 있는 보수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서는 데(제가) 적격자라는 생각을 감히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9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는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다.

대권 의지가 잠룡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하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10.1%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선 대권주자는 민주당 소속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도지사(15.6%)뿐이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는 “윤 총장이 모름·무응답 등 유보층과 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 등 범보수·야권주자의 선호층을 흡수했다”며 “이낙연·이재명과 함께 3강 구도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반사효과’와 정권의 공격을 받는 상대적 약자를 지지하려는 ‘언더독 효과’가 시너지를 내 지금의 높은 선호도로 이어진 것.

역대 대통령 출마선언문 보니…
참모들 대권 여부 물었다는데…

윤 총장 본인의 대권 의지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윤 총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범보수 지지층서 반문재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본인이 강한 대권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윤 총장이 대권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정계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 위원들로부터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일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과거 양 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세계일보>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서 2위에 오르자, 윤 총장은 “여론조사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윤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본인이 생각이 있으면 나오겠지”라고 말했다. 잠룡에게 대권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권을 대표하는 잠룡 중 한명이다. 지난 2018년 6월 박 시장은 민선 최초 ‘3선 서울시장’에 성공했다. 그런 박 시장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서 제외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박 시장의 차기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그렇다면 박 시장의 대권 의지는 얼마나 될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의지는 그 어느 잠룡과 비교해도 확고하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의 참모들이 지난달 초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었고, 이에 박 시장은 “그걸 굳이 내입으로 얘기해야 하느냐”라고 답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에게 그런(대권 도전) 것을 물어보면 준비는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박 시장에게 대권 도전 여부를 물어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목마른 쪽
우물 판다

<조선일보>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중도 사퇴 시점을 고려한 ‘대선 출마 관련 시장직 사퇴 시한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시가 박 시장의 사퇴 시점을 세 가지로 가정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열린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2월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문건에는 사퇴 가능 시점 중 하나로 해당 날짜가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박 시장이 대선후보 잠룡이라고 언론에 나와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 보려고 검토를 했던 것”이라며 “시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은 서울시장을 3선이나 했기 때문에 이제 선출직은 대권만 남았다”며 “은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대권의 초석은 다져졌다. 21대 총선을 통해 박원순계는 세력을 확장했다. 기존 박원순계 의원들은 생환에 성공했다. 남인순·박홍근·기동민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병 지역서 당선됐다. 남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의 실무 총책임자인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아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 달성에 일조했다.

서울 중랑을이 지역구인 박홍근 의원도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박원순 캠프서 서울 중랑 지역 선거책임을 맡아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4년에는 박 시장의 두 번째 선거 때도 캠프에 합류해 그의 당선에 공헌했다.

서울 성북을 지역구의 기동민 의원 역시 생환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박 시장 1기 정무수석비서관·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되며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출마를 선언하며 “박 시장과 함께하며 새로운 소통과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시민들의 소소한 삶의 변화에 주목하는 새로운 10년의 기초를 박 시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피 수혈’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경기 안양 동안갑서 당선된 변호사 출신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파란의 주인공이다. 민주당 경선 당시 두 명(이석현·권미혁)의 현역 의원을 꺾었다. 특히 6선의 이석현 전 의원을 꺾은 대목은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빨라진
대선시계


민 의원은 ‘박원순의 변호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시장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경기 하남서 당선된 최종윤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그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전남 목포서 당선된 김원이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김 의원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해 “김원이 (전)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그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전북 정읍·고창서 당선된 윤준병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 역시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의 축전을 받았다.
 

▲ 시도지사 간담회 갖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축전을 통해 “(윤 전 부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 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며 그를 지지했다.

서울 강북갑의 천준호 의원은 지난 2011년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 시민유세단장을 시작으로, 박 시장 기획보좌관,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박 시장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법률고문을 거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서울시 정무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내 박원순계는 10명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3∼4명서 두 배 이상 규모가 늘었다. 그동안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 시장의 향후 대권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내년 12월9일 분수령
이재명과
아이템 대전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7년 1월2일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성사된 19대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심이 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박 시장은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서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돌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17년 1월26일 국회 기자회견장서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낮은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대처를 놓고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웠던 시점 이후 박 시장의 지지율은 줄곧 하향세를 보였다. 

낮은 지지율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2%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대권을 위해서는 박 시장 스스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 
 

▲ 청와대 ⓒ문병희 기자

해답은 아이템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은 본인의 아이템이 없다. 제로페이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남은 기간 동안 아이템을 찾아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대권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아이템 대전’을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국민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주장이라면, 이 지사는 노동하지 않는 국민도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템 대전은 ‘배달앱’으로 확전됐다. 시작은 이 지사가 빨랐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주도로 배달앱 독과점 폐해 방지, 소비자·소상공인·플랫폼 노동자 상생 등을 위한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부터
찍고 간다

이에 맞서 박 시장은 제로페이와 민간 중소업체들의 배달앱을 결합한 ‘제로배달 유니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은 새로운 배달앱을 만들거나 공공 재원으로 수수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간 타 지자체가 추진해온 공공배달앱과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경기도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두 잠룡 지자체장의 아이템 대전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추경 330억원 왜?

서울시가 33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관련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함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정책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정책 개선을 권고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수용했다.

같은 권고를 받은 경기도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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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