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N번방 파문’ 조주빈의 충격적인 두 얼굴

‘보통남 행세’ 모두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평소 행실은 올곧은 청년 그 자체였다.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던 모습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그러나 조주빈의 모든 행위는 위선에 불과했다. 평가학행위범한 소시민의 탈을 썼을 뿐 그의 추악한 본성은 결코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검찰로 송치 중인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 ⓒ문병희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웃 탈 쓴 
현실판 악마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청·동사무소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의 범행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판단하고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해 일단 조씨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으나 그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조씨는 미성년자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가학 행위를 모의·실행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체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20대 청년 모습 그 자체였다.


인천서 초·중·고를 다닌 뒤 2014년 3월 인하공전 정보통신학과에 입학했다. 2015년 2학기부터 2017년 1학기까지 군복무로 휴학했고, 2017년 2학기에 복학해 이듬해 2월 졸업했다.

조씨의 대학 재학 시절 4학기 평균 평점은 4.17(4.5만점)이었다. 2014년 2학기 때 대학 도서관이 주최한 교내 독후감 대회서 1등상을 받을 정도로 글쓰기 실력이 좋았다. 그는 1학년 1학기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 1학기까지 1년여간 학보사 정식기자와 편집국장으로도 활동했다. 함께 학보사 활동을 시작한 동기들에게 자신이 편집국장을 맡아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보사 기자였던 2014년에는 성폭력 예방을 촉구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당시 기사를 통해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실시한 강연 등 교내 안전을 위해 학교 측이 기울인 노력은 많고 다양하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아직 부족한 점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겉모습은 평범한 20대 청년
성폭력 예방 목소리 높이더니…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은 특별히 부각될 게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주빈 동창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조주빈이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고,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졸업사진을 함께 올렸다. 조씨의 고교 시절 모습이라고 주장한 이 글과 사진은 현재 커뮤니티서 삭제된 상태지만, 온라인상에는 캡처한 내용이 떠돌고 있다. 

글쓴이는 조씨가 말이 많고 친하게 지내는 이들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글쓴이는 “그냥 평범했다. 조용하지 않았고, 반에서 제일 말 많던 놈이었다”며 “수업시간에도 말이 많아 아마 선생님들도 다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등학교 시절의 조주빈

조씨의 정치성향은 ‘극우’였다고 평가했다. 글쓴이는 “일단 조주빈은 일베가 맞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반에 조용하게 지내는 애들한테 같이 일베하는 애들끼리 찾아가서 ‘야 너 김대중, 노무현 개00 해봐’ ‘말 못하면 좌빨, 홍어(호남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 빨갱이’ 이러면서 놀리고 다녔다”고 전했다.

조씨는 여성들에게 각종 가학 행위를 벌인 것과 달리,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사이트에 등록된 조씨의 기록을 보면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57차례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인천 모 NGO 봉사단체서 한 봉사는 무려 23회나 됐다. 

한 달에 1차례 정도 장애인 시설과 미혼모 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2017년 10월 군대 동기인 친구와 함께 이 단체를 찾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서였다. 

성 착취하고
성평등 운운

봉사팀에서는 부팀장을 맡아 장애인 복지시설, 보육원 등에서 아동·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친목을 다졌다. 그는 장애인지원팀에 소속돼있었으나 간혹 아동지원팀 인원이 빌 경우 그 팀으로 보육원 봉사를 나가기도 했다. 이 단체에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9개 팀이 있고 팀당 7명이 속해 있었다.

꾸준히 이 단체에 오던 조씨는 2018년 3월부터 발길을 끊었다가 1년 만인 지난해 3월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 단체를 찾은 것은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2일이다.

조씨의 행적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포털사이트에 성적 요소가 다분한 수백 건의 댓글을 달았던 부분이다. 지난 24일 <조선일보>는 조씨가 중·고등학생 시절 네이버 지식인에 500건에 달하는 댓글을 단 ‘답변왕’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씨의 닉네임은 ‘지식의 끝’이었는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477개의 답변을 달아 ‘영웅’ 등급을 달았다. 해당 계정은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로 활동할 당시 사용했던 메일 주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것이다.
 

▲ 조주빈 ⓒ인터넷 커뮤니티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2년 9월 ‘걸그룹 섹시코드 사회혼란을 부추기는가’라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짧은 옷 때문에 혼란이 온다면 그건 짐승의 세계일 것이다. 아랍권은 몸을 칭칭 싸매고 다니는데 성범죄율이 높으니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달았다.

음란물 유포 관련한 질문도 포함돼있다. 같은 해 10월 ‘음란물 다운로드 처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씨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후 다른 이용자가 ‘미성년자 음란물을 다운받았다. 잡혀가느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간다. 그래도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

장애 의심되는
삐뚤어진 심리

친인척 간 성폭행에 대해서는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누나랑 같이 삼촌이랑 놀고 있었는데 삼촌이 누나 치마에 손을 집어넣었다’는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조씨의 이중성은 수많은 논란거리를 남긴다. 일단 외모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우월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씨와 군 생활을 함께했다는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조씨는 외모와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씨는 키 늘리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추정하는 범행 시작 시기(2018년 12월)도 수술을 받고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때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봉사활동은 진정한 정서적 공감에 기반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훌륭한 사람, 내지는 매우 유능하면서도 사회공익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싶어서 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피해자들에게 자해 등 엽기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역시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군 시절 동료는 조씨의 군대시절을 묻는 질문에 “키는 160㎝ 중반이고, 성격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으로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 아부를 잘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조씨가 성도착증 환자라기보다는 단기간에 범죄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몰두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봉사활동 몰입하는 이중적인 태도
지식 끝판왕인 척 콤플렉스 덩어리

실제로 2018년 대학 졸업 이후로 무직 상태였던 조씨는 텔레그램에 총기나 마약을 팔겠다는 허위광고를 올려 돈을 가로채는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이 방은 훗날 텔레그램 N번방의 전신이 된다. 조주빈은 이를 계기로 텔레그램을 통한 본격적인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에 몰두한 조씨의 성향은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한 협박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조씨는 지난 25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의 관계를 두고 관심이 증폭됐다. 
 

조씨는 손 사장에게 소송 중인 김웅 기자의 사주를 받아 가족을 테러하겠다며 사기를 쳤다. 이 과정서 손 사장 가족의 사진·주민등록번호 등을 손 사장에게 보내고 “언제든 벽돌 하나면 된다” “연변서 사람을 쓰겠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조씨는 지난해 김웅 기자가 제기했던 ‘뺑소니’ 논란에 대해서도 손 사장에게 불리한 증거가 있다는 식으로 괴롭혔다. 상대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교묘하게 조작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손 사장으로부터 금품 갈취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는 별개로 조씨는 평소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씨는 텔레그램서 ‘손석희 사장과 평소 형·동생으로 지낸다’ ‘통화도 자주 한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씨는 자신을 정계와 맞닿아 있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표현했다.

돈벌이 몰두
허울뿐인 사죄

현재 손 사장은 조씨가 벌인 사기행각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낸 상태다. 조씨는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손 사장에게 접근했고, ‘손사장과 분쟁 중인 김웅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사실 확인을 위해 조씨에게 사주 받은 돈에 대한 계좌내역 등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고 이에 조씨는 금품을 요구했다. 손 사장은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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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