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부광약품 이상한 지배구조

그래서 주인이 누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부광약품은 두 창업주가 공동으로 운영했지만, 현재 경영권은 한쪽으로 치우친 모양새다. 창업주 2세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들은 한 차례 충돌한 사례도 있다. 왜일까.
 

▲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한국기원

부광약품은 지난해 별도 기준 165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 가운데 60위권이다. 실적은 적자로 전환됐다. 직전년도 순이익 1510억원은 지난해 -3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창업주는 2명이다. 고 김성률 회장과 김동연 회장은 지난 1973년 부광약품공업을 인수, 사명을 현재의 부광약품으로 변경해 공동 경영했다.

2인 창업주
공동 경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최초 부광약품 사업보고서는 1998년부터다. 당시 임원을 살펴보면 두 공동 창업주는 상근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회장직을, 김동연 회장은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었다.

지분율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고 김성률 회장 일가는 26.94%를, 김동연 회장 일가는 27.51%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지난 2001년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동연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상근이사가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6년 고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면서 회사 전체에 변화가 있었다. 우선 김동연 회장의 장남 김상훈씨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직급은 상무였다.

고 김성률 회장은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있었다. 모든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가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별다른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 쪽으로 경영 승계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분구조에 변동이 있었다. 최대주주가 ‘김기환 외 11인’서 ‘김동연 외 8인’으로 변경된 것. 김동연 회장 일가는 부광약품 지분 27.92%를 보유하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섰다.

두 손 잡고 설립한 전통 제약사
창업주 타계 이후 뒤바뀐 판도

또 김동현 회장의 장남 김상훈 상무는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그해부터 지분도 늘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주식배당이었다. 2007년에만 5만3811주가 늘었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2만3502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김상훈 전무는 지분이 그대로였다. 그러다 201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지분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상훈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그해 2만4677주를 늘렸다.

김상훈 사장은 이후 ▲2013년 2만5911주 ▲2014년 42만4606주 ▲2015년 43만1263주 ▲2016년 14만주 ▲2017년 30만8000주 ▲2018년 218만4800주 ▲2019년 70만9840주 등 매년 주식배당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올해에도 23만7132주를 확보했다.


현재 김상훈 사장은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과 김동연 회장에 이어 부광약품 3대주주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41만6230주는 497만9772주로 크게 늘었다. 주식이 대량으로 늘어난 2014년, 2015년, 2018년은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 부광약품 아락실 TV 광고

부광약품은 지난 2014년부터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김상훈 사장은 유희원 부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김상훈·유희원 공동대표이사 체제는 2017년 깨졌다.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고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직책이 변동됐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의 담당 업무 역시 기존 경영총괄서 전략기획으로 변경됐다.

부광약품은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 현재 유희원 단독대표이사가 부광약품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김상훈 사장은 2012년부터 단독대표이사, 공동대표이사를 거치다가 2017년 최고전략책임자 자리로 내려왔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의 2세 경영 체제가 미완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부광약품 실적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경영승계
한쪽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부광약품 실적은 상승세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475억원, 1307억원, 1413억원으로 변동이 있었지만 영업이익은 214억원, 229억원, 27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65억원, 183억원, 2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였다. 매출액은 1415억원, 1420억원, 150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241억원, 164억원, 151억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순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341억원, 204억원, 147억원으로 매년 앞자리가 바뀌었다.

이후 김상훈 사장은 2018년 3월 공동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오게 된다. 공교롭게도 유희원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 부광약품 실적은 1년 만에 회복됐다.

2018년 부광약품 매출액은 1925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28.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345억원이 됐다. 순이익 역시 15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표이사 자리서 물러난 김상훈 사장은 현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직급은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이다.

김동연 회장 일가는 2세 경영을 완전히 안착시키지 못한 채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승계 자체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김상훈 사장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3세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이들은 올해로 만 20세인 동환씨와 만 19세인 민정씨다. 동환씨는 장손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각 30만9654주(0.48%), 6만4655주(0.1%)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명부에 동환씨 이름이 오른 때는 지난 2007년이다. 동환씨는 그해 9월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았다. 이후 주식배당과 매수, 증여를 번갈아가면서 오늘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정씨 역시 동환씨와 같은 날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은 뒤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동환씨와 민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략 따져보면 74억원, 1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김동연 회장의 동업자였던 고 김성률 회장의 자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김성률 회장의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는 부광약품 내에서 주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광약품의 법인 등기부등본서도 기환씨와 재환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최초 지분은 70만9150주다. 각각 같은 수량을 가지고 있었고, 지분율은 3.64%였다.

