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8)용

은둔생활의 끝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강릉에 도착하여 외가 근처에 자리 잡은 허균은 그야말로 은둔자 생활을 시작했다.

똑같은 일상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고작 세상을 접하는 일은 그저 낙산사를 찾고 그곳에서 스님들과 벗 삼아 지내는 일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 낙산사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 바닷물에 비치는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구한 주변 사람들의 운명, 자신 역시 언제 그리 될지 모른다 생각했다. 


어머니의 부름

그렇다면 자신의 흔적을 남겨둘 일이라 판단하기에 이른다.

누나 허난설헌의 경우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남겨 두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연유로 허봉, 누나 허난설헌 또 스승인 이달의 작품 그리고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를 정리하며 자신의 생각도 정리했다.

또한 그들 속에서 함께했던 자신을 찾아 그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학산초담’이라 이름 붙였다. 

또한 자신이 기거하는 집 뒤에 위치한 동산의 기묘한 형상, 마치 승천하지 못한 용이 이무기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호도 교산이라 지었다.

“그런데 어찌 다시 속세로 나오셨는지요.”


“그곳에서 인생을 마감하려고 생각했었다오. 그래서 호도 교산이라고 지었고. 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께서 부르시더군요.”

“어머니께서요.”

“어머니의 말씀이 거창하시더이다. 교산이 무엇이냐. 사내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용이 되어 승천해야지 그까짓 이무기가 무엇이냐 이 말씀이었다오.”

“그래서 나리께서는 용이 되고자 다시 세상으로 나오신 것이고요.”

“용이라…….”

“언제인가는 용이 되어 승천하실 일이 아니시온지요.”

“그리 생각하시오.”

“나리께서는 당연히 그리 되실 일이옵니다.”

다시 한 번 매창의 손에 자신의 입을 대보았다.

“하여간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승천하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오.”

“그리고 세상을 유희하고 있고요.”

“결국 어머니 권유도 있었지만 큰 형님의 성화 역시 무시할 수 없었소.”


“그분도 끔찍할 정도로 나리를 위하시는 분이 아니시던가요?”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동생이니 당연히 그러셨다오.”

“그래서요.”

“형님이 강릉까지 찾아오셨더이다. 어머니의 권유는 그냥 묻어버릴 수도 있었으나 형님의 경우는 그럴 수 없었다오.”

“방금 전에 승천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신 부분은.”

“그 부분은 원론적인 부분이었고 형님의 경우는 아주 구체적이었다오.”


그날 역시 집에서 두보의 시를 읽고 있었다.

한참 작품에 몰두할 무렵 인기척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기척이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일시적으로 외가에 머물던 어머니께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확인한 허균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맞이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는지요.”

“지금 한양에서 네 형님이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이렇게 내쳐 달려왔구나.”

“허성 형님이요!”

낙산사 찾고 스님들과 벗 삼아 지내는 삶
허성, 허균을 설득…자리를 털고 일어나다

“그래.”

이전에도 허성이 여러 번 사람을 보내어 허균을 찾았었다.

그러나 허균은 차마 허성을 볼 낯이 없었다.

그런 연유로 허성의 전갈을 그냥 흘려보낸 일이 벌써 여러 번이었다.

그러니 허성이 강릉에 직접 찾아온 이유를 이미 환하게 예견할 수 있었다.

허균이 어머니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균아,”

“네, 어머니.”

“이번에는 네 형님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가거라.”

“어머니!”

“그래, 네 마음 오죽 하겠니. 그러나 이곳이 네 자리는 아닌 듯하구나. 그리고 어미는 더 이상 너를 이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허균은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머릿속이 완벽하게 비어있던 터였다.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 도착하자 허성이 마당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반갑게 허성에게 다가섰다.

“형님.”

“그동안 마음 좀 추슬렀느냐.”

형의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복받치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이 눈가로 따갑게 모여들고 있었다.

허성이 균에게 다가와서 손을 잡았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허균은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서 형님 모시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무엇하고 있노.”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밖이었다. 허균이 고개를 들었다.

“형님, 안에 계시지 않으시고.”

막상 말해놓고 아차 했다.

형님의 경우는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그 곳이 외가가 아니었다.

그런 허성으로서 허균이 없는 상태에서 방으로 들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그를 감지한 허균이 급히 허성의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

어머니는 저만치에서 둘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큰절로 예를 올렸다.

허균을 바라보는 허성의 얼굴이 그다지 편해 보이지 않았다.  

“형님, 이 먼 곳까지 어인 일로…….”

우문이다 싶었다.

허성이 만사 제쳐두고 이 먼 곳 강릉까지 직접 찾아온 사유는 삼척동자도 짐작이 가능한 것이거늘.

그렇게 해서 자신의 어색함을 풀고자 함이라는 것을 물론 허성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균아, 이제는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하지 않겠니.”

허성은 항상 그랬다.

허균에게 명령조로 이야기 한 적이 결코 없었다.

허균의 의견을 구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합일점을 찾아내 균의 마음을 움직였다.

합일점을 찾다

“형님!”

균이 대답 대신 형님을 소리쳐 부르고는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허성이 그런 동생에게 다가앉아 균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네 가슴속이 갈래갈래 조각나 있음을 나도 이해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그리고 특히 너처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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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