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Sealed smile 김지희

욕망과 희망의 랩소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김지희는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을 그린 ‘Sealed smile’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서 개인전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전을 선보이고 있다. 당초 20일까지였던 전시 일정은 관람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2주 연장됐다. 
 

▲ Sealed smile. 2020. 장지에 채색. 193x390cm_

김지희는 지난 12년간 욕망과 존재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매달렸다. 소멸을 전제로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의 의미를 허무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고 욕망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을 한 편의 랩소디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Sealed smile’ 시리즈 속 인물이 짓는 미소는 생과 소멸의 허무한 필연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 

선글라스 너머

그는 2019년 Sealed smile 대작서 코끼리, 용, 기린 등 기복적인 도상들을 화면 주변부에 등장시켰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동물들을 390㎝ 대형 캔버스 전면으로 이동시킨 Sealed smile 시리즈 신작을 공개했다. 동양화 채색 기법을 기반으로 5개월간 작업한 이번 신작은 개별적이면서 삼면화로 연결되는 작품이다. 

우리가 희망을 의탁하는 기복의 소품들을 거대한 화면을 통해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 안의 욕망과 희망을 반추하도록 했다. 또 전통 재료인 장지의 물성을 활용해 번지고 튀긴 물감 자국이 선명한 배경에 해골 일루전을 그린 120호 작품도 김지희의 새로운 기법적 변주가 시도된 신작이다.

관람객 성원에 2주 연장
생과 소멸의 허무한 필연


김유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김지희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화려하다, 밝다, 예쁘다, 눈이 부시다, 반짝거린다’ 등의 첫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화려하게 치장된 배경과는 다소 상반된, 작품의 인물이 착용한 커다란 선글라스 앞에서 시선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서 김 학예사는 첫인상과는 달리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지희 작품에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불안함이라는 이중적 태도가 늘 한 쌍으로 나타난다. 화려함의 상징인 각종 보석들과 장신구 사이서 그와 상반되는 도상들이 발견되는 식이다. 전쟁의 이미지 같은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을 상징하는 각종 이미지들이 한 작품에 등장하면서 표면적인 작품 인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 Sealed smile, 2020. FRP, PLA, Urethane paint, h30cm

김 학예사는 “2008년부터 계속해온 김지희의 Sealed smile 시리즈는 자신의 속내를 쉽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커다란 선글라스 뒤에 숨은 인물들의 초상이라 할 수 있다”며 “욕망을 상징하는 각종 화려한 도상들 틈에서 자신을 감추고 있는 작품의 인물은 늘 미소를 띠고 있다. 하지만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주변부에 놓였던 동물들
화면 전면으로 이동시켜

그러면서 “때때로 미소와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등 왠지 모를 불편함을 야기하는 대상의 모습은 슬픈 화려함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궁금증을 자아낸다”고 덧붙였다. 김지희의 작품서 세상을 보는 창이 되는 눈으로 기능하는 선글라스는 외적으로는 더욱 세밀하고 화려해졌지만, 어두운 뒤편 너머의 진실 또한 철저히 가려진 채 이중적 경계의 틀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김지희의 여러 신작이 소개되는 이번 개인전은 표갤러리 1∼3층 전관서 열린다.


화사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평면 작업과 화려한 보석 오브제가 부착된 디아섹 작업이 전시된 1전시장은 ‘생’,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은 ‘소멸’, 입체 신작 및 지난해 부산 뮤지엄 다 개관기념전서 공개됐던 콜라보 영상 작업과 다채로운 소품들이 전시된 3전시장은 욕망과 희망의 의미를 묻는 ‘경계’를 주제로 삼았다.

숨은 인물들

김 학예사는 “작품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과 기도하는 손 등의 이미지는 욕망과 희망 사이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추동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한다”며 “김지희가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안료처럼 욕망과 희망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작가 자신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전시는 7월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지희는?]

▲학력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한국화 전공, 미술사학 부전공 졸업(2007)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대학원 동양화 전공 졸업(2009)

▲개인전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표갤러리(2020)
‘MAXIMUM’ 뮤지엄 다(2019)
‘Twinkle Twinkle’ 초이스아트컴퍼니(2019)
‘골든에이지, 을지로’ 세운 예술가의 실험실 스페이스바(2019)
‘Floating Wonderland’ 표갤러리(2016)
‘Lucky strike’ 한성자동차 삼성 오토갤러리(2014)
‘Virtual Camouflage’ 청작화랑(2013) 외 다수

▲수상

청작미술상(2011)
일본 전일전 예술상(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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