우선 기환씨는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2000년에는 23만5918만주를, 2004년에는 9만4514주를 추가로 얻어냈다.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인 2007년에는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추가로 확보했고, 같은 해 6만7920주는 주식 배당을 통해 취득했다. 200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7만1316주를 늘렸다.


한동안 별다른 지분 소식은 없었다. 기환씨는 2012년부터 매년 지분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 ▲2012년 7만4882주 ▲2013년 7만8625주 ▲2014년 8만2556주 ▲2015년 17만3371주 ▲2016년 19만707주 ▲2017년 41만9556주 ▲2018년 25만1733주 ▲2019년 83만721주 등이다.

기환씨는 올해도 지분 확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17만9989주를 취득했지만 89만4883주를 매도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기환씨는 288만4898주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지분으로만 봤을 때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회장에 이어 김동연 회장과 김상훈 사장 다음으로 가장 많다.

양쪽 모두
지분 매입

재환씨 역시 기환씨와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확보했다. 다소 다른 점은 기환씨보다 더 많은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재환씨는 2000년 23만3818주를 취득한 뒤 2004년 6만7830주를 매도했다. 같은 해 재환씨는 8만7520주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재환씨 역시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확보하고, 주식배당을 통해 6만4074주를 추가로 늘렸다.

눈길이 가는 시점은 2007년이다. 재환씨는 해당 연도에만 37만4308주를 팔았다. 2008년에는 3600주를 추가 매도한 뒤 4만8382주를 확보했다. 이후 재환씨도 한동안 매입, 매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기환씨와 같은 시점부터 주식을 사고팔았다.
 

세부적으로 ▲2012년 9만8696주 매입, 10만8930주 매도 ▲2013년 5만289주 매입 ▲2015년 10만5608주 매입, 73만2103주 매도 ▲2016년 4만2958매입, 9만주 매도 ▲2017년 7만6509주 매입, 4만5905주 매도 ▲2018년 4만5905주 매입, 12만5905주 매도 ▲2019년 9만9945주 매입, 10만주 매도 등이다.

재환씨는 기환씨에 비해 매도량이 더 많았다. 재환씨는 올해에는 1만6654주를 추가 획득해 현재 34만9750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미미하다. 김상훈 사장의 2000년생 아들과 비슷하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3월 부광약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5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기환씨는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진이 수익성이 불확실한 신약개발에만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면서 균형 잡힌 경영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당시 기환씨는 부광약품 3대주주로 김동연 회장 일가와 고 김성률 회장 일가가 크게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수로 남은 ‘후계 변수’
두 후손 경영 두고 다툴까

이때 부광약품은 김상훈 사장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었다. 김상훈 사장은 당시 주총이후 대표이사직서 물러났지만, 기환씨가 언급한 경영진서 김상훈 사장은 빠질 수 없었다.

기환씨는 권유문을 통해 “회사는 현재 기존 사업 성장,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돼 브랜드, 역사 등에 비해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이 정체돼있고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장점인 병원과 약국에 대한 채널 영업을 등한시하면서 신약 개발에만 치중해 수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후보자 2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기환씨는 끝으로 ‘주주 여러분들께서도 동참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환씨는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환씨가 반대 의사를 밝혔던 안건을 포함해 상정된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후 부광약품 주총서 기환씨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환씨가 올해에도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기환씨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경영 실적을 그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보광약품은 별도 기준 34억원 순손실을 봤다. 직전년도에 1510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부친인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이 단일 최대주주인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같은 오너 일가인 정창수 부회장의 역할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점쳐진다. 기환씨는 올해 89만주를 모두 4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지금까지 지분을 확보한 적은 있었어도 처분한 적은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다시
충돌?

또 김상훈 사장과 지분이 역전됐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주총에 앞서 입장을 피력했을 당시, 3대주주였다. 김상훈 사장보다 더 많은 부광약품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상훈 사장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3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현재로서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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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